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증 폐 감염으로 양쪽 폐가 완전히 파괴된 30대 남성이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 메디신(Northwestern Medicine)에서 획기적인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전 인공 폐(Total Artificial Lung, TAL)’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의 생명을 48시간 동안 유지한 뒤, 성공적으로 이중 폐 이식을 마쳤다. 이는 현대 의료 기술의 혁신적 진보를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환자의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악화하며 치사율이 높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ARDS)과 괴사성 폐렴으로 번졌고, 급기야 폐 조직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곧 패혈성 쇼크와 장기 부전으로 이어졌다. 기존의 생명 유지 장치인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화 장치)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기능을 상실한 폐를 제거해야 했지만, 폐를 떼어낼 경우 흉강 내 공간이 비어 심장 위치가 불안정해지고 출혈이나 혈전, 뇌졸중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TAL 시스템은 이러한 한계를 기술적으로 넘어섰다. 이 장치는 심장 순환을 안정적으로 돕는 동시에 폐 기능을 완벽히 대체하도록 설계되었다. 핵심 기술은 정교하다. 우선 ‘이중 루멘 캐뉼라’가 우심방에서 혈액을 직접 빼내 우심실의 부담을 덜어준다. 우심실에 과부하가 걸리면 ‘유량 적응형 션트’가 혈류를 우심방으로 되돌려 압력을 조절한다. 산소가 공급된 혈액은 ‘이중 좌심방 반환 장치’를 통해 좌심방으로 보내져 전신으로 퍼진다. 마지막으로 의료진은 소의 심막과 조직 팽창기, 스폰지 등을 이용해 텅 빈 흉강 내에서 심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수술 후 24시간 만에 환자의 위급도를 나타내는 혈중 젖산 수치가 8.2mmol/L에서 정상 범위인 1.0mmol/L 미만으로 떨어졌다. 혈압 유지를 위해 투여하던 약물도 12시간 만에 중단했다. 시스템 적용 48시간 후, 패혈증 증세가 사라지며 환자는 이중 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TAL 시스템의 탁월한 생명 유지 능력이 입증된 순간이다.
의료진이 제거한 폐 조직을 병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자연적인 재생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조직 재생을 돕는 줄기세포는 거의 소멸했고, 폐는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조직으로 변해 있었다. 이는 중증 ARDS 환자가 약물 치료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TAL 시스템을 활용해 망가진 폐를 미리 제거하고 이식을 준비한 과감한 결단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환자는 이중 폐 이식 후 순조롭게 회복해 2년 반이 지난 현재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TAL 시스템은 그동안 이식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 다만 한계는 있다. 현재로서는 고도로 전문화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센터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며, 윤리적·물류적 제약도 따른다. 향후 폐 손상의 ‘회복 불가능 시점’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과 다양한 환자 조건에 맞춘 적용성 검증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TAL 시스템이 의료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음을 보여준다. 인공 장기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앞으로의 연구와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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