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수소에너지인가?
인류는 지금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 문명은 전례 없는 풍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지구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생태계를 위협하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답으로 ‘수소에너지’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는 단순히 하나의 대체 연료가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혁신할 잠재력을 지닌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수소의 정의와 에너지원으로서의 중요성
수소(Hydrogen, 원소기호 H)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이루어진, 우주에서 가장 단순하고 풍부한 원소이다. 순수한 수소는 무색, 무취의 기체로 존재하며, 그 자체로는 에너지원이 아니다.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땅에서 바로 채굴하여 사용하는 1차 에너지가 아니라, 물이나 화석연료와 같은 화합물에서 에너지를 투입하여 분리해내야 하는 2차 에너지이다.
여기서 수소의 핵심적인 역할이 드러난다. 수소는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에너지 운반체(Energy Carrier)’**로서 기능한다. 이는 전기가 석탄, 원자력, 태양광 등 다양한 1차 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되어 전선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수소는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현존하는 연료 중 가장 높지만(
120MJ/kg), 상온·상압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여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이 기술적 핵심 과제로 꼽힌다. 무엇보다 수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직 순수한 물(
H2O)만을 배출하는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기후변화 시대, 수소에너지가 주목받는 이유
수소에너지가 다시금 부상한 배경에는 네 가지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탈탄소화(Decarbonization)의 시급성이다.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의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된다.
둘째, 재생에너지의 완벽한 파트너라는 점이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자연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하게 변동하는 간헐성(intermittency)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큰 걸림돌이 된다. 수소는 날씨가 좋을 때 생산된 잉여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여 생산·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연료전지 등을 통해 다시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 즉,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하고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거대한 ‘에너지 저장고’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통한 다재다능함이다. 전기화가 어려운(hard-to-abate) 산업 부문, 예를 들어 막대한 열에너지가 필요한 제철이나 석유화학 공정, 그리고 배터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장거리 운송 부문(대형 트럭, 선박, 항공기)은 탈탄소화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수소는 이들 분야에 직접적인 연료나 원료로 사용되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이처럼 수소는 전력, 산업, 수송 등 각기 다른 에너지 부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국가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넷째,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강화이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는 물과 재생에너지만 있다면 이론적으로 어디서든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게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수소는 단순히 하나의 연료를 넘어, 재생에너지 기반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완성하는 핵심 연결고리이자 시스템 안정화 장치로서 그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
수소 생산: 청정 에너지로 가는 첫걸음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성은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수소 생산 방식은 다양하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여러 ‘색깔’로 구분된다. 이는 수소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수소 생산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
수소는 생산 방식의 청정성에 따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색상으로 분류된다.
- 그레이 수소(Grey Hydrogen):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주원료인 천연가스(메탄,
CH4)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는 ‘수증기 메탄 개질(Steam Methane Reforming, SMR)’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생산 단가가 저렴하고 기술이 성숙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소 1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10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 블루 수소(Blue Hydrogen): 그레이 수소와 생산 방식은 동일하지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을 통해 제거한 수소이다. 그린 수소로 전환되기 전 과도기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탄소 포집 기술의 효율이 100%가 아니며, 포집 과정에 추가적인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된다는 한계가 있다.
- 그린 수소(Green Hydrogen):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얻은 전력을 이용해 물(H2O)을 전기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수전해(Water Electrolysis)’ 방식으로 생산된다. 생산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의 청정 수소’로 불리며,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메탄을 고온에서 열분해하여 고체 탄소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터쿼이즈 수소(Turquoise Hydrogen) , 원자력 발전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핑크/퍼플 수소(Pink/Purple Hydrogen) 등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 생산 방식 | 주원료 | 생산 원리 | CO2 배출량 (kgCO2eq/kgH2) | 추정 생산 단가 (USD/kgH2) | 기술 성숙도 | 주요 장단점 |
| 그레이 수소 | 천연가스 | 수증기 메탄 개질 (SMR) | 10 ~ 12 | 0.98 ~ 2.13 | 상용화 | 장점: 저렴한 비용, 대량생산 가능 단점: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 |
| 블루 수소 | 천연가스 | SMR + 탄소 포집 (CCUS) | 1 ~ 4 (포집 효율에 따라 변동) | 1.8 ~ 4.7 | 개발/실증 | 장점: 그레이 수소 대비 탄소 배출 저감 단점: CCUS 비용, 메탄 누출 문제 |
| 그린 수소 | 물, 재생에너지 | 수전해 (Electrolysis) | ~ 0 | 4.5 ~ 12 | 초기 상용화 | 장점: 탄소 배출 없음, 진정한 청정수소 단점: 높은 생산 비용, 재생에너지 변동성 |
| 터쿼이즈 수소 | 천연가스 | 메탄 열분해 (Pyrolysis) | ~ 0 (고체 탄소 발생) | 0.73 ~ 1.0 이상 | 연구/개발 | 장점: 탄소 배출 없음, 고부가가치 탄소 생산 단점: 높은 에너지 소모, 기술 미성숙 |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그린 수소 경제의 성패는 수전해 기술의 효율성과 경제성에 달려있다. 현재 상용화를 주도하는 수전해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알칼라인 수전해(Alkaline Electrolysis, AEC): 가장 오래되고 상용화된 기술로, 수산화칼륨(KOH) 등 알칼리성 전해액을 사용한다. 저렴한 니켈 기반 촉매를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지만,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부하 변동에 대한 응답 속도가 느려 재생에너지 연계에 일부 제약이 있다.
-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Polymer Electrolyte Membrane Electrolysis, PEMEC): 고체 고분자막을 전해질로 사용하여 구조가 간단하고,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전류 밀도를 자랑한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연계하기에 가장 적합하지만, 부식 환경에서 견디기 위해 백금(Pt), 이리듐(Ir) 등 고가의 귀금속 촉매를 사용해야 해 비용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 고체산화물 수전해(Solid Oxide Electrolysis, SOEC): 500~1000°C의 고온에서 수증기를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 기술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고온 작동에 따른 내구성 문제와 느린 기동 시간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다.
한편,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차세대 그린 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을 흡수하는 광전극을 이용해 물을 직접 분해하는 광전기화학(Photoelectrochemical, PEC) 기술이나 미생물의 광합성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수소 생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PEC 기술의 핵심인 광전극의 부식을 막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보호막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100시간 이상 구동 후에도 초기 성능의 85% 이상을 유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그린 수소 상용화를 한 걸음 앞당기는 중요한 연구 결과로 평가받는다.
생산 방식에 따른 경제성 및 환경 영향 분석
현재 수소경제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경제성이다. BloombergNEF(BNEF)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그린 수소의 글로벌 평균 생산 단가는 6.40/kg으로, 그레이 수소(2.13/kg)의 3배, 블루 수소(3.10/kg)의 2배 이상 비싸다. 이러한 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Hydrogen Energy Earthshot’ 이니셔티브를 통해 10년 내에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80% 절감하여
1/kg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의 색깔이 단순히 경제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복잡한 환경적 논쟁이 존재한다.
첫째, 블루 수소의 함정이다. 블루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탄소’로 분류되지만, 생산 원료인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이 누출될 수 있다. 메탄은 20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한 온실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의 누출만으로도 블루 수소의 친환경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둘째, 수소 자체의 간접 온실효과이다. 수소 분자(H2)는 직접적인 온실가스는 아니지만, 대기 중으로 누출될 경우 대기 중의 수산화 라디칼(OH)과 반응한다. 수산화 라디칼은 메탄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수소 누출량이 많아지면 메탄 분해에 사용될 수산화 라디칼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대기 중 메탄의 수명을 늘리고 간접적인 온난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주기에서 누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수소의 색깔은 단순한 분류가 아닌, 경제성과 환경성 사이의 복잡한 트레이드오프를 담고 있다. 진정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동시에, 블루 수소의 메탄 누출과 모든 수소 인프라의 수소 누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소의 저장과 운반: 에너지 유통의 혁신
생산된 수소를 필요한 곳까지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수소경제의 혈관을 구축하는 일과 같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라는 특성 때문에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효율적인 저장 및 운송 기술 확보가 상용화의 핵심 관건이다.
수소 저장 기술: 기체, 액체, 그리고 고체의 가능성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 고압 기체 저장(Compressed Gaseous Hydrogen, CGH₂):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수소를 350~700 bar(대기압의 350~700배)의 고압으로 압축하여 특수 용기에 저장한다. 수소전기차의 연료탱크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방식은 기술 성숙도가 높고 충전·방전이 용이하지만, 압축에 에너지가 소모되고 무거운 고압 용기가 필요해 저장 효율에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탄소섬유 복합소재(Type IV) 탱크가 주로 사용된다.
- 액화 수소 저장(Liquid Hydrogen, LH₂): 수소를 영하 253°C라는 극저온으로 냉각하여 액체 상태로 만드는 방식이다. 기체 상태일 때보다 부피를 1/800로 줄일 수 있어 저장 밀도가 매우 높다. 대용량 저장 및 장거리 운송에 유리하여 수소 충전소, 선박, 항공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소를 액화시키는 데 막대한 에너지(수소 에너지의 약 30%)가 필요하고, 저장 중 열 유입으로 인해 일부가 자연 기화하여 손실(boil-off)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 고체 저장(Solid-State Storage): 금속수소화물(Metal Hydrides)과 같은 특정 고체 물질이 수소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 방식은 상온·상압에 가까운 조건에서 저장이 가능하고, 부피당 저장 밀도가 액화수소보다도 높아 매우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수소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속도가 느리고, 무거운 금속을 사용해야 하며,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이 많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륙을 넘나드는 수소 운반 전략: 파이프라인부터 암모니아까지
수소를 대규모로 운송하는 전략은 운송 거리와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구사된다.
- 파이프라인: 대량의 수소를 육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장기적으로 국가 수소 유통망의 근간이 될 기술이지만, 초기 건설 비용이 막대하다.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을 활용하는 방안이 경제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수소 원자가 작아 누설되기 쉽고 강철을 약하게 만드는 ‘수소 취성(Hydrogen Embrittlement)’ 문제가 있어 배관의 재질 변경이나 내부 코팅 등 기술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 튜브 트레일러: 고압 기체 수소를 실은 트럭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거리·소량 운송 방식이다.
- 액화수소 탱크로리/운반선: 액화수소를 극저온 단열 탱크에 담아 트럭이나 전용 선박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기체 운송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한 번에 옮길 수 있어 중·장거리 대용량 운송에 적합하다.
- 화학적 수소 캐리어: 수소를 다른 안정적인 화합물로 변환하여 운송한 뒤, 사용처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륙 간 장거리 해상 운송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암모니아(NH3):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상온에서 8.6 bar 정도의 압력만 가하면 쉽게 액화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유력한 수소 운반체로 각광받는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비료 등의 용도로 생산·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인체에 유독하고, 암모니아에서 다시 고순도 수소를 추출(cracking)하는 데 추가적인 에너지와 설비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있다.
-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톨루엔(Toluene)과 같은 특정 유기화합물에 수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LOHC는 상온·상압에서 안정적인 액체 상태를 유지하므로 기존의 유조선이나 탱크로리 등 석유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다. 하지만 수소를 저장하고 추출하는 과정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등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은 편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과제와 국제 표준 동향
수소에너지의 대중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가벼워 누출 시 빠르게 위로 확산되어 개방된 공간에서는 오히려 가솔린 증기나 LPG보다 안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기 중 4~75%의 넓은 농도 범위에서 폭발할 수 있고, 최소 점화 에너지가 매우 작아 작은 정전기에도 불이 붙을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수소 안전 기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째, 수소 누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고감도 센서 기술 개발이다. 둘째, 고압과 극저온 환경, 그리고 수소 취성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소재 및 부품 개발이다. 셋째, 만일의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폭 설계 및 안전장치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수소기술위원회(TC 197)를 중심으로 생산, 저장, 충전소, 연료전지 등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국제 표준 제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 표준을 바탕으로 자국의 실정에 맞는 법규와 안전 기준(예: 미국 OSHA 규정 1910.103)을 마련하여 수소산업의 안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수소 활용: 산업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수소는 다재다능한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발전, 산업,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의 활용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는 곧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 발전, 저장, 그리고 P2G
- 발전(Power Generation): 수소를 활용한 발전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연료전지(Fuel Cell)**를 이용하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 발전 장치로, 소음과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어 도심 분산전원으로 최적이다. 둘째는 기존의 천연가스 터빈을 개조하거나 수소 전용으로 개발된
가스터빈을 통해 대규모 발전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발전 인프라를 활용하여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에너지 저장(Energy Storage): 수소는 장기간,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할 때 잉여 전력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여 저장해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할 때 연료전지나 수소 터빈을 통해 다시 전기로 변환하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의 활용률을 극대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P2G(Power-to-Gas): ‘전력을 가스로 변환한다’는 의미의 P2G는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으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기존 도시가스 배관망에 직접 주입하거나,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합성천연가스(e-methane)로 전환한 뒤 주입하는 기술이다.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별도의 수소 배관망 건설 없이도 기존 가스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여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섹터 커플링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산업 분야의 혁신: 제철, 석유화학의 탈탄소화
산업 부문, 특히 제철과 석유화학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수소는 이들 산업의 공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탈탄소화를 이끌 핵심 열쇠이다.
- 수소환원제철(Hydrogen-based Steelmaking): 전통적인 용광로(고로) 방식은 철광석(Fe2O3)을 녹이기 위해 석탄을 가공한 코크스(C)를 환원제로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코크스 대신 수소(H2)를 환원제로 사용하여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공법이다. 이 공정에서는 이산화탄소 대신 순수한 물(H2O)만 배출되므로, ‘그린 스틸(Green Steel)’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는 전 세계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유력한 경로로 꼽힌다.
- 석유화학(Petrochemicals):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원유 정제 과정의 탈황 공정이나 암모니아·메탄올 생산에 막대한 양의 수소를 원료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된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 수소였다. 이 공정들에 사용되는 수소를 그린 수소나 블루 수소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석유화학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나아가 그린 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결합하여 플라스틱, 합성연료 등 친환경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e-케미컬’ 시대를 열 수 있다.
교통 분야의 미래: 수소차, 선박, 항공의 현재와 미래
수소는 내연기관을 대체하여 수송 부문의 무공해 시대를 열 주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육상 운송(Land Transport): **수소전기차(FCEV)**는 배터리 전기차(BEV)와 함께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FCEV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구동하며, BEV 대비 충전 시간이 5분 내외로 짧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장거리 주행이 잦은 승용차나, 운행 시간이 길고 무거운 짐을 실어야 하는 버스,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서 특히 경쟁력이 높다.
- 해상 운송(Shipping): 전 세계 교역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해운 산업은 국제적인 탄소 감축 압박에 직면해 있다. 장거리 대형 선박은 배터리만으로 구동하기 어려워, 수소나 수소 기반 연료가 가장 현실적인 무탄소 선박 연료로 꼽힌다. 특히 운송과 저장이 용이한 그린 암모니아나 액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엔진 및 연료전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항공 운송(Aviation): 항공 분야는 가장 탈탄소화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단기적으로는 바이오연료나 합성연료(e-fuel)가 대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액화수소를 직접 연소하는 터빈 엔진이나 연료전지를 활용한 전기 추진 방식의 수소 항공기가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액화수소는 부피가 커 연료탱크 설계 등 항공기 구조의 근본적인 변경이 필요하며, 높은 고도에서 수증기 배출이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다.
한국의 활용 사례: 두산, 현대, 포스코의 도전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소 활용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두산,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는 각자의 주력 사업 영역에서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두산(Doosan):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의 글로벌 선두주자다. 두산퓨얼셀은 인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신인천 빛드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78.96MW)**에 핵심 기자재인 인산형 연료전지(PAFC)를 공급하여 수도권 25만 가구에 친환경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율이 더 높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양산을 시작하고, 바이오가스를 활용하거나 탄소포집 기술을 결합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Motor Group): 수소 모빌리티 분야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2018년 2세대 수소전기 SUV **’넥쏘(NEXO)’**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넥쏘는 유럽 누적 판매 1,000대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보였으나, 최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판매량은 주춤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XCIENT)’**를 양산해 스위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며 상용차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수소 사업 브랜드를 ‘HTWO’로 통합하고, 폐기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W2H), 수소 트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AAM)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수소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 포스코(POSCO): 한국 제조업의 심장인 철강 산업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모든 철강 생산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담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독자적인 유동환원로 기술(FINEX)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HyREX(Hydrogen Reduction Ironmaking)’ 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상용화 실증 플랜트를 완성하고, 이후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를 단계적으로 HyREX 설비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공정 개선을 넘어, 지난 반세기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철강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인 도전이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한국의 수소경제 전략이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기존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활용하여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즉,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수소를 ‘활용’하는 첨단 기술(연료전지, 수소차, 그린 스틸)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것이다.
수소에너지의 경제적 파급 효과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환경적 가치를 넘어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미래 수소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수소 시장 전망과 주요국의 전략
글로벌 수소 시장은 향후 1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전망치에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2024년 약 1,800억~2,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34년에는 4,700억~6,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어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Global Hydrogen Review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수소 수요는 9,700만 톤에 달했지만, 이 중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 수소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저탄소 수소의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이는 수소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 시 kg당 최대 3달러의 파격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글로벌 수소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 **유럽연합(EU)**은 ‘Fit for 55’ 패키지와 ‘REPowerEU’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1,000만 톤의 그린 수소를 역내에서 생산하고 1,000만 톤을 수입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유럽수소은행(European Hydrogen Bank)을 설립하여 경매를 통해 그린 수소 생산을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추진 중이다.
-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전해 설비 생산과 수소차 보급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은 에너지 패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에너지 전환의 지정학(Geopolitics of the Energy Transformation)’ 보고서를 통해,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국가(호주, 칠레, 중동 등)가 미래의 ‘그린 수소 수출 강국’으로 부상하며 기존 산유국 중심의 에너지 질서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수소경제 로드맵과 경제적 기대효과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수소경제를 에너지 안보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국가적 비전을 제시했고,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제정하여 안정적인 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수소경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2040년까지 43조 원의 부가가치와 42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산업에 버금가는 새로운 경제 축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로드맵의 핵심 목표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중이다.
| 구분 | 2022년 목표 | 2030년 목표 | 2040년 목표 | |
| 수소차 누적 보급 | 8.1만 대 | 30만 대 (상용차) | 620만 대 | |
| 수소충전소 | 310개소 | 660개소 이상 | 1,200개소 이상 | |
| 발전용 연료전지 | 1.5 GW (내수 1GW) | 8 GW | 15 GW (내수 8GW) | |
| 수소 공급 가격 | 6,000원/kg | – | 3,000원/kg | |
| 출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및 관련 정부 발표 자료 재구성 |
최근 정부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를 도입하여 발전사들이 일정 비율 이상을 수소 발전으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고,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하는 등 수소 수요 창출을 위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의 수소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2억 달러에서 2035년에는 53억 달러 이상으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수소경제의 도전 과제와 극복 방안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수소경제로 가는 길은 여러 도전 과제들로 가득 차 있다.
- 높은 비용과 경제성 부족: 현재로서는 그린 수소의 생산 단가부터 저장·운송 비용, 활용 기기(연료전지 등) 가격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비용이 높다. 이는 수소경제 확산의 가장 근본적인 장벽이다.
- 해결 방안: 수전해, 액화, 연료전지 등 핵심 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하여 기술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을 이뤄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정부의 보조금 및 세제 지원이 필수적이다.
- 인프라 부족의 딜레마: 수소 생산, 유통, 활용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충전소, 액화 플랜트 등 핵심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소차가 있어도 충전소가 없고, 충전소를 지어도 수소차가 없어 수익이 나지 않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가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 해결 방안: 정부와 공공 부문이 초기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선행 투자하여 민간 투자를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하여 도심지 충전소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기존 가스 배관망을 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 기술적 불확실성과 표준 부재: 수전해 효율, 저장 소재의 성능, 수소 캐리어 기술 등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들이 많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청정수소의 기준, 탄소 배출량 산정 방식 등에 대한 국제 표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아 국가 간 거래에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 해결 방안: 산·학·연 협력을 통한 핵심 기술 R&D에 집중하고, 국제 표준 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내 기술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사회적 수용성 확보: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일부 대중의 막연한 불안감은 수소 충전소 등 관련 시설이 우리 주변에 들어서는 것을 막는 ‘님비(NIMBY)’ 현상의 원인이 된다.
- 해결 방안: 수소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안전 관리 기술에 대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체험관 운영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소통을 강화하여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결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수소의 역할
수소에너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현실적인 경로가 되었다.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이러한 도전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거대하고 명확하다.
수소에너지가 열어갈 미래 사회의 모습
수소경제가 성공적으로 구현된 사회는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일 것이다. 공장 굴뚝에서는 매연 대신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도심의 자동차들은 물만 배출하며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태양과 바람이 만들어낸 에너지는 수소의 형태로 저장되어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를 바꾸는 것을 넘어, 탄소 배출 없는 산업 구조, 건강한 도시 환경, 에너지 자립을 이룬 국가 경제라는 사회 전반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울산, 안산, 전주·완주 등의 ‘수소 시범도시’는 이러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미리 구현하고 검증하는 중요한 테스트베드로서 기능하고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제언
수소경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수소 기술과 인프라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흔들림 없는 정책 로드맵을 제시하여 민간 부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 기술 R&D 강화가 필요하다. 수전해, 액화 및 암모니아 변환, 연료전지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핵심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하여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미래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기술 종속을 피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결 과제이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제 협력 확대가 시급하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하여 그린 수소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호주, 중동, 칠레 등 그린 수소 생산 잠재력이 큰 국가들과 선제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청정수소 인증제 등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무역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한국의 민관 협의체인 **H2KOREA(수소융합얼라이언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넷째, 수요 창출을 통한 초기 시장 형성이 중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수소 버스, 트럭, 선박 등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와 같은 제도를 통해 안정적인 초기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소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지금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도전이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 에너지 지형과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 수소차는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A: 수소전기차(FCEV)는 전기차(BEV)에 비해 충전 시간이 5분 내외로 매우 짧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장거리 운행이나 상용차에 유리합니다. 반면,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차량 가격과 수소 연료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충전 시간이 길고 무거운 배터리로 인해 차량 무게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 Q: 수소는 폭발 위험이 크다고 하는데, 정말 안전한가요? A: 수소는 가연성 기체이므로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가벼워 누출 시 빠르게 공중으로 확산되므로, 밀폐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곳에서는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수소전기차의 연료탱크는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들어져 총격이나 화재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국제적으로 매우 엄격한 안전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과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Q: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은 언제쯤 화석연료와 경쟁할 수 있을까요? A: 현재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은 그레이 수소보다 2~3배 비싸지만, 가격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수전해 설비 가격이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보조금 없이도 그린 수소가 그레이 수소와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을 2030년경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Q: 한국은 수소를 대부분 수입해야 한다는데,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없나요? A: 한국은 국토가 좁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부족하여 필요한 수소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수소는 호주, 중동, 칠레, 북아프리카 등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될 수 있으므로, 수입선을 다변화하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히려 특정 국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Q: 일반 가정에서도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가정용 연료전지를 설치하면 도시가스를 개질하거나 직접 수소를 공급받아 전기와 온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은 분산발전 시스템으로,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절약하고 정전 시 비상 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수소 배관망이 확충되면 도시가스처럼 각 가정에 수소가 직접 공급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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