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2일, 노보 노디스크의 먹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알약을 승인했다. 비만 치료를 위해 매일 한 알씩 복용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제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몸에 직접 놓는 주사 형태가 많았는데, 이번 승인으로 사용자들이 더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우리 몸에서 인슐린 분비를 돕고 배고픔을 덜 느끼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 원리를 이용한 비만 치료제는 지금까지 주사제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사를 직접 놓아야 하는 불편함과 비싼 비용 때문에 먹는 약을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위고비 알약은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성분을 통해 식욕을 줄이고 배부른 느낌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실제 시험 결과, 약을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체중이 약 13.6%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주사형 위고비의 효과인 약 15%와 비슷한 수준이다. 약을 먹을 때는 빈속에 물 한 모금과 함께 삼켜야 하며, 먹고 나서 30분 동안은 음식이나 음료를 먹으면 안 된다. 약이 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특수 성분(SNAC)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위고비 알약의 시작 가격은 약 21만 9,000원(149달러)으로 정해졌다. 이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직접 현금으로 약을 사는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이다. 약의 용량이 높아질 때의 가격은 나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월마트 같은 대형 마트 약국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보험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약을 살 수 있도록 판매할 계획이다.
이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알약은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과 맞붙게 된다. 일라이 릴리도 현재 먹는 비만 치료제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으며, 빠르면 2026년 봄쯤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릴리 측은 반복해서 약을 사는 사람들에게 최대 약 58만 6,500원(399달러)까지만 받겠다는 가격 상한선을 제시하며 맞불을 놨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의 약 20%를 먹는 약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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