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코딩 도구 스타트업인 커서(Cursor )가 출시 17개월 만에 연간 반복 수익(ARR) 약 1조 4,700억 원(10억 달러)을 돌파했다. 이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B2B SaaS)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기업 가치는 약 43조 710억 원(293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최근 시리즈 D 투자 유치로 약 3조 3,810억 원(23억 달러)을 확보했다. 이 모든 성과는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고 오로지 제품의 우수성만으로 이뤄낸 결과다.

커서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다.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만든 이 서비스는 기존 소프트웨어 모델을 AI 기술로 더욱 강력하게 혁신한 형태다. 특히 커서는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추가 기능만 돈을 받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을 통해 높은 유료 전환율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서비스의 유료 전환율이 2~5%인 것과 비교하면, 커서가 기록한 36%라는 수치는 놀라운 성과다.

커서의 투자 유치 과정은 이들의 급격한 성장을 잘 보여준다. 2022년 4월 초기 투자 단계에서 약 5억 8,800만 원(40만 달러)으로 시작한 커서는, 2025년 11월 시리즈 D 단계에서 약 43조 710억 원(29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기록하며 몸값을 약 72만 배 높였다. 투자자 구성도 화려하다. 액셀, 코튜를 비롯해 엔비디아 구글 등이 시리즈 D 투자에 참여했다.

커서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 제품 자체의 힘으로 성장했다.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 중 36만 명이 유료 결제를 선택했는데, 이는 제품이 좋으면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온다는 ‘제품 주도 성장(PLG)’ 전략의 성공 사례다. 마이클 트루엘 최고경영자(CEO)는 당장의 상장 계획보다는 제품 기능을 확장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서는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외부 AI 모델에 자체 기술을 더해 개발자가 가장 일하기 좋은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커서는 지난 19일 AI를 활용해 코드를 검토하고 오류를 수정해 주는 솔루션 기업인 ‘그라파이트(Graph ite)’를 인수했다. 그라파이트의 기업 가치는 약 4,263억 원(약 2억 9,000만 달러)으로 평가받았으며, 이번 인수는 현금과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커서는 그라파이트의 기술을 통합하여 개발 업무 전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인도 운영체제 (SDOS)’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커서는 앞으로도 상장보다는 제품 혁신과 기능 확장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마이클 트루엘은 2027년까지 연간 반복 수익을 약 5조 8,800억 원(40억 달러)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최대 약 176조 4,000억 원(1,2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커서의 사례는 AI 중심 제품이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5~10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앞으로 AI 스타트업이 나아갈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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