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2억 5,000만 달러(약 3,625억 원) 보너스 지급을 피하기 위해 ChatGPT에 조언을 구하고 ‘프로젝트 X’를 가동했으나, 미국 델라웨어 법원이 전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해고된 언노운월즈 CEO의 복직을 명령하고, 성과급 산정 기간을 9개월 연장했다. AI 챗봇의 경영 조언을 따른 대가로 법적·재정적 역풍을 맞은 이례적 사례이다.

법원 “크래프톤, 보너스 회피 위해 부당 해고”… CEO 복직 명령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Court of Chancery)의 로리 W. 윌(Lori W. Will) 부수석판사가 2026년 3월 16일(현지시간) 크래프톤이 자회사 언노운월즈 엔터테인먼트(Unknown Worlds Entertainment)의 핵심 경영진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하고 운영 통제권을 부당하게 장악했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해고된 CEO 테드 길(Ted Gill)의 즉각 복직을 명령하고, 길에게 공동 창업자 찰리 클리블랜드(Charlie Cleveland)와 맥스 맥과이어(Max McGuire)의 복귀 권한까지 부여했다.

윌 부수석판사는 판결문에서 크래프톤의 해고 사유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크래프톤이 새롭게 만들어낸 해고 사유들은 구실(pretextual)에 불과하다.”

법원은 또한 서브노티카 2(Subnautica 2)의 성과급(earnout) 산정 기간을 2026년 9월 15일까지 연장하고, 필요시 2027년 3월 15일까지 추가 연장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크래프톤의 운영 방해로 인한 개발 지연을 보상하기 위한 결정이다.

“ChatGPT에 물었다”… ‘프로젝트 X’의 전모

이번 사건의 핵심은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가 AI 챗봇 ChatGPT에 경영 전략을 자문한 점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언노운월즈를 5억 달러(약 7,250억 원)에 인수하면서, 서브노티카 2가 특정 매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최대 2억 5,000만 달러(약 3,625억 원)의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인수 계약에는 스튜디오의 독립성 보장과 함께, 공동 창업자와 CEO를 ‘정당한 사유(for cause)’ 없이 해임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2025년 5월 크래프톤 재무팀이 서브노티카 2의 예상 판매량을 167만 장으로 추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경우 성과급은 1억 9,180만~2억 4,220만 달러(약 2,781억~3,512억 원)에 달할 전망이었다. 김창한 대표는 자신이 ‘만만한(pushover) 계약’에 동의했다고 우려하며 ChatGPT에 대응 전략을 문의했다.

항목 내용
인수 금액 5억 달러(약 7,250억 원)
성과급 상한 2억 5,000만 달러(약 3,625억 원)
예상 판매량 167만 장
예상 성과급 1억 9,180만~2억 4,220만 달러
매출 기준선 6,980만 달러
성과급 기한(연장 후) 2026년 9월 15일

ChatGPT가 제시한 4단계 전략, 법원이 전부 뒤집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ChatGPT는 김창한 대표에게 다단계 전략을 조언했다. 첫째, 내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성과급을 재협상하거나 스튜디오를 강제 인수할 것. 둘째, 협상이 실패하면 스팀(Steam)과 콘솔 퍼블리싱 권한 및 게임 소스코드에 대한 접근을 ‘잠금(lock down)’할 것. 셋째, 분쟁의 프레임을 금전이 아닌 ‘팬 신뢰(fan trust)’와 ‘품질(quality)’ 문제로 전환할 것. 넷째,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기록하며 법적 방어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것.

김창한 대표는 이 조언에 따라 ‘프로젝트 X(Project X)’라는 내부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그러나 크래프톤 내부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다. 윌 부수석판사는 판결문에서 김창한 대표의 내부 법무팀과 마리아 박(Maria Park)이 이 전략이 소송과 평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김 대표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크래프톤은 2025년 7월 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테드 길, 찰리 클리블랜드, 맥스 맥과이어를 해임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결의가 ‘무효(ineffective)’라고 선언했다.

AI 경영 조언의 한계… “독립적 인간 판단이 필수”

윌 부수석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AI 챗봇을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의 한계를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판사는 기업 경영진이 AI에 의사결정을 외주하는 대신 ‘독립적 인간 판단(independent human judgment)’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tGPT가 제시한 전략이 법적·윤리적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내부 법무팀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AI 조언을 우선시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항소 계획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 게임·기업 경영에 던지는 시사점

이번 판결은 한국 기업, 특히 게임 업계에 복합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해외 M&A에서의 성과급(earnout) 구조의 법적 구속력이 재확인됐다. 한국 게임사들의 해외 스튜디오 인수가 활발한 가운데, 인수 계약에 포함된 성과급 조항은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라 법적으로 이행이 강제되는 약정임을 보여준다.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해외 인수 경험이 있는 한국 게임사들에게 직접적인 참고 사례이다.

둘째, AI를 경영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할 때의 법적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기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AI의 조언이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특히 계약 해석, 인사 결정, 소송 전략 등 법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AI 의존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크래프톤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 게임사이자 배틀그라운드(PUBG)로 글로벌 입지를 구축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한국 게임 산업의 글로벌 M&A 전략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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