디스코드가 2026년 3월로 예정했던 글로벌 연령 인증 시스템 출시를 하반기로 연기했다. 대규모 사용자 반발과 파트너사 보안 논란이 겹치며, 피터 틸 투자사가 지원한 인증 업체와의 계약도 전격 해지했다.

디스코드, “기본적인 역할에 실패했다” 인정

디스코드가 24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글로벌 연령 인증 롤아웃을 2026년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3월부터 전체 사용자에게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직후 터진 대규모 반발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스탠 비슈네프스키(Stanislav Vishnevskiy) 디스코드 공동창업자 겸 CTO는 블로그에서 “많은 분들이 디스코드를 사용하려면 모든 사람에게 얼굴 스캔과 신분증 업로드를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하셨다”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실패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인정했다.

디스코드의 연령 인증 시스템은 모든 사용자를 기본적으로 ’10대 적합 경험’에 배치한 뒤, 성인으로 확인된 사용자에게만 연령 제한 콘텐츠 접근을 허용하는 구조이다. 디스코드 측은 전체 사용자의 90% 이상은 인증이 필요 없으며, 연령 제한 콘텐츠에 접근하려는 소수만 해당된다고 해명했다.

퍼소나 계약 해지: 한 달도 못 버틴 파트너십

이번 연기와 함께 디스코드는 신원 확인 업체 퍼소나(Persona)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퍼소나는 피터 틸(Peter Thiel)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가 투자한 회사로, 오픈AI , 로블록스(Roblox), 라임(Lime) 등에도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퍼소나는 2026년 1월 영국에서 제한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다. 결정적 계기는 보안 연구자들의 발견이다. 연구자들은 퍼소나의 미국 정부 인가 엔드포인트에서 약 2,500개의 접근 가능한 파일을 발견했다. 퍼소나가 수행 중이던 검증 체크는 269종에 달했으며, 테러·간첩 등 14개 카테고리의 ‘부정적 미디어’ 스크리닝, 정치적 노출인물(PEP) 검색, 감시 리스트 대조까지 포함돼 있었다.

릭 송(Rick Song) 퍼소나 CEO는 “우리는 ICE(이민세관집행국)나 팔란티어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신뢰는 무너진 뒤였다.

항목 내용
원래 롤아웃 일정 2026년 3월
변경된 일정 2026년 하반기
퍼소나 테스트 기간 2026년 1월 ~ 2월(약 1개월 미만)
퍼소나 발견 파일 수 약 2,500개
퍼소나 검증 체크 종류 269종(14개 카테고리)
2025년 10월 데이터 유출 피해 약 7만 명 이상 정부 신분증 노출
인증 데이터 보관 기간 최대 7일 후 삭제

사용자 반발의 배경에는 디스코드의 데이터 유출 전력이 있다. 2025년 10월 제3자 벤더 5CA가 해킹당해 약 7만 명 이상의 사용자 정부 발행 신분증이 유출됐다. 신분증을 맡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노출된 직후, 또다시 신분증 제출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발표에 사용자들이 격앙한 것이다.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은 디스코드가 법적 의무 없이 자발적으로 신원 확인을 확대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EFF는 얼굴 연령 추정 도구가 “유색인종,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장애인에게 악명 높게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 완전한 프라이버시 보호, 보편적 접근성, 일관된 정확성을 동시에 갖춘 기술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가명(假名) 활동에 의존하는 성소수자 청소년, 학대 피해자, 정치적 반체제 인사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스코드의 대응: 온디바이스 의무화와 다양한 인증 옵션

디스코드는 연기 기간 동안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얼굴 연령 추정을 제공하는 모든 파트너사는 반드시 온디바이스(on-device)에서만 처리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파트너십을 맺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얼굴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는 조치이다.

둘째, 인증 수단을 다양화했다. 신용카드 인증, 온디바이스 얼굴 연령 추정, 신분증 제출, 계정 수준 신호(가입 기간, 결제 이력, 활동 패턴) 분석 등 여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글로벌 출시 전 모든 벤더의 관행을 공개 문서화하고, 기술 블로그를 통해 자동 연령 판별 시스템의 방법론을 투명하게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증 데이터는 최대 7일간 임시 보관 후 삭제된다. 미인증 계정은 민감한 콘텐츠 블러 해제 불가, 연령 제한 채널 및 서버 접속 제한, 스테이지 발언 권한 제한 등의 제약을 받게 된다.

디스코드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 2억 명 이상을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2026년 4분기까지 MAU 3억 명 돌파가 전망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 사용자의 34%를 차지한다. 디스코드 게임 개발 시장 점유율은 15.2%(2025년 6월 기준)에 달한다.

특히 영국, 호주, 브라질에서는 현지 법률에 따라 k-ID를 통한 연령 인증이 계속 유지된다. 글로벌 롤아웃 연기는 이 세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해당한다.

한국은 이번 정책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한국과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음성 채팅 대 텍스트 비율을 기록하고 있어, 디스코드가 게이머 커뮤니티의 핵심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미 주민번호, 휴대폰 인증 등 강력한 연령 인증 체계를 운영 중이다. 디스코드의 글로벌 연령 인증이 실제 시행되면 한국 사용자에게는 이중 인증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1년 셧다운제 폐지 이후에도 청소년 보호 논의는 활발하며, 디스코드의 정책은 국내 규제 당국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퍼소나와의 계약 해지 및 데이터 유출 사건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PIPA) 강화 추세와 맞물려 데이터 보안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연령 인증 의무화가 실제 시행될 경우, 한국 게임·IT 커뮤니티에서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대체 플랫폼으로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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