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모래에 잠식당하는 우리의 미래
사막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흔히 거대한 모래언덕이 농경지를 집어삼키는 극적인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막화의 진짜 모습은 훨씬 더 조용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위기다. 한때 비옥했던 땅이 생명력을 잃고 황무지로 변해가는 과정, 이것이 바로 사막화의 본질이다. 이 문제는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식량 가격의 변동,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서울의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황사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 있다.
국제연합(UN)이 ‘조용하고 보이지 않는 위기(silent, invisible crisis)’라고 명명한 이 현상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 중 하나다.1 본 기사는 사막화의 과학적 정의부터 최신 현황, 근본 원인과 다층적 영향,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과 구체적인 사례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메마른 땅이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한 경고에 귀 기울이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 글의 목표다.
1. 사막화란 무엇인가?: 정의와 본질
국제연합(UN)의 공식 정의와 오해 바로잡기
사막화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기존 사막이 물리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국제연합 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사막화를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건조, 반건조, 건성 아습윤 지역에서 발생하는 토지 황폐화”로 명확히 정의한다.1 핵심은 ‘사막의 확장’이 아니라 ‘생산적인 건조 지대의 기능 상실’에 있다.
이 정의는 문제의 본질을 지리적 위치가 아닌 ‘과정’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즉, 사하라 사막의 경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는 농업과 목축이 가능했던 스페인 남부나 중앙아시아의 초원 지대가 사막과 같은 불모지로 변해가는 과정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4 이러한 건조 지대(drylands)는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46% 이상을 차지하며 약 30억 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5 따라서 사막화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토지 자원의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광범위한 위기다.
생명의 기반을 잃다: ‘생물학적 잠재 생산력’의 상실
사막화의 과학적 본질은 토지가 지닌 ‘생물학적 잠재 생산력(biological potential productivity)’의 영구적 상실이다.7 생물학적 잠재 생산력이란 토양이 식물을 키우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인간에게 식량과 자원을 제공하는 근원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사막화는 이 능력이 파괴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생산력 저하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비와 바람에 의해 영양분이 풍부한 표토가 유실되고(토양 침식), 과도한 경작으로 토양의 유기물과 영양분이 고갈되며(지력 저하), 잘못된 관개로 염분이 축적되는(염류화) 현상 등이 모두 토지의 생물학적 생산력을 파괴하는 과정이다.8 일시적인 가뭄은 비가 오면 식생이 회복될 수 있지만, 사막화된 토지는 인간의 시간 척도 내에서는 다시 과거의 생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7
이러한 생산력의 상실은 단순히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구 생태계가 제공하는 필수적인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s)’의 연쇄 붕괴로 이어진다.
- 공급 서비스의 실패: 식량, 섬유, 목재, 깨끗한 물을 생산하는 능력이 사라져 식량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8
- 조절 서비스의 실패: 토양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저장고 역할을 하지만, 황폐화된 토지는 오히려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여 기후 변화를 가속화한다. 또한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능력을 잃어 홍수와 가뭄의 위험을 높인다.12
- 지지 서비스의 실패: 토양 형성, 영양염류 순환과 같은 생명 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들이 멈추게 된다.14
이러한 생태계 서비스의 붕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직결된다. 전 세계적으로 토지 황폐화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약 650억 달러에 달하며 15,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는 자연 자본 자체를 위협한다.16 결국 사막화는 농지를 잃는 문제를 넘어, 지구의 근본적인 생명 유지 시스템을 해체하는 전 지구적 경제 위기라 할 수 있다.
2. 침묵의 위기, 사막화 현황
숫자로 보는 전 세계 사막화
사막화의 심각성은 최신 데이터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현재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최대 40%가 이미 황폐화된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인류의 절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17
2024년 발표된 UNCCD의 획기적인 보고서 ‘건조해지는 땅의 지구적 위협(The Global Threat of Drying Lands)’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지구 육지의 77.6%가 그 이전 30년(1961-1990)에 비해 영구적으로 더 건조해졌을 가능성이 높다.19 이는 과거 습윤했던 430만
km2의 땅이 건조 지대로 변했다는 의미이며, 인도 면적보다도 넓은 규모다.19 토지 황폐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 축구장 4개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17, 역사적 속도보다 30배에서 35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20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약 32억 명의 인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1
| 지표 (Metric) | 수치 (Value) | 출처 (Source) |
| 전 세계 황폐화된 토지 비율 (Percentage of Degraded Land) | 최대 40% (Up to 40%) | UNCCD 18 |
| 영구적으로 건조화된 토지 (Permanently Drier Land, 1990-2020) | 지구 육지 면적의 77.6% (77.6% of Earth’s land) | UNCCD 19 |
| 토지 황폐화 속도 (Rate of Land Degradation) | 매초 축구장 4개 면적 (4 football fields per second) | UN 17 |
| 영향받는 인구 (Population Affected) | 약 32억 명 (Approx. 3.2 billion people) | FAO, IPCC 1 |
| 연간 경제적 손실 추정 (Estimated Annual Economic Loss) | 약 650억 달러 (Approx. USD 65 billion) | World Bank/GEF 15 |
기후 변화, 사막화를 가속하는 증폭기
기후 변화와 사막화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기후 변화는 사막화를 가속하는 강력한 증폭기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기온을 상승시키고 증발량을 늘려 토양 수분을 감소시킨다.1 또한, 강수 패턴을 교란하여 가뭄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간에 집중되는 폭우를 유발하여 심각한 토양 침식을 일으킨다.21 특히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는 사막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고 건조하게 변할 것으로 예측하며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음을 경고한다.24
이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작용하며 위험한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를 만든다.
- 기후 변화 → 사막화: 상승하는 기온과 불규칙한 강수는 토지를 황폐화시킨다.
- 사막화 → 기후 변화: 황폐화된 토지는 식생과 토양 유기물을 잃으면서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또한, 풀이나 나무가 사라진 밝은 색의 토양은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반사(알베도 증가)하여 지역의 에너지 균형을 바꾸고 강수를 억제하는 효과를 낳아 건조화를 더욱 심화시킨다.13
이 되먹임 고리의 가장 위험한 점은 회복 불가능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8 IPCC는 행동이 지체될수록 일부 지역의 토지 황폐화가 영구적으로 고착될 위험이 커지며, 토양 탄소 격리와 같은 해결책의 효과마저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21 이는 사막화가 단순히 관리 가능한 환경 문제를 넘어, 통제 불가능한 기후 재앙으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3. 무엇이 땅을 죽이는가?: 사막화의 원인
자연의 변덕과 인간의 발자국
사막화는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가속화된 사막화의 주된 책임은 인간 활동에 있다.
자연적 요인: 가뭄과 기후 변동
지구의 공전 궤도 변화와 같은 자연적인 기후 변동은 과거 수천 년에 걸쳐 사하라가 사바나에서 사막으로 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2 장기간 지속되는 가뭄 역시 사막화를 유발하는 주요 자연적 요인이다.10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이러한 자연적 과정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전례 없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위적 요인: 과잉 이용과 잘못된 관리
현대 사막화의 거의 모든 원인은 지속 불가능한 토지 이용 방식에서 비롯된다.
- 과도한 방목 (Overgrazing): 가축이 식생의 재생 속도보다 더 빨리 풀을 뜯어 먹고, 가축의 발굽이 토양을 단단하게 다져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고 침식을 가속화한다.2
- 무분별한 삼림 벌채 (Deforestation): 땔감, 건축 자재, 농경지 확보를 위해 숲을 파괴하는 행위는 토양을 고정하던 나무뿌리와, 강한 햇빛과 비로부터 토양을 보호하던 수관을 제거하여 토양 유실을 급격히 증가시킨다.20
- 지속 불가능한 농업 (Unsustainable Agriculture): 단일 작물 재배, 경작지 휴경 중단, 과도한 쟁기질, 화학 비료와 농약의 남용 등은 토양의 유기물과 영양분을 고갈시켜 토지를 척박하게 만들고 침식에 취약하게 한다.2 특히 건조 지역에서의 부적절한 관개는 토양에 염분을 축적시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땅으로 만든다.7
이러한 인위적 요인들의 배경에는 ‘빈곤-황폐화의 덫(poverty-degradation trap)’이라는 사회경제적 악순환이 존재한다. 건조 지대에 거주하는 인구의 90% 이상이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20 이 지역의 사람들은 빈곤과 인구 압력으로 인해 생존을 위해 단기적인 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당장의 땔감을 위해 마지막 남은 나무를 베고, 좁은 땅에서 더 많은 가축을 키우며 토지를 혹사시킨다.6 이러한 행위는 토지 생산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빈곤을 심화시켜 더욱 절박하고 지속 불가능한 토지 이용을 부추긴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사막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빈곤, 인구, 자원 분배와 얽힌 복합적인 개발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4. 메마른 땅의 비극: 사막화의 다층적 영향
사막화의 영향은 황폐해진 토지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 파장은 경제, 사회, 생태계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비극을 낳는다.
경제적·사회적 충격: 빈곤, 갈등, 그리고 이주
사막화는 인간 사회의 기반을 뿌리부터 흔든다.
- 경제적 충격: 농업 및 목축 생산성의 저하는 식량 생산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와 국가 GDP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 중간 정도의 가뭄은 GDP 성장률을 0.39%p, 극심한 가뭄은 0.85%p 감소시킨다.29 실제로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건조화 현상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GDP를 12%, 아시아 국가들의 GDP를 2.7%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19
- 사회적 충격: 토지 황폐화는 빈곤을 심화시키고, 약 2억 5천만 명에게 직접적인 식량 불안을 야기하며 영양실조를 확산시킨다.1 물, 목초지와 같은 희소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사회 내, 혹은 국가 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결국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환경 난민’이 되어 도시로 이주하며, 이는 급격한 도시화, 슬럼 형성, 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진다.1 2045년까지 최대 1억 3,500만 명이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27
생태계의 붕괴와 환경 재앙
사막화는 생태계의 회복력을 파괴하고 광범위한 환경 재앙을 초래한다.
- 생물다양성 손실: 식생이 사라지고 토양이 척박해지면서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고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다.19
- 물 부족 심화: 지하수층이 고갈되고 지표수가 빠르게 증발하면서 식수와 농업용수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다.27
- 모래·먼지 폭풍(Sand and Dust Storms, SDS) 증가: 황폐화된 토양은 바람에 쉽게 날려 거대한 모래·먼지 폭풍의 발원지가 된다. 최근 수십 년간 모래·먼지 폭풍의 빈도와 강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으며, 매년 약 20억 톤의 먼지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18 이 먼지는 수천 km를 이동하여 발생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대기 질을 악화시키고,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며, 항공·운송·제조업 등 사회 기반 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6
결론적으로 사막화는 단일 문제가 아닌 ‘위협 증폭기(threat multiplier)’로서 기능한다. 빈곤, 분쟁, 공중 보건 위기, 기후 변화 등 기존의 위기들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 영향은 국경을 초월하는 ‘초국경적 위기’의 성격을 띤다. 몽골 고비 사막의 먼지가 한국의 대기 질에 영향을 미치고 32, 아프리카 사헬 지역의 환경 난민이 유럽의 정치적 안정을 흔들 수 있다. 이는 사막화 문제가 더 이상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강력하고 체계적인 국제 협력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5. 희망을 심는 노력: 사막화 방지 대책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류는 사막화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중심에는 국제 사회의 약속인 UN 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있다.
국제 사회의 약속, 사막화방지협약(UNCCD)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되어 1994년 채택된 UNCCD는 환경과 개발을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와 연결하는 유일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이다.3 현재 197개 당사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35, 국가별 행동 계획과 국제 협력을 통해 사막화를 방지하고 가뭄 피해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37 UNCCD의 가장 큰 특징은 ‘상향식(bottom-up)’ 접근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가 토지에 직접 의존하며 살아가는 지역 주민, 농민, 그리고 특히 여성에게 있다고 보고,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3
‘토지 황폐화 중립(LDN)’을 향한 전 지구적 목표
UNCCD의 2018-2030 전략 프레임워크의 핵심 목표는 ‘토지 황폐화 중립(Land Degradation Neutrality, LDN)’을 달성하는 것이다.3 LDN이란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를 지탱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토지 자원의 양과 질이 특정 시공간적 규모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39
LDN은 단순히 황폐화된 땅을 복원하는 것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마치 금융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과 유사한 ‘대차대조표’ 접근 방식이다. 목표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지라는 자산의 총 가치가 감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계층적 대응 전략을 따른다.39
- 회피(Avoid):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는 현재 건강한 토지가 더 이상 황폐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 저감(Reduce): 이미 황폐화가 진행 중인 토지에 대해서는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 기법을 도입하여 그 속도를 늦추고 상태를 개선한다.
- 복원(Reverse): 과거에 이미 황폐화된 토지는 적극적인 복원 노력을 통해 생산적인 상태로 되돌린다.
이러한 접근법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수습하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예방과 관리를 통합하는 사전적이고 전략적인 틀을 제공한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131개국이 LDN 목표 설정에 동참하며 이 새로운 비전을 향한 전 지구적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18
6. 현장에서의 사투: 사례 연구
전 지구적 목표와 약속은 실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아프리카의 ‘그레이트 그린 월’과 한국이 참여하는 ‘한-몽골 그린벨트’ 사업은 사막화와의 싸움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그리고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프리카의 녹색 장벽: ‘그레이트 그린 월’ 프로젝트의 성과와 과제
2007년 아프리카 연합(AU) 주도로 시작된 ‘그레이트 그린 월(Great Green Wall, GGW)’은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헬 지역에 거대한 녹색 띠를 조성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41 2030년까지 1억 헥타르의 황폐지를 복원하고, 1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2억 5천만 톤의 탄소를 격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43
초기에는 문자 그대로 나무를 심어 ‘벽’을 만드는 구상이었지만, 현재는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종을 심고 전통적인 물 관리 기법을 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를 포괄하는 ‘녹색 모자이크’ 개념으로 발전했다.41 이미 2천만 헥타르 이상의 토지가 복원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두었으나, 프로젝트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수십억 달러의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실제 집행이 더딘 자금 문제, 프로젝트 대상 지역의 끊이지 않는 정치적 불안과 무력 분쟁,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해 심화되는 극심한 가뭄과 고온으로 나무 생존율이 저조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41
GGW 사례는 사막화 방지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자이(zai) 구덩이와 같은 토착 물 수확 기술 등 과학적 해법은 이미 존재한다.44 그러나 안정적인 거버넌스, 지속적인 자금 지원, 지역 사회의 안보와 주도적 참여가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과학적 계획도 실패할 수 있다. GGW의 고군분투는 생태 복원과 함께 평화, 안보, 경제 개발을 통합적으로 다루지 않고서는 사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전 세계에 던지고 있다.
몽골의 사막화와 한반도의 황사: ‘한-몽골 그린벨트’ 사업의 교훈
한반도에 매년 봄이면 찾아오는 황사는 한국의 대기 질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이 황사의 주요 발원지 중 하나가 바로 급격한 사막화를 겪고 있는 몽골의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이다.32 1940년 이후 평균 기온이 2.24°C 상승하는 등 기후 변화와 과도한 방목으로 인해 몽골의 사막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로 날아오는 모래·먼지 폭풍의 강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48
‘한-몽골 그린벨트 사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다. 2007년부터 2026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한국의 선진 조림 기술을 몽골에 전수하여 사막화를 방지하고 황사 발생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구분 (Phase) | 기간 (Duration) | 핵심 목표 (Key Goals) | 주요 성과 (Key Achievements) |
| 1단계 (Phase 1) | 2007-2016 | 사막화 방지 조림 및 기술 이전 (Desertification Prevention Forestry & Tech Transfer) | 3,046ha 조림, 83.8만 그루 식재, 8,000명 기술 교육 48 |
| 2단계 (Phase 2) | 2017-2021 | 도시숲 조성 및 정책 협력 (Urban Forest Creation & Policy Cooperation) | 울란바토르 40ha 도시숲 조성, 방문자 센터 건립 48 |
| 3단계 (Phase 3) | 2022-2026 | 산불 피해지 복구, 몽골 ’10억 그루’ 운동 지원 (Wildfire Restoration, Support for ‘Billion Tree’ Movement) | 산불 대응 시스템 구축 협력, 민관협력 조림 추진 48 |
이 사업은 단순한 환경 원조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의 국가 안보와 국민 건강을 위한 ‘환경 외교’의 성격을 띤다. 몽골의 사막화 방지에 투자하는 것은 곧 한국으로 유입되는 환경적 위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능동적인 방어 전략이다. 이처럼 국제 환경 협력은 자선 활동이 아니라, 자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임을 이 사례는 명확히 보여준다.
7. 미래를 위한 제언: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해
사막화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전략과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SLM)의 핵심 전략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Sustainable Land Management, SLM)는 LDN이라는 목표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SLM은 토지, 물, 생물다양성 등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장기적인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장하는 지식 기반 접근법이다.50 건조 지역에 적용 가능한 대표적인 SLM 기술은 다음과 같다.
- 혼농임업(Agroforestry): 농경지나 목초지에 나무를 함께 심어 토양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52
- 보전농업(Conservation Agriculture): 쟁기질을 최소화하고(무경운), 지표면을 농작물 잔여물로 덮어주며, 다양한 작물을 돌려짓기(윤작)하여 토양의 건강을 유지한다.14
- 물 수확 기술(Water Harvesting): ‘자이(zai)’ 구덩이나 반달 모양의 도랑을 파서 부족한 빗물을 모아 작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통 기술이다.44
- 통합 초지 관리(Integrated Rangeland Management): 가축의 수와 방목 시기를 조절하여 초지가 황폐화되지 않도록 관리한다.52
정책, 기술, 그리고 국제 협력의 방향성
이러한 기술들이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활성화 환경(enabling environment)’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15
- 정책: 각국 정부는 SLM을 국가 개발 계획의 주류로 편입하고, 지속 불가능한 농업에 대한 보조금을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토지에 대한 안정적인 권리, 즉 ‘토지 소유권 보장’은 핵심적인 정책 과제다. 농민과 지역 공동체가 자신이 경작하는 땅에 대한 장기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토양을 보전하고 개선하려는 장기적인 투자를 할 유인이 사라진다. 따라서 여성과 지역 공동체의 토지 소유권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강화하는 것은 모든 기술적 해결책이 성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전제 조건이다.3
- 금융 및 기술: 토지 복원에 투자하는 1달러가 최대 30달러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17 SLM이 비용이 아닌 투자임을 보여준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위성 기술을 이용한 토지 모니터링, 가뭄 저항성 품종 개발 등 혁신 기술의 공유와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
- 국제 협력: 사막화는 국경을 넘나드는 문제이므로, UNCCD와 같은 국제 협력 플랫폼을 통해 지식, 기술, 재원을 공유해야 한다.55 특히 가뭄 발생 후 위기를 수습하는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선제적 가뭄 복원력’ 구축으로 정책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57
결론: 우리의 선택에 달린 지구의 미래
사막화는 인간의 활동이 초래하고 기후 변화가 가속하는 복합적인 위기다. 그 영향은 단순히 메마른 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지구적인 식량 안보, 경제 안정, 정치적 평화, 그리고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며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 UNCCD를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노력, 토지 황폐화 중립(LDN)이라는 명확한 목표, 그리고 지속 가능한 토지 관리(SLM)라는 구체적인 해법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아프리카의 그레이트 그린 월과 한-몽골 그린벨트 사업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인류의 끈질긴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지구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토지를 단기적 이익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관리할 것인가. 사막화와의 싸움은 먼 땅의 풍경을 지키는 일을 넘어, 우리 공동의 미래, 즉 우리의 식량, 물, 기후, 그리고 안정을 지키는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전 지구적 연대와 책임감 있는 행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 2025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