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철-공기 배터리 스타트업 폼에너지에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미네소타 데이터센터에 30GWh 세계 최대 배터리를 배치해 100시간 연속 전력을 공급한다. 리튬이온 대비 효율은 낮지만 비용이 획기적으로 저렴한 철-공기 기술이 AI 시대 에너지 저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구글(Google)이 장기 에너지 저장 스타트업 폼에너지(Form Energy)와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미네소타주 파인아일랜드(Pine Island)에 건설 중인 구글 첫 미네소타 데이터센터에 300MW급 철-공기(iron-air) 배터리를 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저장 용량은 30GWh로,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배터리 시스템이 된다. 이번 계약은 AI 데이터센터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와 장기 저장 배터리의 조합으로 해결하려는 빅테크의 가장 대담한 시도이다.
1.9GW 청정 전력 프로젝트의 전모
구글의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단순한 배터리 설치가 아니다. 총 1.9GW 규모의 청정 전력 인프라를 한꺼번에 구축하는 초대형 계획이다. 풍력 발전 1.4GW와 태양광 발전 200MW를 새로 건설하고, 여기에 폼에너지의 300MW/30GWh 철-공기 배터리를 결합한다. 전력 공급 파트너는 미국 중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엑셀 에너지(Xcel Energy)이다. 구글은 엑셀 에너지의 분산 용량 조달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5,000만 달러(약 725억 원)를 추가로 투자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엑셀 에너지 고객의 전기 요금 인상이 없다는 것이다. 구글이 신규 발전·저장 인프라 비용 전액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2028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철-공기 배터리란 무엇인가
철-공기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전력을 저장한다. 핵심 원리는 철 전극의 산화와 환원 반응이다. 방전(전력 공급) 시 철 전극이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녹)로 변환되며, 이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한다. 충전 시에는 전기를 공급해 산화철에서 산소를 제거하고 다시 순수한 철로 되돌린다. 쉽게 말하면 ‘녹이 슬었다가 다시 벗겨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것이다. 철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금속 원소 가운데 하나로, 리튬·코발트 등 희소 광물에 의존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원재료 수급 리스크가 거의 없다. 폼에너지의 배터리는 40피트(약 12미터) 표준 컨테이너 단위로 출하되며, 모듈식 설계로 대규모 확장이 용이하다.
| 항목 | 세부 내용 |
|---|---|
| 계약 규모 |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 |
| 배터리 용량 | 300MW / 30GWh(세계 최대) |
| 연속 공급 시간 | 100시간 |
| 청정 전력 총 규모 | 1.9GW(풍력 1.4GW + 태양광 200MW) |
| 추가 투자 | 5,000만 달러(약 725억 원, 엑셀 에너지 프로그램) |
| 배치 일정 | 2028~2031년 단계 가동 |
| 폼에너지 공장 생산 목표 | 연간 500MW(2028년) |
| 폼에너지 총 투자유치 | 12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 이상 |
100시간 연속 공급, 리튬이온의 한계를 넘다
철-공기 배터리의 가장 큰 강점은 초장기 방전 능력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제적 방전 시간이 4~6시간에 불과한 반면, 폼에너지의 철-공기 배터리는 100시간 연속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에너지 변환 효율은 50~70%로 리튬이온의 90% 이상에 비해 낮다. 그러나 이 효율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비용이 저렴하다. 철과 공기라는 거의 무한한 원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중단 없이 운영되어야 하므로,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장기 저장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리튬이온으로는 수일간의 저일조·무풍 기간을 버틸 수 없지만, 100시간 방전이 가능한 철-공기 배터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구글이 효율보다 지속 시간과 비용을 우선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폼에너지의 성장과 IPO 전망
폼에너지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위어턴(Weirton)에 ‘폼 팩토리 1(Form Factory 1)’이라는 전용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2028년까지 연간 500MW 규모의 철-공기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금까지 총 12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구글의 이번 계약 외에도 미국 중서부 전력회사 엑셀 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있다. 폼에너지는 2027년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의 10억 달러 계약은 IPO를 앞둔 시점에서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위어턴 공장은 과거 제철소가 있던 자리에 건설되어, 철강 산업의 쇠퇴로 일자리를 잃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빅테크 에너지 전략의 분기점
이번 계약은 AI 빅테크의 에너지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소형 원자로(SMR) 투자가 주류였으나, 구글은 여기에 장기 저장 배터리라는 세 번째 축을 추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AI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밤에 발전하지 못하고,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멈춘다. 이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 저장 배터리의 역할이다. 구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아마존(Amazon)이 유사한 장기 저장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철-공기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저장 산업에 미치는 시사점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연간 10TWh를 초과할 전망이며, 한국전력공사(KEPCO)의 전력 공급 여력이 한계에 근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정부 목표이지만,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장기 에너지 저장 솔루션은 아직 부족하다. 구글의 철-공기 배터리 도입은 SK에너지, 한화솔루션 등 국내 에너지 저장 관련 기업에 새로운 기술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국내 ESS 시장은 리튬이온 중심이지만, 100시간급 장기 저장이 필요한 대규모 인프라에는 철-공기 배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철이 풍부하고 제철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한국의 산업 환경은 철-공기 배터리 생산에 유리한 조건이다. 다만 효율이 50~70%에 머무는 점은 좁은 국토에서 대규모 설비를 배치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적 제약과 맞닿아 있어, 기술 고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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