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와 웬디 슈미트 부부가 ‘슈미트 관측 시스템(Schmidt Observatory System)’을 발표했다. 이는 천문학 연구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도전이다. 민간 자금으로 망원경 네 대를 직접 짓고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라줄리(Lazuli)’가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에 발사되어 30년 넘게 우주의 신비를 밝혀왔다. 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는 개발하는 데 평균 25년이 넘게 걸리고 비용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실패를 피하려다 보니 과감한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민간 자금은 훨씬 유연하고 빠르다. 슈미트 부부의 프로젝트는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라줄리는 거울 지름이 3.1m로 허블보다 더 크다. 2028년 말에 우주로 나가 2029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타원 궤도를 돌게 된다. 수많은 통신 위성의 전파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라줄리는 외계 행성의 대기를 관측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점은 관측한 모든 데이터를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슈미트 관측 시스템에는 라줄리 외에도 지상 망원경 세 개가 더 있다. ‘아르고스 어레이(Argus Array)’는 작은 망원경 1,200개를 연결해 마치 거대한 망원경처럼 쓴다. 초신성 폭발 같은 사건의 전후 과정을 비디오를 되감듯이 살펴볼 수 있다. ‘DSA 라디오 망원경’은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스트리밍하는 양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 15분마다 우주의 전파 지도를 새로 그린다. 애리조나에 세워질 ‘LFAST’는 외계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민간이 이끄는 천문학은 개발 속도가 빠르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이나 새로운 기술을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물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민간 자본의 뜻대로 연구 방향이 정해지거나,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줄일 핑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민간과 정부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협력하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허블 이후의 우주 시대를 민간이 주도한다는 신호탄이다. 과학 정보를 모두와 나누는 ‘오픈 사이언스’를 실현하고, 천문학의 발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우주 관측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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