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고객이 직접 AI 칩을 선불 구매하거나 자체 GPU를 가져오는 ‘BYOC(Bring Your Own Cloud)’ 모델을 본격 도입했다.

오라클의 새로운 승부수, BYOC 모델

오라클 (Oracle)이 AI 인프라 확장의 자금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3월 10일 발표한 2026 회계연도 3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실적에서 오라클은 ‘BYOC(Bring Your Own Cloud)’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직접 GPU를 구매해 오라클에 제공하거나, 계약금의 40%를 선불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운영 기술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오라클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AI 칩 구매 비용을 자사 대차대조표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클레이 맥고크(Clay Magouyrk) 인프라 부문 CEO는 실적 발표에서 “자체 하드웨어 조달과 고객 선불금의 조합을 통해 오라클의 현금 흐름에 부정적 영향 없이 지속적 확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적이 말하는 BYOC의 위력

3분기 실적은 BYOC 전략의 초기 성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총매출은 172억 달러(약 24조 9,4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했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은 49억 달러(약 7조 1,050억 원)에 달하며 84%라는 폭발적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클라우드 매출은 89억 달러(약 12조 9,050억 원)로 44% 증가했다. 비(非)GAAP 기준 순이익은 52억 달러(약 7조 5,400억 원), 주당순이익(EPS)은 1.79달러로 각각 23%와 21% 성장했다. 오라클이 유기적 매출 성장률과 비GAAP EPS 성장률 모두 20%를 넘긴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3분기에만 대안적 자금 조달 모델(BYOC 포함)을 통해 체결한 신규 계약이 290억 달러(약 42조 500억 원)에 달한다.

5,530억 달러 수주잔고의 빛과 그림자

가장 주목할 수치는 잔여 이행 의무(RPO)다. RPO는 5,530억 달러(약 801조 8,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25% 급증했으며, 전 분기 대비로도 290억 달러가 늘었다. 오픈AI (OpenAI ), 각국 정부의 주권 클라우드 프로젝트 등 대규모 AI 훈련 계약이 주요 동력이다. 그러나 CNBC의 디어드라 보사(Deirdre Bosa) 기자는 “5,230억 달러(2분기 기준)의 수주잔고가 실제로 보이는 것만큼 탄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RPO의 대부분은 10년 이상 장기 계약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 매출 전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시장의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오라클이 이 거대한 수주잔고를 대차대조표가 무너지기 전에 수익성 있는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항목 수치 전년 대비
총매출 172억 달러(약 24조 9,400억 원) +22%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 49억 달러(약 7조 1,050억 원) +84%
전체 클라우드 매출 89억 달러(약 12조 9,050억 원) +44%
비GAAP 순이익 52억 달러(약 7조 5,400억 원) +23%
RPO(수주잔고) 5,530억 달러(약 801조 8,500억 원) +325%
설비투자(FY2026 가이던스) 500억 달러(약 72조 5,000억 원) +136%(전년 212억 달러 대비)
총부채 1,081억 달러(약 156조 7,450억 원)

1,000억 달러 부채와 음(-)의 자유현금흐름

BYOC가 구조적으로 자본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라 해도, 오라클의 재무 부담은 여전히 상당하다.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500억 달러(약 72조 5,000억 원)로, 전년도 212억 달러(약 30조 7,400억 원)에서 136% 증가했다. 2024 회계연도의 69억 달러(약 10조 50억 원)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총부채는 1,081억 달러(약 156조 7,450억 원)를 넘어섰고, 2025년 9월 180억 달러(약 26조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뒤 더욱 불어났다.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센터 리스 의무도 2,480억 달러(약 359조 6,000억 원)에 달한다. 맥고크 CEO는 “분석가들이 예상하는 1,000억 달러보다 적은, 아니 실질적으로 훨씬 적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시장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포춘(Fortune)에 따르면 오라클의 자유현금흐름은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다.

주가 반토막, 시장은 ‘증명’을 요구한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라클 주가는 2026년 들어 23.25% 하락했으며, 최근 6개월 기준으로는 약 50% 급락했다. 포춘은 오라클이 인력 구조조정에도 착수해 최대 3만 명의 감원을 검토 중이며, 2025년 9월에 이미 16억 달러(약 2조 3,2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 비용을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레거시 소프트웨어 매출은 2분기에 3% 감소해 클라우드 성장의 일부를 상쇄하고 있다. AI 투자 광풍의 수혜주로 급등했던 오라클이 이제는 “AI 거품 우려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셈이다. 동시에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애저 , 구글 클라우드와 달리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점유율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오라클의 BYOC 모델은 AI 클라우드 산업의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실험이다. 성공한다면 클라우드 사업자가 수조 원의 설비투자 위험을 고객과 분담하는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KT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NHN 클라우드 등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에게도 중요한 선례가 된다. AI 인프라 경쟁이 국가 단위의 주권 클라우드 프로젝트로 확대되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를 자체 재원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에게 BYOC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핵심은 결국 기술 경쟁력이다. 오라클이 BYOC로 자본 부담을 줄이더라도, 고객이 자사 GPU를 맡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이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 AI 칩 공급망의 주도권이 엔비디아 (NVIDIA)에 집중된 현 상황에서, 칩 비용의 전가가 과연 지속 가능한 전략인지는 앞으로 2~3분기의 실적이 증명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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