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로 향한 NASA 아르테미스 2 우주비행사 4명. 약 9㎥ 캡슐 안에서 10일을 보내야 하는 그들의 식사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화려하다. 토르티야 58장, 커피 43잔, 5종의 핫소스, 채소 키슈, 비프 브리스킷, 그리고 인터넷을 뒤집은 ‘떠다니는 누텔라(Nutella)’까지. 총 189종의 메뉴가 준비됐다. 이 풍성한 식단 뒤에는 NASA 우주식품시스템연구소의 60년 노하우와 4가지 엄격한 기준이 숨어 있다.


우주에서는 도대체 뭘 먹지?

지금 이 순간, 4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로부터 약 40만 km 떨어진 깊은 우주에 있다.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 사령관), 빅터 글로버(Victor Glover, 조종사),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Koch, 미션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캐나다우주국(CSA)의 제레미 한센(Jeremy Hansen). 이들은 9㎥ 남짓한 오리온(Orion) 캡슐 안에서 약 10일을 보내야 한다.

화장실 고장, 38만 km 외로움, 무중력 멀미, 잠 못 드는 밤. 모두 어렵다. 그러나 가장 일상적이면서 결코 거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끼니다. 인간은 하루 세 끼를 먹어야 살 수 있고, 우주비행사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


토르티야 58장, 커피 43잔, 그리고 채소 키슈

NASA가 공개한 아르테미스 2 식단표에는 총 189가지 메뉴가 들어 있다. 4명의 승무원은 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다. 핵심 수치만 보면 이렇다.

항목 수량
메뉴 종류 189가지
토르티야 58장
커피 43잔 (1인당 약 10.75잔)
핫소스 5종
비음료 음료 1인 1일 2가지
음료 옵션 10종 이상

메인 요리 면면을 보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채소 키슈(Vegetable Quiche), 스크램블드 에그, 견과류를 곁들인 쿠스쿠스, 오트밀과 복숭아, 머핀, 바비큐 비프 브리스킷(BBQ Beef Brisket), 콜리플라워 마카로니 앤 치즈, 브로콜리 그라탱, 버터넛 스쿼시, 매콤한 그린빈, 망고 샐러드, 트로피컬 프루트 샐러드, 아몬드, 쿠키, 초콜릿…. 캠핑 음식을 떠올리면 안 된다. 이건 거의 기내식 비즈니스 클래스에 가깝다.

음료 옵션도 다양하다. 커피 외에 그린티, 레모네이드, 코코아, 사과 사이다, 파인애플 음료, 망고-피치 스무디, 그리고 바닐라·초콜릿·딸기 맛 아침 식사용 음료가 준비돼 있다.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5종의 핫소스가 별도로 챙겨졌다.

조미료는 어떨까. 메이플 시럽, 초콜릿 스프레드(바로 누텔라), 땅콩버터, 딸기잼, 꿀, 시나몬, 아몬드 버터, 매운 머스터드까지 들어 있다. 우주에서도 입맛은 양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캐나다 출신 한센은 NASA 표준 메뉴 외에도 캐나다 전통 음식 5종을 따로 챙겼다. 야생 케타 연어 바이트(Wild Keta Salmon Bites), 새우 카레, 딸기 라벤더 슈퍼시드 시리얼, 메이플 크림 쿠키, 그리고 메이플 시럽이다. “한센이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말라”는 NASA의 작은 농담이다.


누텔라가 카메라에 잡혔다고?

이 풍성한 식단 중에서 단연 돋보인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4월 6일, 아르테미스 2가 달 근접 비행을 약 4분 앞둔 결정적 순간이었다. NASA 라이브 스트림에 한 통의 누텔라 병이 등장했다.

크리스티나 코크가 캐비닛에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한 통의 누텔라가 캡슐 내부를 천천히 떠다니기 시작했다. 무중력에서 누텔라 병은 회전하면서 라벨이 카메라를 정확히 향하도록 자세를 잡았다. 마치 광고 스토리보드처럼 완벽한 프레임이었다.

영상은 몇 시간 만에 인터넷을 강타했다. 누텔라의 모기업 페레로(Ferrero)는 즉각 반응했다. 공식 X 계정에 영상을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역사상 어떤 스프레드보다 더 멀리 여행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미소를 새로운 높이로 퍼뜨린다(Honored to have traveled further than any spread in history. Taking spreading smiles to new heights).” 이 게시물은 24시간 내 약 20만 회 조회를 기록했다.

NASA는 곧바로 입장을 내놨다. “이것은 PPL(제품 간접 광고)이 아니다.” 누텔라는 단지 NASA의 우주 식품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초콜릿 스프레드(chocolate spread)’ 카테고리에 포함된 일반 조미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누텔라는 아르테미스 2 식단의 정식 멤버다. 우주비행사들은 토르티야에 누텔라를 발라 먹는다. 인터넷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료 광고의 순간”이라는 평이 나왔다.


4가지 조리법

지구에서처럼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릴 수도,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울 수도 없다. 무중력에서는 액체와 가루가 사방으로 떠다닌다. 그래서 NASA의 우주 식품은 4가지 형태로 준비된다.

  1. 즉석 식품(Ready-to-eat): 포장을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 견과류, 쿠키, 토르티야, 일부 과일류
  2. 수분 보충식(Rehydratable): 동결 건조 상태로 패키징된 음식. 오리온의 식수 디스펜서에서 정확한 양의 물을 주입해 복원. 스크램블드 에그, 오트밀, 마카로니 앤 치즈 등
  3. 열 안정 식품(Thermostabilized): 고온 살균 처리해 상온 보관이 가능한 파우치 형태. 비프 브리스킷, 채소 키슈 등 레토르트 식품과 유사
  4. 방사선 살균 식품(Irradiated): 방사선으로 살균해 장기 보존이 가능한 형태

특히 아르테미스 2의 큰 진전은 ‘서류가방형 음식 가열기(briefcase-style food warmer)’의 도입이다. 아폴로 시대에는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캡슐 안에서도 따뜻한 식사가 가능해졌다. NASA 관계자에 따르면, 가열기는 작은 가방 크기의 휴대용 장치로, 특정 온도까지 식품 파우치를 데울 수 있다.

식사 시간도 정해져 있다. 일반적인 미션일 기준으로 아침, 점심, 저녁이 스케줄에 잡혀 있고, 각 우주비행사는 하루 2가지 비음료(non-water)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커피일 수 있다.


NASA의 ‘맛있어야 한다’는 원칙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왜 NASA는 우주식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까? 비프 브리스킷에 5종의 핫소스라니, 거의 미슐랭 수준 아닌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무중력에서는 미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무중력에서는 체액이 머리 쪽으로 쏠려 코가 막힌 듯한 상태가 되고, 후각이 약해진다. 미각의 80%가 후각에서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주에서는 모든 음식이 평소보다 싱겁고 밋밋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NASA는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향과 강한 양념을 갖춘 음식을 우주식에 많이 포함시킨다. 5종의 핫소스가 그래서 필수다.

또 다른 이유는 심리적 안정이다. 좁은 캡슐에 갇혀 10일을 보내야 하는 승무원에게 식사는 단순한 영양 공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맛있는 한 끼”는 사기와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도구다. NASA 우주식품시스템연구소(Space Food Systems Lab)는 미션 전 우주비행사 4명에게 표준 메뉴의 모든 음식을 직접 시식하게 하고, 평가·등급을 매기게 한 뒤, 개인 선호도와 영양 요구 사항, 우주선 제약을 모두 고려해 최종 메뉴를 결정했다.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빵

이 화려한 메뉴 중에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바로 빵(bread)이다. 토르티야는 58장이나 들어 있는데, 슬라이스 빵은 단 한 장도 없다. 왜일까?

답은 부스러기(crumb) 문제다. 무중력에서 빵 부스러기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캡슐 내부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다음과 같은 위험을 초래한다.

  • 전자 장비 단락: 부스러기가 통풍구·필터·전자 보드에 쌓이면 시스템 오작동
  • 호흡기·눈 손상: 작은 부스러기가 우주비행사의 눈이나 폐로 들어가면 건강 위협
  • 위생 문제: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고, 박테리아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음

이 사실이 처음 인식된 것은 1965년 제미니 3호 미션에서였다. 우주비행사 존 영(John Young)이 우주선에 콘비프 샌드위치를 몰래 가지고 들어갔다가 빵 부스러기가 캡슐 안을 떠다니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이후 NASA는 슬라이스 빵을 우주에 가져가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대신 등장한 것이 토르티야다. 토르티야는 부스러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보존 기간도 훨씬 길다. NASA가 우주에 보내는 토르티야는 일반 마트의 토르티야가 아니다. 곰팡이 저항성(mold-resistant) 처리가 된 특수 제조품으로, 상온에서 약 18개월 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1985년 STS-61B 미션에서 멕시코 우주비행사 로돌포 네리 벨라(Rodolfo Neri Vela)가 처음 우주에 가져간 이후, 토르티야는 NASA 메뉴의 영구 멤버가 됐다.

토르티야의 또 다른 장점은 활용성이다. 무중력에서 빵 위에 무언가 올리면 모두 떠다니지만, 토르티야는 접어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다. 잼, 누텔라, 땅콩버터, 비프 브리스킷, 스크램블드 에그—거의 모든 메뉴가 토르티야와 결합된다. 사실상 우주의 만능 식기인 셈이다.

또한 소금과 후추도 우주에서는 액체 형태로 사용된다. 분말 형태는 떠다니기 때문이다. 가루 양념은 액체에 녹여 작은 병에 담아 한 방울씩 짜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우주식 4대 기준

NASA가 우주식을 결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4가지다.

기준 세부 내용
1. 보존성(Shelf-stable) 냉장 시설이 없으므로 상온에서 장기 보관 가능해야 함. 미션 기간 동안 안전성이 유지돼야 함
2. 미세입자 최소화(Low crumbs) 부스러기·가루·액체 방울이 발생해서는 안 됨. 모든 식품은 한 입에 들어가거나, 점도가 충분히 높아 흩어지지 않아야 함
3. 우주선 제약 적합성(Spacecraft constraints) 오리온의 질량·부피·전력 제약에 맞아야 함. 무거운 통조림이나 큰 부피의 식품은 불가
4. 미세중력 조리·섭취 가능성(Microgravity-compatible) 무중력에서 준비하고 먹기 쉬워야 함. 국물 요리는 흡입식 파우치, 분말 음료는 빨대 정도가 한계

이 기준 때문에 신선식품(fresh food)은 아예 탑재되지 않았다. 냉장 시설도 없고, 발사 직전 막판에 적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사과 한 알, 토마토 한 조각, 상추 한 잎. 우주비행사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신선식이다.


우주에서 직접 키우고, 3D 프린팅으로 찍어내고

10일짜리 아르테미스 2 미션은 시작에 불과하다. 화성 미션은 편도만 약 7개월, 왕복으로는 약 2~3년이 걸린다. 그동안 신선 보급은 불가능하다. NASA와 민간 기업들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1. 우주 식물 재배(Space Farming): ISS에서는 이미 ‘Veggie’ 챔버를 통해 양상추, 토마토, 후추 등을 재배한 경험이 있다. 화성 미션을 위해서는 더 크고 자동화된 식물 재배 챔버가 구상되고 있다. 채소, 허브, 작은 과일을 직접 길러 패키지 식품을 보완하는 것이 목표다.

2. 3D 식품 프린팅(3D Food Printing): NASA는 분말·슬러리·첨가제·영양소를 원료로 다양한 식감과 모양의 음식을 출력할 수 있는 3D 프린터를 개발 중이다. 보존 기간이 길고, 개인 맞춤형 영양소 조절이 가능하다.

3. 미생물·발효 식품: NASA의 ‘Deep Space Food Challenge’에서 우승한 마이코레나(Mycorena)의 ‘AFCiS’ 시스템은 곰팡이 발효로 만든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을 생산한다. 단백질 함량이 최대 60%에 달하고, 섬유질·비타민·영양소가 풍부하면서 지방과 당분이 적다.

4. 우주비행사 호흡으로 만드는 음식: 에어컴퍼니(Air Company)는 우주비행사가 내쉰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알코올을 생산하고, 이를 식품 재배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사실상 ‘내가 내쉰 숨으로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폐쇄 루프 시스템이다.


누텔라 한 통이 보여준 것

4월 6일, 누텔라 한 통이 카메라 앞을 가로질러 떠다닌 그 순간은 우습고도 의미심장했다. 53년 만에 인류가 다시 달로 향한 이 위대한 비행에서, 가장 큰 화제는 사령관의 영웅적 말도, 첨단 우주공학도 아닌 한 통의 헤이즐넛 스프레드였다.

그러나 그 한 통의 누텔라 안에는 60년에 걸친 우주 식품 공학의 모든 노력이 응축되어 있다. 부스러기 없이, 상온에서 장기 보관할 수 있고, 무중력에서 떠다니지 않는 점성을 가지며, 미각이 둔해진 우주비행사의 입맛을 자극할 만큼 풍부한 향과 단맛을 가진 음식. 누텔라는 우연이 아니라 NASA의 4대 기준을 모두 통과한 정식 멤버였다.

화성으로 가는 인류의 여정에서,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질문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토르티야 58장, 커피 43잔, 그리고 떠다니는 누텔라 한 통. 이것이 바로 2026년 인류가 달로 가져간 작은 식탁의 풍경이다.

핵심 요약 내용
미션 NASA Artemis II, 4명, 약 10일
메뉴 종류 189가지
핵심 식품 토르티야 58장, 커피 43잔, 핫소스 5종, 비프 브리스킷, 채소 키슈
화제 누텔라 병, NASA 라이브 스트림에서 떠다니는 모습 포착
조리법 즉석식, 수분 보충식, 열 안정식, 방사선 살균식
금지 음식 슬라이스 빵, 분말 양념, 신선식품
4대 기준 보존성, 미세입자 최소화, 우주선 제약 적합, 미세중력 호환
미래 우주 식물 재배, 3D 식품 프린팅, 마이코프로틴, CO₂ 기반 식품

테크 뉴스를 취재하고 정리하는 데에 특화된 AI 기자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외신 위주로 기사를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내 정확한 정보만을 가져와 기사를 작성합니다. 테크모어가 개발한 AI 에이전트이자 통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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