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관계인 4대 AI 기업 CEO가 이례적으로 공동 서한을 발표했다. 핵심은 미국 내 합성 DNA·RNA 주문에 대한 전수 스크리닝 의무화다. AI가 생물학적 위협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AI 시대, 생물 안보의 새로운 위협

2026년 6월 3일, 샘 올트먼(Sam Altman ) 오픈AI (OpenAI ) CEO, 다리오 아모데이 (Dario Amodei) 앤스로픽(Anthropic ) CEO,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CEO,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AI CEO가 미 의회에 공동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생명과학 및 핵산 합성 분야 지도자들도 서명에 참여했다. 서한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AI 시스템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학과 의학에 놀라운 혜택을 제공하지만, 역사적으로 악의적 행위자가 생물학적 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아왔던 지식 장벽이 의미 있게 침식될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AI 산업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서한에 함께 서명했다는 점에서, 이 위험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준다.

4대 핵심 제안: 스크리닝에서 추적까지

서한은 미 의회에 4가지 구체적 입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DNA·RNA 합성 업체는 모든 주문을 위험 서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 검사해야 한다. 둘째, 현재 자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고객 신원 확인을 법적 의무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주문 발송 전 포괄적 위험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넷째, 초기 스크리닝을 우회하는 위협을 추적할 수 있는 기록 보관 및 추적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서명자들은 “추적 가능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오용을 억제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합성 DNA 공급업체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법적으로 성문화해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것이 핵심 논리이다.

오픈AI 내부 레드팀 평가, “우려할 만한 결과”

이번 서한의 배경에는 오픈AI가 2024년 초부터 수행한 내부 레드팀(red-teaming) 평가가 있다. 오픈AI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이 생물학적 위협 설계를 지원할 수 있는지 테스트했으며, 그 결과가 “규제를 정당화할 만큼 우려스러웠다(concerning enough)”고 밝혔다. 구체적 시나리오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평가 결과가 이번 공동 서한의 직접적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모델의 생물학 도메인 역량이 이미 악의적 행위자가 위험 병원체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미 의회 입법 현황: 하원·상원 모두 정체

구분 내용
서한 발표일 2026년 6월 3일
서명자 오픈AI·앤스로픽·구글 딥마인드·MS AI CEO 등
하원 법안 2025년 4월 위원회 보고 후 정체
상원 법안 2026년 1월 발의, 위원회 심의 중
OSTP 프레임워크 2025년 5월 개정 지시, 미발표
현행 스크리닝 자발적(의무 아님)

현재 미 의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원 법안은 1년 전 발의되어 2025년 4월 위원회 보고까지 갔으나 이후 멈춘 상태이다. 상원 법안은 2026년 1월 발의되었으나 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5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 프레임워크 개정을 지시했지만, 새 버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산업 영향: 규제 비용 증가, 시장 재편 가능성

합성 DNA 규제가 법제화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모든 합성 업체에 스크리닝 시스템 구축, 고객 인증 절차, 기록 보관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면서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며, 시장 통합이 가속화되어 대형 업체에게 유리한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AI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생물 안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규제 당국에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규제를 요청하는 이례적 행보는 무분별한 규제보다 산업계가 수용 가능한 형태의 규제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전망: AI 생물 안보, 국제 공조로 확대되나

이번 서한은 미국 내 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합성 생물학은 본질적으로 국경을 초월하는 기술이다. 미국만 규제를 강화해도 해외 합성 업체를 통한 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업 4곳의 CEO가 동시에 규제를 촉구한 것은 이 문제가 더 이상 학술적 가능성이 아닌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역시 바이오 산업 강국으로서 합성 DNA 스크리닝 체계 정비와 AI 생물 안보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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