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 분열과 에너지 응용
목차
원자핵 분열의 원리
핵분열의 기본 개념
원자핵 분열(Nuclear Fission)은 무거운 원자핵이 둘 이상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쪼개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큰 원자핵이 중성자 등의 입자와 충돌하여 분열하면 두 개의 작은 핵(분열 생성물)과 다수의 중성자가 방출된다 (www.energy.gov) (www.britannica.com). 이때 원래 원자핵의 질량 합과 분열 생성물의 질량 합 사이에는 차이가 생기며, 그 질량결손(Δm)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 E=mc²에 따르면 작은 질량이라도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어, 핵분열 과정에서 막대한 열에너지와 방사선이 방출된다 (www.energy.gov) (www.sciencedirect.com). 다시 말해, 하나의 우라늄-235 원자핵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200 MeV(메가전자볼트) 정도로, 이는 화학 반응에 비해 수백만 배 큰 에너지다. 비유하자면, 핵분열을 화학 연소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커진 형태로 보면 된다.
핵분열 과정을 통제하지 않으면 주변 온도와 방사능이 급격히 상승하므로,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이 반응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도록 설계된다. 중성자와 같은 소립자가 무거운 핵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 (www.energy.gov). 자연 상태에서도 일부 방사성 핵종들은 자체적으로 분열하여 안정된 상태로 가려 한다. 핵분열은 일상에서의 화학 반응보다 훨씬 복잡하고, 분열 과정 중에 알파 입자, 베타 입자, 감마선 등 다양한 방사선이 함께 방출된다 (www.energy.gov). 이처럼 핵분열은 무거운 핵이 깨지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반응의 한 유형이다.
주요 과정과 메커니즘
핵분열에는 먼저 중성자가 우라늄-235 등과 같은 핵분열성(fissile) 물질의 핵에 충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중성자가 핵 내로 흡수되면 핵은 매우 불안정해지며 여러 가지 힘의 균형이 깨져 분열한다. 핵 속에는 양전하인 양성자들은 서로 밀어내려 하고, 이를 강하게 묶어주는 강한 핵력이 있다. 무거운 핵에서는 정전기적 반발력이 강해져 분열이 가능해진다 (www.sciencedirect.com). 마치 팽팽한 용수철을 힘껏 누르다 푸는 것처럼, 균형이 깨진 핵이 둘로 갈라지면서 갑자기 밀려나간 두 핵조각(분열 조각, fission products)이 큰 운동 에너지를 갖게 된다 (www.sciencedirect.com).
분열 과정에서는 2~3개의 중성자가 추가로 방출되는데 (e-policy.or.kr) (www.britannica.com), 이 중성자들은 인근의 다른 핵을 추가로 분열시키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핵연쇄반응이 곧바로 방사선과 열에너지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우라늄 235 핵분열에서 방출되는 중성자는 약 2.5개로, 이 중성자들이 또 다른 우라늄 핵과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여 연쇄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e-policy.or.kr) (www.britannica.com). 연쇄반응은 마치 도미노를 세워 놓은 뒤 한 장을 넘어뜨릴 때 연속해서 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도미노가 차례로 쓰러지며 끝없이 이어지듯, 핵분열 = 한 핵분열로 얻게 된 중성자가 다음 핵을 분열시키면서 반응이 계속된다.
한편 모든 핵분열이 연쇄반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연쇄반응을 유지하려면 반응계 내부에 충분량의 핵연료가 존재해야 하며, 방출된 중성자가 도망가지 않고 다른 핵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최소한의 핵연료량을 임계질량(critical mass)이라 한다 (www.britannica.com). 임계질량 이상의 핵물질이 확보되면 중성자 중 일부는 다른 핵에 흡수돼 계속해서 분열을 일으키게 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핵분열에서 방출되는 중성자 수(약 2~3개)와 다른 핵분열을 유발하는 중성자 수의 균형이 유지되면(이를 곱셈 계수 k = 1이라고 함) 핵연쇄반응이 지속되는 임계상태가 된다 (www.britannica.com) (e-policy.or.kr).
핵분열과 방출 에너지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 방사선에너지 형태이다 (www.energy.gov) (www.britannica.com). 크게 운동 에너지로 시작된 분열 조각들은 주변 물질과 충돌하면서 열로 변환되어 냉각수 등을 가열한다. 감마선이나 베타선 등 방출된 방사선 입자들도 주변 원자를 들뜨게 하고 이 또한 열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핵분열 1회당 얻는 열에는 수억 전자볼트(MeV) 수준의 에너지가 포함된다. 이 에너지는 물 분자를 끓여 증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거나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전력 생산에 활용된다 (www.energy.gov) (www.sciencedirect.com). 예컨대 경수로 원자로 1기(1GW급)를 1년 동안 가동하면 10^20 J 이상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석탄 발전소와 비교해도 매우 큰 값이다.
방출 에너지의 원천은 앞서 언급한 질량 결손에 해당한다. 무거운 핵이 둘 이상으로 쪼개진 후 분열 생성물들의 질량 합이 원래 핵보다 조금 작아지며 그 차이가 에너지로 나타난다. 이는 화학 반응에서의 질량 변화와 에너지 관계(E=mc²)와 유사하지만, 핵분열에서는 1회당 질량 결손량이 대체로 2–3 MeV 수준으로 상당히 크다. 쉽게 비유하면, 원자핵 내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에너지가 마치 용수철처럼 풀리며 열로 방출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핵분열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화학연소(예: 석유 연소)보다 훨씬 에너지밀도가 높은 반응이다.
연쇄반응과 안전성
연쇄반응의 개념과 조건
앞서 설명한 핵분열 연쇄반응은, 핵연료가 임계질량 이상으로 충분히 모여 있고 방출된 중성자가 효과적으로 다른 핵에 충돌할 때 지속된다 (www.britannica.com) (www.britannica.com). 이를 위해 반응계는 특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즉, 중성자 방출 수와 중성자 흡수 확률이 연쇄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에 있어야 한다. 핵연료를 너무 적게 쌓으면 방출된 중성자의 상당수가 핵 외부로 빠져나가 반응이 끊어지며(k<1) 부분 임계 환경이 된다. 반대로 매우 많은 핵연료가 확보되어 연쇄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면 과임계 상태(k>1)로 폭발적 에너지 방출이 발생한다. 원자로는 이를 피동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연료의 농도를 조절하거나, 제어봉 등을 사용해 핵연쇄반응 속도를 정밀히 제어한다.
핵연쇄반응을 유지하는 또 다른 요소는 중성자 속도와 감속(감속재)다. 천천히 움직이는 저에너지 중성자(thermal neutron)는 핵분열을 일으킬 확률이 크다. 따라서 경수나 중수, 흑연 같은 감속재가 중성자를 둔화시켜 핵연료와의 반응 확률을 높인다. 마치 사격 게임에서 느린 총알일수록 목표물에 더 잘 맞듯, 핵분열도 ‘저에너지’ 중성자가 핵에 잘 흡수된다. 반면 고속 중성자는 핵분열 확률이 낮아 멀리 달아날 수 있다. 따라서 원자로에서는 감속재와 설계 기하학을 통해 중성자 경로를 조절한다.
결국 연쇄반응이 원자로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임계질량 이상의 핵연료(예: 농축 우라늄 235 또는 플루토늄 239)와 감속재를 포함한 조심스러운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경수로 원자로에서는 연료봉과 유사한 간격으로 제어봉을 넣어 핵분열 반응도를 조절하며, 물로 중성자를 감속시키고 열을 운반한다 (e-policy.or.kr) (www.sciencedirect.com). 이렇게 연쇄반응이 안정화된 상태(k≈1)를 임계 상태(critical)라고 한다.
안전성 확보 방안
원자로에서는 기본적으로 방어의 심층(Defense-in-Depth) 개념을 적용한다. 이는 여러 겹의 안전 장치와 절차를 두어 하나라도 실패하더라도 여분의 방어막이 작동하여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www.nuclear-power.com) (www.nuclear-power.com). 이중 삼중의 안전 시스템으로 핵심 장비(냉각재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등), 제어 시스템, 비상 전원 시스템, 격납 건물 등이 연계되어 있다. 고장이나 사고 시에도 자동으로 핵분열을 정지시키고 냉각재를 공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장 핵심적인 안전 장치 중 하나는 제어봉(Control Rod)이다. 제어봉은 은(Ag), 붕소(B), 하프늄(Hf) 등 중성자 흡수율이 높은 물질로 만들어진다 (e-policy.or.kr). 사고 징후가 감지되면 제어봉은 반응로 내부로 낙하하여 중성자를 흡수함으로써 핵연쇄반응을 즉시 감속 또는 정지시킨다. 예를 들어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도 모든 제어봉이 신속히 원자로에 삽입되어 핵분열 반응을 멈추는 안전정지(scram) 기능이 중요하다 (e-policy.or.kr). 즉시 방출된 중성자가 핵분열을 일으킬 기회를 없애서 연쇄반응을 억제한다. 이 과정은 단 1초 이내에 완료되어야 하므로, 제어봉 구동 시스템과 중력 낙하 방식이 매우 신속히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다른 핵심 안전장치는 격납건물(Containment Building)이다. 수축성 콘크리트와 강철 구조물로 완벽하게 밀폐된 격납건물은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다. 사고로 냉각계통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방사성 증기가 누출되더라도 격납건물이 일차 방벽 역할을 해 대기 중으로의 확산을 차단한다. 이러한 다중 방벽 체계 덕분에, 가압경수로(PWR)에서는 1차 냉각계통(원자로 노심)을 둘러싸는 격납건물이 방사능 확산을 위해 설계되어 있다 (www.nuclear-power.com) (www.sciencedirect.com). 방사성 누출 방지를 위해 1차회로의 물은 원자로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터빈이나 증기발생기 등 2차회로는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는다 (www.sciencedirect.com).
이외에도 원자로에는 비상 냉각 시스템(Emergency Core Cooling System, ECCS), 비상 발전기, 필터 시스템 등의 여러 설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냉각재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ECCS가 작동해 냉각수를 비상 공급하여 연료봉 과열을 방지한다 (www.nuclear-power.com). 방전구가 단선되거나 계측기 고장 시에는 즉시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냉각 및 제어를 유지한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안전장치는 방사성 물질 유출을 억제하고 인체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의 발전
원자로의 작동 원리
원자로는 앞서 설명한 핵분열 반응으로 얻은 열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다. 핵연료(보통 우라늄 산화물(UO_2) 펠릿 형태)는 수직으로 배열된 연료봉에 넣어 원자로 압력용기 내부에 배치된다 (www.sciencedirect.com) (techex.co.kr). 원자로 노심에서는 중성자에 의해 핵분열이 계속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한다. 노심 주변에는 경수나 중수 같은 냉각재가 흐르며 분열 에너지를 흡수한다. PWR(가압경수로) 시스템에서는 사용된 냉각재가 고압 상태로 보일러까지 순환하며 열을 이동시킨다 (www.sciencedirect.com) (techex.co.kr). 고압으로 유지된 1차 회로의 물은 끓지 않고 열을 전이해 증기발생기로 보낸다. 증기발생기에서는 2차 회로의 물을 가열해 증기로 전환시킨 후,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발전기를 구동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핵연료의 분열 열 → 1차 냉각재(고압물) → 증기발생기로 전달 → 2차 냉각수 증발 → 증기 터빈 구동 → 발전기 작동의 과정을 거친다 (www.sciencedirect.com) (www.sciencedirect.com).
한편 BWR(비등경수로) 원자로는 PWR과 다르게 1차 회로에서 직접 물을 끓이는 구조다 (www.sciencedirect.com). 즉, 원자로 내부에서 냉각수가 끓어 발생되는 증기를 바로 터빈으로 보낸다. 이 방식은 1·2차 계통 분리가 없어 설계가 단순하고 열효율이 약간 높으나, 증기 터빈 계통까지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난이도가 커진다 (www.sciencedirect.com) (www.sciencedirect.com). 한국의 신고리·신한울과 같은 대표적인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PWR 방식을 채택해, 방사능 노출 위험을 줄이고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techex.co.kr).
노심 내부에는 제어봉 외에도 감속재(주로 물)가 분포하여 중성자를 둔화시킨다 (www.sciencedirect.com). 압력용기 내부 압력은 수십 기압(예: 약 15MPa) 정도로 유지되며, 이를 통해 물은 300°C가 넘어도 끓지 않고 액체를 유지하며 반응로를 냉각한다. 이렇게 확보된 열은 다시 2차 회로로 전달되어 증기발생기에서 증기로 변화된다 (www.sciencedirect.com). 증기는 발전용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 후에는 냉각 후에 다시 물로 되돌려 순환시킨다 (www.sciencedirect.com). 이 일련의 과정에서 열기관의 사이클과 유사하게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다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한다.
전력 생산에서의 역할
원자로는 전력 생산을 위해 설계된 대형 열기관으로, 핵분열로 얻은 열을 안정적으로 발전소 전력망에 공급한다. 2023년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는 총 2602 TWh의 전력을 생산하여 전 세계 전력의 약 9%를 차지했다 (world-nuclear.org) (world-nuclear.org). 이는 석탄이나 가스 발전 보다 적은 비중이지만, 온실가스 배출 없는 저탄소 전력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원자력 발전은 440여 기의 가동 원자로로 약 9%의 전기를 생산 중이며, 이 중 한국은 26기(약 25.6 GW)를 운영하여 전체 전력의 3분의 1 정도를 원자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world-nuclear.org) (world-nuclear.org).
발전 방식 측면에서, 발전소 한 기당 출력은 수백 MW에서 여러 GW급으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표준형 PWR은 약 1000 MWe(메가와트 전기)급으로 설계되어 있다. 발전소는 1차회로에서 발생한 고열의 증기로 2차회로의 터빈을 돌리는데, 터빈 1기가 완전 가동되면 수천 톤의 물을 분당 가습시켜 수십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원자로는 연료를 많이 보급하지 않아도 오랜 기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출력 조절 범위가 커 부하 추종 운전도 가능하다 (techex.co.kr) (techex.co.kr).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초기 건설비와 연료비, 운영 유지비 등으로 판단된다. 건설 비용은 비교적 높으나, 연료(우라늄)는 작지만 강력한 에너지원을 제공하여 장기간 저렴하게 운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자력 연료의 에너지밀도는 석탄보다 백만 배 이상 높아(1g 우라늄 연료로 수백만 kWh 생성) 연료 공급 측면에서는 효율적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은 운전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므로, 탄소세나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적 이점이 커진다. 실제로 세계 여러 국가는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원자력 유지·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world-nuclear.org) (www.carbonbrief.org).
환경적 관점에서도 원자력은 장·단점이 공존한다. 가동 시 대기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아 기후변화 저감에 유리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사고 위험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발전 효율은 다른 발전원과 비슷한 수준(30~35% 수준)이지만, 배출탄소량은 단위 전력당 4gCO₂e로 풍력이나 태양광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낮다 (www.carbonbrief.org). 이는 원자력이 실질적으로 저탄소 전력원임을 보여준다.
경제적 및 환경적 영향
원자력 발전은 장기적으로 전력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력 생산비를 낮추는 데 기여해 왔으며, 해외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world-nuclear.org). 예를 들어, 한국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원자력은 발전비용에서 발전 연료비 의존도가 낮아, 유가 상승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되었다. 또한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기자재 보강 및 설비 개선 등이 이루어져, 장기 운전이 경제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초기 투자와 규제 비용, 안전 대책 유지비에 민감하다. 한 기의 원전 건설비는 수조원 단위로 매우 크며, 건설 기간도 5~10년에 달한다. 따라서 건설비 부담, 투자 위험, 향후 탈원전 정책 변화 등 정치·사회적 변수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진다. 예컨대 일부 국가에서는 건설 지연과 사고 리스크로 인해 원전 건설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
환경 측면에서는, 원자력 발전이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지만 방사성폐기물은 장기 관리가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에는 장반감기 핵종이 포함되어 있어 수만 년 동안 안전하게 격리해야 한다. 현재 미국,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는 지하 심층 처분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www.ans.org). 반면 독일은 2023년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함으로써 방사성폐기물 국가 관리만을 미래 과제로 남기게 되었다 (www.cleanenergywire.org). 이런 점들은 원자력 정책과 경제성 평가 시 반드시 고려된다.
역사적 배경
핵분열 발견의 역사
원자핵 분열 발견은 1930년대 말의 획기적인 과학적 성취였다. 1938년, 독일의 오토 한(OTTO HAHN)과 프리츠 스트라스만(Fritz Strassmann)은 우라늄에 중성자를 쏘아 실험하던 중 바륨 같은 가벼운 원소가 생성됨을 발견했다 (www.energy.gov) (www.britannica.com). 이 현상은 당시 알려지지 않은 핵반응이었으며, 한과 스트라스만은 이를 정밀히 조사했다. 당시 실험 결과를 해석한 오스트리아의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와 그녀의 조카 오토 프리시(Frisch)는 이 과정을 “핵분열(fission)”이라 명명하고 이론적으로 해석했다 (www.britannica.com) (www.britannica.com). 마이트너-프리시는 우라늄 핵이 두 개의 중간 핵종(바륨 등)으로 갈라지면서 에너지가 방출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기존 제논보다 훨씬 더 무거운 핵물이 갈라진다는 파격적인 발견이었다 (www.britannica.com) (www.britannica.com).
이와 거의 동시에 미국에서는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와 동료들이 원자로를 설계하여 인공중성자 낙하를 통한 핵반응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1942년 12월 2일, 페르미는 시카고대학 구장의 스포츠시설 지하에 최초의 인공원자로 ‘시카고 파일(Chicago Pile-1, CP-1)’을 지어 세계 최초로 인간이 제어 가능한 연쇄 핵분열 반응을 성공시켰다 (www.ans.org). 이 체르는 우라늄 연료와 흑연 중성자 감속재를 이용해 임계상태를 달성했고, 실험팀은 연쇄반응을 시작해 종료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핵분열을 이용한 인공 에너지 생산 시대가 열렸으며, 전후에는 원자력 발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주요 과학자와 발견
핵분열 발견에는 여러 과학자가 기여했다. 앞서 언급한 오토 한과 프리츠 스트라스만뿐 아니라, 이 발견을 이론적으로 정식화한 리제 마이트너와 오토 프리시가 있다. 또한, 중성자 자체를 발견한 제임스 채드윅(James Chadwick, 1932년 노벨상 수상)은 핵분열 연구의 기초를 구축했고, 엔리코 페르미(1938년 노벨상)는 첫 인공 원자로 및 중성자 흡수 연구로 원자로 물리학 분야를 개척했다. 1940년대 동안 이론물리학자 니엘스 보어, 한스 베테 등도 핵 에너지 연구에 참여했다. 특히 보어와 프리시가 제안한 액체방울 모형은 원자핵의 긴장과 분열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 기틀을 제공했다. 이렇듯 핵분열과 원자력 연구에는 유럽과 미국의 여러 과학자들이 연계하여 이루어졌다.
잠시 전개된 과학 전쟁의 긴장 가운데, 핵분열 발견은 에너지원과 무기 기술 모두에 혁신을 가져왔다. 전후에는 핵분열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며, 첫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1950년대 영국과 소련에서 가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등에서도 원자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였다. 이처럼 핵분열 발견 역사는 1938년 독일에서의 실험을 기점으로, 국제 과학자들의 협업과 전쟁기술 경쟁 속에서 전기 발전 및 핵무기 개발로 이어진 다단계 과정이었다 (www.energy.gov) (www.ans.org).
핵분열의 기타 응용
의료 분야
핵분열과 방사성 동위원소는 의료 분야에서 진단과 치료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테크네튬-99m(Tc-99m)은 의학 영상 촬영용 방사성 표지자다. Tc-99m은 핵분열로 생산되는 몰리브데넘-99(Mo-99)의 붕괴 생성물로, 병원 핵의학에서 전 세계적으로 약 80%의 검사에 사용될 만큼 매우 중요하다 (www.ncbi.nlm.nih.gov). 이러한 방사성 의약품은 뼈, 심장, 뇌, 신장 등 다양한 장기의 기능을 영상으로 확인한다. 예를 들어 심장관상동맥 검사나 암 진단, 신장 기능 검사 등에 Tc-99m이 쓸모있다.
치료 분야에서는 요오드-131(I-131)과 코발트-60(Co-60) 등이 주로 쓰인다. I-131은 방사성 요오드로 갑상선암,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에 사용된다. I-131은 8일 정도의 반감기를 가지며 베타선과 감마선을 방출해 종양 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www.ncbi.nlm.nih.gov). Co-60은 핵분열량이 많은 일부 원자로(예: CANDU형의 캐나다 브루스 원전에 부가)에서 생산되며, 감마선 치료기(코발트 치료기)나 방사선 수술(감마나이프)용 방사선원으로 쓰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Co-60으로 의료 기기의 멸균 및 암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 (www.world-nuclear-news.org). 실제로 Co-60은 전 세계 40% 이상의 일회용 의료기기를 멸균 처리하는 데 필수이며, 소아 뇌종양 등 비침습적 암 치료에 사용된다 (www.world-nuclear-news.org).
뿐만 아니라 핵분열로 생성된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는 정형외과용 뼈 스캔, 종양 포도당 섭취 측정(PET 검사), 혈액 유량 측정, 흡수억제제(희토류) 등으로 응용된다. 예를 들어, 포도당 대사를 추적하는 플루오르-18은 일반적으로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되지만, 그외 방사성 제스트로늄(Ze-133) 같은 기체 핵종은 가스 폐기능 검사에 쓰인다. 이처럼 핵분열은 인체 조직 속 기능을 시각화하고 병을 진단하는 핵의학의 근간이 된다 (www.ncbi.nlm.nih.gov) (www.ncbi.nlm.nih.gov).
산업적 활용
산업 현장에서도 방사성 동위원소는 비파괴검사와 재료 분석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방사선 투과 검사(감마 선 촬영)는 대표적인 예로, 두꺼운 금속 부품이나 용접부의 결함을 검사하는 데 사용된다 (world-nuclear.org) (world-nuclear.org). 이는 기내 X-ray 검사와 유사한 원리로, 고에너지 감마선을 시료 한쪽에서 쏘아 반대편 필름에 투과 영상을 얻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배관 용접부의 내부 균열을 찾아내기 위해 배관 내부에 포장된 감마선 원(니켈-63이나 이리듐-192)을 이동시켜 노출시키면 외부 필름에 콘트라스트가 형성된다 (world-nuclear.org) (world-nuclear.org). 이렇게 얻은 영상으로 금속 내부의 결함이나 기공 등을 발견할 수 있어,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항공기 소재 검사 등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감마선 원은 전원이 필요 없고 휴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현장 접근성이 뛰어나다. 단, 스위치로 쉽게 차단할 수 없으므로 사용 후에도 항상 차폐해야 한다 (world-nuclear.org).
또한 방사성 추적자(Tracers)는 공정 엔지니어링에서 유체 흐름, 누설 유무, 마모 상태 등을 분석하기 위해 쓰인다 (world-nuclear.org). 예를 들어 화학 반응기나 정제 설비에서 소량의 방사성 동위원소(예: Cr-51, I-131 등)를 투입해 수시간 후 어떤 위치에서 동위원소가 검출되는지 분석하면, 배관 내 유체의 이동 경로와 혼합 효율을 알 수 있다. 이는 누설 감지나 공정 최적화에 활용된다 (world-nuclear.org). 특히 석유·가스 산업에서는 광범위한 지하유정 탐사나 공정 유동 실험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며, 포화도나 저류층 특성 파악에 도움을 준다.
농업 및 식품 분야에서도 방사선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건조 향신료나 곡물, 잡곡 등의 해충을 박멸하고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식품 조사(irradiation)를 적용한다 (world-nuclear.org). 감마선 조사 시설에서 방사선(주로 Co-60)으로 식품을 처리하면 살균, 숙성 지연, 발아 방지 효과가 있다. 전 세계 60개국 이상이 향료, 곡물, 과일 등에 대한 식품 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world-nuclear.org). 식품 조사는 화학적 보존료 대신 사용할 수 있어 국제 식품 무역과 위생 관리에 기여한다. 또한 질소-15나 인-32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해 비료의 식물 흡수율을 추적 분석하기도 한다 (world-nuclear.org). 질소-15을 ‘표지’한 비료가 뿌리까지 얼마나 흡수되는지 측정함으로써 비료 사용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진행된다.
이처럼 원자핵 분열과 그 부산물로 얻은 방사성 물질은 원자력 발전 외에도 의료, 산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생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핵분열 관련 주요 이슈
환경적 문제
원자력 에너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사고 위험으로 요약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장기간(수백 년~수만 년) 동안 격리 처분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많은 국가는 땅속 수백 미터 깊이에 영구 처분장을 건설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컨대 핀란드의 온칼로(Onkalo) 처분장과 스웨덴의 Forsmark 처분장은 2020년대 중반 가동을 목표로 시공 중이다 (www.ans.org). 여기에는 핵폐기물의 지층 이동을 방지할 수 있는 두터운 암석층 등 자연과 공학적 장벽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일본, 프랑스 등도 연구를 진행 중이나 아직 상용화 단계는 미미하다.
사고 관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1986년 소련(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다. 체르노빌에서는 원자로 노심이 폭발하면서 대기 중에 요오드131, 세슘137 등 방사성 핵종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후쿠시마에서는 쓰나미로 냉각 시스템이 마비되며 3기 원전이 연쇄적으로 녹아내렸다. 두 사고 모두 주변 환경을 장기간 방사성 오염시켰으며,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에서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방사능 배출지역(출입금지구역)이 설정되었다. 동물 및 생태계에 대한 장기 연구에 따르면, 인간 부재로 야생동물이 번성하는 영역도 관찰되었으나 일부 종은 방사선 영향으로 개체수 감소가 확인되었다 (news.mongabay.com). 이는 핵사고가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이종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 사고에는 원자로 설계 결함과 운영자의 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현대 원자로는 체르노빌에 있던 RBMK형과는 다른 안전 시스템과 음(陰)계수 특성을 갖는다. 특히 우리나라와 서구에서 쓰는 PWR/BWR은 급격한 폭주가 억제되는 설계가 기본이다. 설령 사고가 발생해도 격납건물이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며, 비상 냉각 시스템, 비상 발전기 등 다층 안전장치가 작동하여 피해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최근 수십 년간의 통계에서 가동 중 사고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원자력은 온실가스 배출 제로라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탄소 발자국 면에서 원자력 발전은 발전 생애주기 당 kWh당 약 4gCO₂e 수준으로, 풍력·태양광(각각 ~4~6g/kWh)과 비슷하게 낮다 (www.carbonbrief.org). 따라서 일부 환경 단체와 학계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관점 때문에 원자력의 환경적 평가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치 및 사회적 논쟁
원자력 발전은 정치·사회적으로도 뜨거운 논쟁 대상이다. 안전성, 폐기물, 경제성 등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갈린다. 몇몇 국가는 안전 우려로 탈원전(Phase-out)을 선언하였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직후 탈원전 계획을 가속화해 2023년 4월 15일 마지막 3기의 원자로를 모두 가동 중지시켰다 (www.cleanenergywire.org). 당시 우려와 달리 독일은 그 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높였고, 석탄 사용 감소로 오히려 CO₂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았다 (www.cleanenergywire.org) (www.cleanenergywire.org). 반면, 한국과 프랑스, 중국 등은 원자력을 계속 유지·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으나, 2022년 윤석열 정부는 목표를 수정해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world-nuclear.org). 국제적으로도 원자력 수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만큼, 원자력은 기술·외교 이슈와도 밀접하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국가별로 찬반이 상이하다. 최근 글로벌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46%가 원자력 발전 유지에 찬성하고 23%가 반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www.world-nuclear-news.org). 이는 많은 나라에서 원자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반대파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 폴란드, 러시아 등에서는 70%가 넘는 지지가 나왔고, 상당수 국가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www.world-nuclear-news.org) (www.world-nuclear-news.org). 그러나 여전히 일부 환경론자나 지역 주민은 방사능 누출 위험, 방폐장 선정, 무기 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한다. 즉,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와 환경 목표를 위한 수단인 동시에 안전, 경제, 윤리 차원의 고민을 동반하는 정치사회적 이슈인 것이다.
추가 자료 및 참고 문헌
- Department of Energy, DOE Explains: Nuclear Fission, U.S. DOE (에너지부 웹사이트).
- Gopalakrishnan 등, Nuclear Fission: Future Energy (2nd ed.), ScienceDirect (2014년).
- Nikolay Belyakov 등, Modern Nuclear Power Plant – Sustainable Power Generation (2019), ScienceDirect – “Pressurized Water Reactor.”
- World Nuclear Association, Global Nuclear Industry Performance (2024) (전 세계 원자력 산업 성과 보고).
- World Nuclear Association, Nuclear Power in the World Today (2023 업데이트).
- World Nuclear Association, Nuclear Power in South Korea (2025년 6월 업데이트) (world-nuclear.org).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시설과 원리: 제어봉,” 에너지정보문화재단 블로그 (2023) (e-policy.or.kr) (e-policy.or.kr).
- Encyclopædia Britannica, “Nuclear Fission,” Britannica (핵분열 설명) (www.britannica.com) (www.britannica.com).
- Jared Sagoff, “December 2, 1942: World’s first controlled nuclear chain reaction,” ANS Nuclear News (2022년 12월) (www.ans.org).
- National Academies Press (NRC Committee), Molybdenum-99 for Medical Imaging (2016) (www.ncbi.nlm.nih.gov) (www.ncbi.nlm.nih.gov).
- Martin Comben, “The critical production of cobalt-60 in nuclear reactors,” World Nuclear News (2023년 3월) (www.world-nuclear-news.org).
- World Nuclear Association, Radioisotopes in Industry (정보 자료) (world-nuclear.org) (world-nuclear.org).
- World Nuclear Association, Radioisotopes in Food & Agriculture (정보 자료) (world-nuclear.org) (world-nuclear.org).
- Hannah Ritchie 외, “Solar, wind and nuclear have ‘amazingly low’ carbon footprints” Carbon Brief (2017) (www.carbonbrief.org).
- Radiant Energy Group (Savanta), Public Attitudes toward Clean Energy (국제 여론조사 보고서, 2025) – 요약 출처: World Nuclear News (www.world-nuclear-news.org) (www.world-nuclear-news.org).
- Clean Energy Wire, “Q&A – Germany’s nuclear exit: One year after” (2024년) (www.cleanenergywire.org).
- ANS Nuclear News, “Deep geologic repository progress—2025 Update”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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