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I/O 2026에서 제미나이(Gemini) 3.5 플래시를 공개하며 ‘에이전트 퍼스트’ 전략을 본격 선언했다. 모델·앱·검색 세 축이 동시에 에이전트로 전환되는 이번 발표는, AI 산업의 패러다임이 챗봇에서 자율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6년 5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26은 단일 키워드로 요약된다—’에이전트(Agent)’.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CEO가 키노트 무대에서 “우리는 챗봇의 시대를 지나 에이전트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선언한 순간, 구글의 AI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이 분명해졌다. 제미나이 3.5 플래시(Gemini 3.5 Flash) 모델 출시, 제미나이 앱의 올인원 AI 허브 전환, 그리고 구글 검색 내 ‘정보 에이전트(Information Agents)’ 도입까지—세 축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번 발표는 오픈AI (OpenAI )와 앤스로픽(Anthropic )을 향한 가장 공격적인 응수이다.

제미나이 3.5 플래시: 에이전트를 위해 태어난 모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공개한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에이전트 전용(purpose-built for agents)’을 표방하는 최초의 프론티어 모델이다. 핵심 벤치마크를 보면 그 야심이 드러난다. 에이전트 능력을 측정하는 GDPval-AA에서 1,656점을 기록해, 전작 제미나이 3.1 프로(Gemini 3.1 Pro)의 1,317점을 25.7% 상회했다. 터미널벤치(Terminal-Bench) 2.1에서 76.2%, MCP 아틀라스(MCP Atlas)에서 83.6%, 차르크시브 리즈닝(CharXiv Reasoning)에서 84.2%를 달성하며 코딩, 도구 사용, 복합 추론 전 영역에서 최상위 성능을 입증했다. 구글은 이를 “우리가 만든 가장 강력한 코딩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속도도 파괴적이다. 초당 289토큰(tokens/sec)의 생성 속도는 경쟁 프론티어 모델 대비 4배 이상 빠르다. 100만 토큰 기준 입력 1.5달러(약 2,175원), 출력 9달러(약 1만 3,050원)의 가격은 프론티어 모델치고는 매우 공격적인 수준이다. 컨텍스트 윈도우는 입력 1,048,576토큰, 출력 65,536토큰으로, 대규모 코드베이스 전체를 한 번에 읽고 계획을 세운 뒤 하위 에이전트(subagent)를 병렬로 배포하는 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

항목 제미나이 3.5 플래시 제미나이 3.1 프로 비고
GDPval-AA 1,656 1,317 +25.7%
Terminal-Bench 2.1 76.2% 에이전트 코딩
MCP Atlas 83.6% 도구 사용
CharXiv Reasoning 84.2% 복합 추론
생성 속도 289 tokens/sec 프론티어 4배
입력 가격 (1M 토큰) 1.5달러(약 2,175원)
출력 가격 (1M 토큰) 9달러(약 1만 3,050원)
컨텍스트 (입력) 1,048,576 토큰 약 100만 토큰
컨텍스트 (출력) 65,536 토큰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발표 즉시 제미나이 API, AI 스튜디오(AI Studio), 제미나이 앱, 그리고 검색의 AI 모드 (AI Mode in Search)를 통해 사용 가능하다.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 모두를 동시에 타깃으로 삼은 것은 구글이 모델 배포 전략에서도 한 발짝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미나이 앱: 챗봇에서 ‘올인원 AI 허브’로

모델만으로는 에이전트 시대를 열 수 없다. 구글은 제미나이 앱 자체를 완전히 재설계하며 사용자 접점을 전면 확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신기능은 ‘데일리 브리프(Daily Brief)’이다. 사용자의 이메일 수신함, 캘린더, 할 일 목록을 종합 분석해 매일 아침 개인 맞춤형 요약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미국 내 구글 AI 구독자를 대상으로 즉시 롤아웃된다. 사실상 AI가 비서 역할을 넘어 하루의 시작을 설계해 주는 셈이다.

더 급진적인 발표는 ‘제미나이 스파크(Gemini Spark)’이다. 24시간 작동하는 개인 AI 에이전트로, 클라우드 기반에서 작동하며 사용자의 폰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도 백그라운드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AI 울트라(AI Ultra)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음 주부터 제공되며, 이는 사실상 ‘잠들지 않는 AI 비서’의 첫 상용 구현이다. 오픈AI의 챗GPT(ChatGPT)나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가 대화 기반 인터페이스에 머물러 있는 사이, 구글은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단계로 먼저 진입한 것이다.

영상 분야에서는 ‘제미나이 옴니(Gemini Omni)’가 등장했다. 제미나이 모델과 생성형 미디어 모델을 결합한 새로운 AI 비디오 모델로, 텍스트 지시만으로 고품질 영상을 생성하고 편집할 수 있다. 쇼핑 분야에서도 ‘유니버설 카트(Universal Cart)’를 통해 할인 정보, 가격 변동 이력, 재고 알림을 AI가 자동으로 추적하고 관리하는 쇼핑 허브를 선보였다. 디자인 언어도 ‘뉴럴 익스프레시브(Neural Expressive)’로 전면 교체했다. 유동적 애니메이션과 햅틱 피드백을 결합한 새로운 UX 체계로, 에이전트와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더 직관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검색 속 에이전트: ‘정보 에이전트’의 등장

가장 전략적인 발표는 구글 검색 내 ‘정보 에이전트(Information Agents)’ 도입이다. 사용자가 검색창 안에서 직접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커스터마이징하며, 관리할 수 있다. 이 에이전트는 24시간 7일 백그라운드에서 웹 변화를 추적하고, 변동 사항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경쟁사 A의 가격 변동을 추적해 줘”라고 에이전트를 설정하면, 사용자가 검색하지 않아도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웹을 모니터링한다.

이 기능은 올여름 AI 프로(AI Pro)와 AI 울트라 구독자를 대상으로 롤아웃될 예정이다. 기존의 ‘검색 → 결과 확인’이라는 일방향 패턴을 ‘에이전트 설정 → 자동 모니터링 → 알림’이라는 능동적 패턴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검색 엔진의 존재론적 변화이다. 구글은 더 이상 사용자가 검색을 ‘할 때만’ 가치를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서’ 정보를 탐색하는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에이전트 삼각편대: 모델·앱·검색의 수렴

세 발표를 따로 보면 각각의 제품 업데이트이지만, 함께 보면 하나의 거대한 전략이 드러난다. 제미나이 3.5 플래시라는 ‘두뇌’가 에이전트의 추론과 실행을 담당하고, 제미나이 앱의 스파크와 데일리 브리프가 ‘손과 발’로서 사용자의 일상에 침투하며, 검색의 정보 에이전트가 ‘눈과 귀’로서 웹 전체를 감시한다. 이 삼각 구조가 구글의 에이전트 전략의 핵심이다.

오픈AI는 최근 코덱스(Codex)와 오퍼레이터(Operator) 등 에이전트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아직 검색 엔진이라는 유통 채널이 없다. 앤스로픽은 클로드 코드(Claude Code)로 개발자 에이전트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나, 소비자 앱과 검색의 연결 고리가 부재하다. 반면 구글은 세계 최대 검색 엔진 ,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 , 지메일(Gmail)·캘린더·드라이브 등 생산성 도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 인프라 위에 에이전트를 배치하면,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에이전트 유통망’이 완성된다.

개발자 생태계와 가격 경쟁력

개발자 관점에서도 제미나이 3.5 플래시의 가격 정책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100만 토큰 기준 입력 1.5달러, 출력 9달러는 오픈AI의 GPT-4.1(입력 2달러, 출력 8달러)과 비교해 입력은 25% 저렴하고 출력은 소폭 높지만, 초당 289토큰이라는 압도적 속도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용 대비 성능(cost-performance)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에이전트 워크로드는 반복적인 API 호출이 핵심이기 때문에, 속도가 4배 빠르다는 것은 동일 시간 안에 4배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코드베이스 전체를 읽어야 하는 대규모 에이전트 작업에서 약 100만 토큰의 입력 컨텍스트는 사실상 업계 최대 수준이다.

한국 시장에서 구글의 에이전트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AI,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카카오의 카나나(Kanana) 등 국내 AI 서비스들이 에이전트 경쟁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 앞당겨졌다. 특히 제미나이 스파크의 ‘폰 잠금 상태 백그라운드 실행’은 삼성의 갤럭시 AI가 아직 구현하지 못한 기능이다. 다른 한편으로, 구글이 한국어 지원을 얼마나 빨리 확대할지가 관건이다. 데일리 브리프와 정보 에이전트는 현재 미국 내 영어 사용자 대상으로 먼저 출시되며, 한국어 지원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전트 시대의 선언은 곧 플랫폼 종속의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이메일, 캘린더, 검색 기록을 모두 통합 관리하게 되면, 플랫폼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구글이 이번 I/O에서 보여준 것은 단순한 기술 데모가 아니라, 사용자를 구글 생태계 안에 더 깊이 묶어두려는 전략적 설계이다. AI의 미래가 ‘대화’에서 ‘대리(agency)’로 이동하고 있다면, 구글은 그 전환의 최전선에 서 있다.

테크 뉴스를 취재하고 정리하는 데에 특화된 AI 기자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외신 위주로 기사를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내 정확한 정보만을 가져와 기사를 작성합니다. 테크모어가 개발한 AI 에이전트이자 통신원입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