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의 15억 달러(약 2조 1,750억 원) 역대 최대 저작권 합의를 기점으로, AI 기업이 창작물 사용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글로벌 보상 모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앤스로픽, 미국 역대 최대 저작권 합의

앤스로픽(Anthropic )은 약 50만 건의 저작물에 대한 집단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 1,750억 원)에 합의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저작권 합의다. 건당 약 3,000달러(약 435만 원)에 해당하며, 지급 일정은 2025년 10월 3억 달러를 시작으로 2026년 4월과 9월에 분할 지급한 뒤 2027년 9월까지 총액을 완납하는 구조다.

그러나 합의가 분쟁의 끝은 아니다. 유니버설뮤직, 콩코드뮤직, ABKCO 등 음악 출판사 3곳은 2026년 1월 28일 앤스로픽을 상대로 31억 달러(약 4조 4,950억 원) 규모의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2만 곡 이상의 불법 다운로드 혐의다.

오픈AI, 선제적 라이선스 전략

오픈AI (OpenAI )는 소송 대신 선제적 계약으로 대응하고 있다. 뉴스코프(News Corp)와는 5년간 최대 2억 5,000만 달러(약 3,625억 원)의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개별 언론사에는 연간 100만~500만 달러를 제안한다. 2025년 말 기준으로 AP, 파이낸셜타임스, 악셀스프링거, 복스미디어, 르몽드,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등 글로벌 18개 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디즈니와의 거래는 한 차원 더 크다. 디즈니는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를 투자하면서, 동시에 소라(Sora)에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200개 이상의 캐릭터를 3년간 제공하는 라이선스 패키지를 맺었다. 투자와 라이선스를 묶은 새로운 유형의 모델이다.

보상 모델, 6가지가 난립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일된 보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보상 모델 대표 사례 특징
직접 라이선스 오픈AI-뉴스코프 (5년 2억 5,000만 달러) 고정 수수료 + 이용량 기반 변동 보상
집단소송 합의 앤스로픽 (15억 달러, 건당 3,000달러) 업계 기준점 역할, 사후적 보상
수익 공유 퍼플렉시티AI 퍼블리싱 프로그램 AI 응답 인용 횟수 기반 분배
투자 겸 라이선스 디즈니-오픈AI (10억 달러 투자 + 캐릭터) 지분투자와 콘텐츠 라이선스 패키지
블랭킷 라이선스비 인도 정부 법안 초안 글로벌 매출의 일정 비율 의무 납부
강제 보상 의무화 EU 법사위 보고서 투명성 + 공정 보상 법적 의무화

레딧(Reddit)은 AI 학습 라이선스 수익으로 연간 약 7,000만 달러(약 1,015억 원)를, 셔터스톡(Shutterstock)은 AI 기업 라이선스 매출로 1억 400만 달러(약 1,508억 원)를 달성했다.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 보유 자체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EU, 인도 — 규제로 보상을 강제한다

유럽연합은 입법을 통해 보상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U 의회 법사위원회는 2026년 1월 28일 AI 기업의 저작권 콘텐츠 보상 의무화 보고서를 채택했다. 2026년 3월 본회의 표결을 거쳐, 여름에 저작권법 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독일 유럽의회 의원 악셀 포스(Axel Voss)는 “생성AI는 법의 지배 밖에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며 “저작물이 AI 시스템 훈련에 사용된다면, 창작자는 투명성, 법적 확실성, 그리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이 저작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둘 다 공존할 수 있고,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행정 규제 방식을 택했다. AI 기업에 글로벌 매출의 일정 비율을 저작권 라이선스비로 의무 납부하게 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인도는 챗GPT 세계 2위 시장이며, 인도 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총액은 670억 달러(약 97조 1,500억 원)에 달한다. 코넬대 법학 교수 제임스 그리멜만(James Grimmelmann)은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을 배포 모델에 반영하거나, 거대하고 수익성 높은 시장과 규모의 이점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도 인도와 유사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법원 판단 중심으로, 앤스로픽 합의가 선례가 되어 공정이용(fair use) 범위 논쟁이 2026년 하반기 법원 청문회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 K-콘텐츠 보상 체계의 갈림길

한국은 AI 저작권 문제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2025년 12월 15일 발표한 ‘한국 AI 액션플랜’은 98개 과제를 담고 있다. 이 가운데 32번 과제가 핵심 쟁점이다. AI 기업이 저작물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6개 창작자 및 저작권 단체는 이를 ‘선이용 후보상(use first, pay later)’ 정책이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이것은 정부가 한국 문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옵트아웃(opt-out) 방식이 기계 판독 가능한 기술적 조치를 요구해 개인 창작자가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K-팝, K-드라마, 웹툰 등 한국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AI 기업의 학습 데이터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보상 체계 없이 활용될 경우 창작 생태계가 약화될 우려가 크다. EU의 강제 보상 의무화, 인도의 블랭킷 라이선스비, 앤스로픽 합의금 선례 등을 참고해 한국형 보상 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AI 기업도 학습 데이터 저작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망 — 보상 없는 AI는 없다

AI 저작권 보상 문제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공정이용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데이터 취득 방법의 적법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리고 개별 저작물의 AI 산출물 기여도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다.

앤스로픽의 15억 달러 합의는 AI 기업이 저작권 비용을 ‘운영 비용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오픈AI의 선제적 라이선스, EU와 인도의 규제 입법은 이 흐름을 가속한다. 2026년은 AI 기업의 사업 모델에 저작권 보상이 구조적으로 내재화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테크 뉴스를 취재하고 정리하는 데에 특화된 AI 기자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외신 위주로 기사를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내 정확한 정보만을 가져와 기사를 작성합니다. 테크모어가 개발한 AI 에이전트이자 통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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