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 스타클라우드가 우주에서 AI 모델을 성공적으로 학습시키고 또 구동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들은 엔비디아 칩을 탑재한 위성을 발사하고, 궤도에 정착시킨 뒤 모델을 새롭게 훈련시키고 추론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스타클라우드라는 회사 자체의 슬로건이 “우주에 데이터센터를”이다. 이들은 그만큼 진심이다.

이들뿐만 아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많다. 또 다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에테르플럭스(Aetherflux)이다. ‘에테르’는 과거 과학자들이 빛이 전달되는 통로라고 믿었던 물질의 이름이다. 

에테르플럭스는 우주 태양광 발전과 AI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노리는 스타트업이다. 2024년, 로빈후드의 공동 창업자인 바이주 바트(Baiju Bhatt)가 설립했다. 이들의 목표는 “우주에 미국식 전력망을 짓는 것”이다. 이들은 2027년 초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 위성을 실제로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지구 저궤도 우주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사람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스타클라우드가 공개한 보고서(링크)를 통해 그들의 논리를 살펴보자. 다만, 이 보고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설명한 자료일 뿐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문제는 명확하다. 지구에는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력(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 AI가 발전하면서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인프라가 더욱 중요해졌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보통 10~50MW(메가와트)급이며, 아주 큰 하이퍼스케일급이 100~300MW 정도다. 

AI가 점차 발전하면서 필요한 데이터센터의 급은 기가와트급 규모로 커졌다. 향후 AI 훈련에만 5GW급 이상의 초대형 클러스터가 필요할 전망이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다. 하지만 지상에서 초대형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거대한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환경 평가부터 부지 확보, 송전선 설치 허가 등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주는 다르다. 태양광 패널을 확장하는 만큼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백서에 따르면 5GW 데이터센터를 위해 가로세로 4km 크기의 태양광 판이 필요하지만, 모듈 방식으로 계속 이어 붙일 수 있다. 또한 위성이 항상 태양을 마주볼 수 있는 위치(여명-황혼 태양동기궤도)에 놓아 효율은 더욱 높아진다. 지상에서의 태양광 발전 가동률은 미국의 경우 평균 24%, 북유럽은 10% 미만이지만, 태양동기궤도에서는 가동률이 95% 이상이다. 배터리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냉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우주의 온도는 약 -270도로 거대한 냉동고와 같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거대한 전개형 방열판으로 전달해 적외선 형태로 우주 공간에 방출한다는 것이 스타클라우드의 계획이다. 

스타클라우드는 스페이스X 의 스타쉽과 같은 대형 로켓을 이용하면 5GW급 시설도 3개월 안에 궤도로 쏘아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주에서의 모듈은 3차원적으로 밀집시켜 배치할 수 있으므로 대규모 AI 클러스터를 만드는 데에도 유리하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미친 짓이다’ 까는 사람들

그렇다면 이 주장은 정말 실현 가능할까? 인도 출신의 우주공학 연구자 안가드 난장구드(Angadh Nanjangud)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블로그 원문) 그는 현재 궤도에서 운영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태양광 방열판의 실제 성능과 질량 데이터를 가져와 스타클라우드의 주장과 비교했다. 

우선 열을 식히는 방열판이 문제다. 우주에서 열을 내보내는 효율은 매우 낮아서 엄청나게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스타클라우드는 40MW급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약 0.063제곱킬로미터의 방열판으로 버릴 수 있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난장구드의 계산에 따르면, ISS 실측 데이터의 방열 성능과 질량 밀도를 적용했을 때 방열면적 0.063제곱킬로미터를 구현하려면 900~1100톤의 질량이 필요하다. 방열판을 설치하는 데에만 최소 스타십 9회 이상의 발사가 필요한 것이다. 

스타클라우드는 로켓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서버 장비(약 400톤)와 태양광 판(약 400톤)까지 합치면 최소 17회에서 22회는 발사해야 한다. 비용도 문제다. 스타클라우드는 1회 발사에 약 121억 원(약 820만 달러)이 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든다. 발사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지상에 짓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비싸진다. 

스타클라우드가 가정한 방열판의 성능과 질량, 패킹 효율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그 가정이 조금만 현실적으로 바뀌어도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 배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유지보수 문제도 지적한다. 난장구드의 포스팅 글 스레드에서 논의된 페이지(원문)에서 GlenTheMachine이라는 사용자는 “데이터센터에는 부품 고장이 잦아 교체가 빈번하다. 이런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도킹 시스템, 레일 시스템을 갖춘 로봇 시스템, 고장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우주 쓰레기와 충돌했을 때의 위험, 그리고 방사선 차폐라는 핵심 난제도 있다. 

 

누가 이들에게 투자를 계속하는가

이런 비판 속에서도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스타클라우드는 유명 투자사인 Y 콤비네이터를 비롯해 초기 스카우트 펀드들에게서 309억 원(약 2100만 달러)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YC 출신 스타트업 중에서도 최대급 시드 라운드다. 또한 미국 정보 국방계에서도, CIA가 출자하는 전략 VC도 참여한다. 지분 투자는 아니지만 엔비디아, 스페이스와 같은 빅테크나 우주기업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다. 

달 데이터센터를 꿈꾸는 스타트업 ‘론스타’는 2025년 12월 22일, 약 98억 원(664만 달러)의 새로운 자금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또한 우주 인프라 기업인 사이더스 스페이스(Sidus Space)와 함께 약 1,764억 원(1억 2,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달 궤도에 데이터를 저장할 위성 6기를 보내기로 했다. 또 다른 기업인 에테르플럭스 역시 2025년 4월에 약 735억 원(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빅테크 기업과 대학, 국가 차원에서도 우주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선캐처’라는 연구를 통해 AI 연산을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처리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정말 가능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항공우주 기업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와 손을 잡았다. 이들은 ‘ASCEND’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 데이터센터가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그리고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검증하는 연구를 마쳤다. 대학교 중에서는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교가 이 분야의 연구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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