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AI 기업 코히어(Cohere)가 독일 AI 스타트업 알레프알파(Aleph Alpha)를 인수·합병하며 기업가치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대서양 횡단 AI 기업을 출범시킨다. 독일 소매 대기업 슈바르츠 그룹(Schwarz Group)이 6억 달러(약 8,7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라운드를 주도하며, 양국 정부가 공식 지지를 표명했다. ‘주권 AI(Sovereign AI )’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이번 합병은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시장에 본격적인 균열을 예고한다.

대서양을 잇는 AI 메가딜

2026년 4월 24일,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엔터프라이즈 AI 기업 코히어가 독일 하이델베르크 기반의 알레프알파를 인수·합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합병 후 기업가치는 약 200억 달러(약 29조 원)로 평가되며, 이는 캐나다 달러 기준 약 270억 달러에 해당한다. 코히어 주주가 합병 법인의 약 90%를, 알레프알파 주주가 약 10%를 보유하게 되어 사실상 코히어 주도의 인수 구조이다. 합병 법인은 코히어 브랜드를 유지하며,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에이단 고메즈(Aidan Gomez)가 합병 법인의 대표를 맡는다. 글로벌 본사는 토론토에, 유럽 본사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두는 이중 본사 체제를 운영하며, 기존 파리 오피스도 유지한다.

슈바르츠 그룹의 전략적 투자와 STACKIT 클라우드

이번 합병의 핵심 재무 구조는 독일 최대 소매 그룹인 슈바르츠 그룹의 대규모 투자이다. 슈바르츠 그룹은 코히어의 시리즈 E 라운드를 주도하며 6억 달러(약 8,700억 원)의 지분 투자 및 연구 자금을 투입한다. 슈바르츠 그룹은 리들(Lidl)과 카우프란트(Kaufland)를 운영하는 유럽 최대 유통 기업으로, 2023년 알레프알파의 시리즈 B 라운드에서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핵심 투자자이다. 특히 슈바르츠 그룹 산하 슈바르츠 디지츠(Schwarz Digits)가 운영하는 주권 클라우드 인프라 ‘STACKIT’이 합병 법인의 기술적 기반으로 활용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STACKIT은 유럽 데이터 주권 규정을 준수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합병 법인의 맞춤형 AI 솔루션을 호스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항목 세부 내용
합병 기업가치 200억 달러(약 29조 원)
지분 구조 코히어 주주 90% / 알레프알파 주주 10%
시리즈 E 투자 슈바르츠 그룹 주도, 6억 달러(약 8,700억 원)
글로벌 본사 토론토(캐나다) / 하이델베르크(독일) 이중 체제
합병 법인 CEO 에이단 고메즈(Aidan Gomez)
클라우드 인프라 STACKIT(슈바르츠 디지츠 운영)
코히어 연간 반복 매출(ARR) 2억 4,000만 달러(약 3,480억 원, 2025년 기준)
코히어 누적 투자 유치 약 16억 달러(약 2조 3,200억 원)

주권 AI 전략: 미국 빅테크에 대한 대항마

이번 합병의 전략적 핵심은 ‘주권 AI(Sovereign AI)’이다. 주권 AI란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자국 내에서 데이터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AI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개념이다. 에이단 고메즈 CEO는 “코히어와 알레프알파의 역량을 결합하면 캐나다, 유럽, 그리고 전 세계의 기업과 정부가 탐색 단계에서 신속하고 안전한 구현 단계로 전환할 수 있으며, 자신의 데이터가 자신의 것으로 남는다는 절대적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알레프알파의 공동 CEO 일한 쉬어(Ilhan Scheer)도 “단일 공급자나 관할권에 AI 통제를 외주하기를 거부하는 조직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병 법인은 금융, 국방, 에너지, 제조, 통신, 헬스케어 등 고도 규제 산업과 공공 부문을 핵심 타겟으로 삼는다. 독일 정부는 사실상 ‘앵커 고객(anchor customer)’ 역할을 자처하며, 공공 조달에서 국내 통제 AI 시스템을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알레프알파의 굴곡진 여정과 합병의 배경

알레프알파는 2019년 설립 이후 한때 ‘독일의 국가 AI 챔피언’으로 불렸으나, 글로벌 경쟁에서 스케일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시리즈 B에서 보쉬 벤처스(Bosch Ventures), SAP, HPE 등으로부터 5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지만, 프랑스 경쟁사 미스트랄(Mistral)의 기업가치가 약 120억 유로(약 19조 4,000억 원)까지 치솟는 동안 알레프알파는 성장이 정체되었다. 창업자 요나스 안드룰리스(Jonas Andrulis)는 2025년 10월 CEO 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2026년 초 회사를 완전히 떠나며 “회사를 뒤에 남겨두는 것이 아프다(Es tut auch weh, die Firma hinter mir zu lassen)”고 밝혔다. 약 50명의 인원이 감축되는 구조조정도 이루어졌다. 일한 쉬어가 레토 스푀리(Reto Sporri)와 함께 공동 CEO로 취임하면서 슈바르츠 그룹 중심의 전략 재편이 가속화되었고, 이것이 코히어와의 합병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

캐나다 AI 장관 에반 솔로몬(Evan Solomon)은 이번 합병을 “캐나다 AI의 중대한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코히어가 “캐나다에서 창업하고, 캐나다에 본사를 두며, 캐나다 연구 역량 위에 구축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코히어의 에이단 고메즈 CEO는 2025년 6월 토론토 테크 위크에서 “코히어는 매물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회사를 빼앗기는 엑싯은 실패를 의미한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이번 합병은 그 약속을 지키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번 합병은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주권 AI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수십조 원 규모의 실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데이터 주권과 AI 자주권 확보가 산업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네이버클라우드와 KT 등 국내 기업들의 주권 클라우드 전략에도 새로운 자극이 될 전망이다. 둘째, 합병 법인이 500명 이상의 인력과 연간 반복 매출 2억 4,000만 달러(약 3,480억 원)를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에서 오픈AI (OpenAI ), 구글 (Google)과 본격 경쟁에 나선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열리게 되었다. 규제 당국의 승인이 완료되면 2026년 후반 합병이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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