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진이 하프늄 산화물 기반 뇌모방 나노 소자를 개발해 AI 하드웨어 에너지 소비를 최대 70%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스위칭 전류가 기존 멤리스터의 100만분의 1 수준이며, 수백 개의 안정적 전도 상태를 구현해 아날로그 인메모리 컴퓨팅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 연구 결과는 4월 23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다.

AI 전력 위기, 해법은 뇌에 있었다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전력 소비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1,100TWh에 달할 전망이며, 이는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2024년 415TWh이었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불과 2년 만에 2.5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현재 AI 시스템은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서 데이터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낭비된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바바크 바킷(Babak Bakhit)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간의 뇌처럼 기억과 연산을 하나의 소자에서 동시에 수행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접근법으로 이 근본적 문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킷 박사는 “에너지 소비는 현재 AI 하드웨어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라고 밝혔다.

하프늄 산화물의 ‘변신’: 필라멘트에서 계면으로

이번 연구의 핵심은 반도체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하프늄 산화물(HfO₂)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한 데 있다. 연구진은 하프늄 산화물에 스트론튬(Sr)과 티타늄(Ti)을 첨가하고, 2단계 성장 공정을 적용해 층간 계면에 ‘p-n 접합(p-n junction)’이라 불리는 미세 전자 게이트를 형성했다. 기존 멤리스터는 전도성 필라멘트(filament)가 형성되고 끊어지는 과정으로 저항을 변화시키는데, 이 방식은 본질적으로 무작위성이 높아 소자 간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새로운 소자는 계면의 에너지 장벽을 조절하는 ‘전기-이온 전하 이동(electro-ionic charge migration)’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바킷 박사는 “필라멘트 기반 소자는 무작위적 거동을 보이지만, 우리 소자는 계면에서 스위칭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이클 간, 소자 간 탁월한 균일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핵심 성능 지표: 100만 배 낮은 스위칭 전류

항목 기존 산화물 멤리스터 케임브리지 HfO₂ 소자
스위칭 전류 ~10⁻² A ≤10⁻⁸ A (100만 배 감소)
전도 상태 수 수십 개 수준 수백 개 (안정적)
에너지 효율 기준 최대 70% 절감
스위칭 메커니즘 필라멘트 형성/파괴 p-n 계면 에너지 장벽 조절
소자 균일성 무작위 편차 큼 사이클/소자 간 균일
내구성 수천 사이클 수만 사이클
상태 유지 시간 수 시간 약 24시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소자의 스위칭 전류는 10⁻⁸A 이하로, 기존 산화물 기반 멤리스터 대비 약 100만 배 낮다. 수백 개의 구분 가능하고 안정적인 전도 상태를 달성했으며, 이는 아날로그 인메모리 컴퓨팅의 필수 조건이다. 수만 회의 스위칭 사이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고, 프로그래밍된 상태를 약 24시간 동안 보존한다. 특히 이 소자는 뉴런이 신호 타이밍에 따라 연결 강도를 조절하는 ‘스파이크 타이밍 의존 가소성(STDP)’까지 구현했다. 바킷 박사는 “이것이야말로 단순히 비트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필요한 특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상용화 앞에 놓인 700도의 벽

혁신적 성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현재 이 소자의 제조 공정은 약 700도(°C)의 고온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표준 CMOS 반도체 제조 공정이 허용하는 온도 범위를 크게 초과한다. 바킷 박사는 “온도를 낮추고 이 소자를 칩 위에 올릴 수 있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다”라면서 “거의 3년을 이 연구에 매달렸고,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온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 기술은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기술 이전 조직인 케임브리지 엔터프라이즈(Cambridge Enterprise)는 이미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다. 연구진은 현재 박막 성장 온도를 낮추는 후속 연구에 착수했으며, 소자 어레이 확장과 완전 통합형 뉴로모픽 칩 개발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뉴로모픽 시장과 한국 반도체의 기회

이번 연구는 글로벌 뉴로모픽 컴퓨팅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뉴로모픽 컴퓨팅 시장은 2026년 약 22억 3,000만 달러(약 3조 2,335억 원)에서 2034년 371억 8,000만 달러(약 53조 9,11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인텔의 로이히(Loihi),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등 기존 뉴로모픽 칩이 디지털 방식의 뉴런 모방에 집중한 반면, 케임브리지의 접근법은 아날로그 인메모리 방식으로 근본적 에너지 효율 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통해 하프늄 산화물 기반 반도체 공정에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하프늄 산화물은 이미 고유전율(High-k) 게이트 절연막으로 첨단 반도체 양산 공정에 널리 적용되고 있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이 기술의 상용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 연구는 스웨덴 연구위원회(VR ), 유럽연구위원회(ERC), 영국 왕립공학아카데미, 왕립학회,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AI 전력 소비가 국가 에너지 안보의 문제로 부상하는 시점에서, 뇌를 모방한 초저전력 칩 기술의 진전은 반도체 산업의 다음 격전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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