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가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자, 앤스로픽이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을 주장하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3월 24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가처분 청문회가 열리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퇴역 군 장성 22명, 전·현직 판사 150명이 앤스로픽 편에 섰다. AI 안전 원칙을 고수한 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복 여부가 법정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펜타곤, 앤스로픽에 ‘공급망 위험’ 지정
2월 27일, 미 국방부(펜타곤)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공식 지정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미 군과 거래하는 모든 계약업체, 공급업체, 파트너는 앤스로픽과 어떠한 상업적 활동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앤스로픽은 3월 4일에야 이 사실을 공식 통보받았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본래 화웨이 같은 외국 적성국 기업에 적용하는 극단적 조치로, 미국 자국 기업에 이 딱지를 붙인 것은 전례가 없다.
이번 지정의 배경에는 앤스로픽과 국방부 간의 계약 갱신 협상 결렬이 있다. 앤스로픽은 자사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두 가지 용도에는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레드 라인’을 제시했다. 첫째,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국내 감시(mass domestic surveillance). 둘째, 완전 자율 무기 체계(fully autonomous weapons systems). 국방부는 이 조건을 거부했고, 협상이 결렬되자 공급망 위험이라는 최강의 제재 카드를 꺼냈다.
| 항목 | 내용 |
|---|---|
| 지정일 | 2026년 2월 27일 |
| 통보일 | 2026년 3월 4일 |
| 소송 제기일 | 2026년 3월 9일 |
| 청문회 예정일 | 2026년 3월 24일 오후 1시 30분 |
| 관할 법원 |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
| 담당 판사 | 리타 F. 린(Rita F. Lin) |
| 예상 매출 피해 |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 |
| 앤스로픽 레드 라인 | 대규모 국내 감시, 완전 자율 무기 금지 |
앤스로픽, “전례 없는 불법 보복”이라며 2건 소송 제기
3월 9일, 앤스로픽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두 건의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소송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됐으며, 국방부가 앤스로픽의 AI 안전 정책 발언을 이유로 보복했다고 주장한다. 소장에서 앤스로픽은 이 지정을 “전례 없고 불법적인(unprecedented and unlawful)” 조치라고 규정했다. 두 번째 소송은 국방부가 근거로 삼은 법률(10 U.S.C. 3252)의 관할 특성상 D.C. 항소법원에 별도로 제기됐다.
앤스로픽의 핵심 법률 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다. AI 안전에 대한 공개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국방부가 이를 이유로 제재하는 것은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법률 남용이다. 10 U.S.C. 3252는 의회가 국방부에 “최소 제한적 수단(least restrictive means)”을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국방부는 가장 극단적인 조치를 선택했다. 셋째, 비례성 위반이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국가안보 위협 수준의 외국 기업에 적용하는 수단인데, 계약 조건 이견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앤스로픽 CFO 크리슈나 라오(Krishna Rao)는 법원에서 “이번 조치로 2026년 매출이 수십억 달러(수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호인 마이클 몽간(Michael Mongan)은 긴급 청문회를 요청하며, 리타 린 판사가 원래 4월 3일이었던 청문회 일정을 3월 24일로 앞당겼다.
마이크로소프트·퇴역 장성·150명 판사, 앤스로픽 지지
이 소송은 단순한 기업 대 정부의 분쟁을 넘어 미국 테크 업계 전체의 관심사로 확대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법정조언서(amicus brief)를 제출하며 앤스로픽을 공개 지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 위험 지정을 계약 분쟁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면 공익에 반하는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 AI는 국내 대규모 감시나 인간 통제 없는 전쟁 개시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앤스로픽의 윤리적 가드레일을 명시적으로 지지했다.
퇴역 고위 군 장성 22명도 별도의 법정조언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는 전 CIA 국장 마이클 헤이든(Michael Hayden, 퇴역 공군 대장), 퇴역 해안경비대 사령관 태드 앨런(Thad Allen) 제독, 전 공군·육군·해군 장관 출신 인사가 포함됐다. 이들은 헤그세스 장관이 정부 권한을 “자신에게 불쾌감을 준 민간 기업에 대한 보복(retribution against a private company that has displeased the leadership)”에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군 전역에 이미 내장된 AI 기술을 갑자기 차단하면 “작전 계획을 혼란에 빠뜨리고 진행 중인 작전에서 병사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현직 판사 약 150명도 법정조언서를 제출해 “오랫동안 우리 군을 강화해 온 법치주의 원칙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외에도 구글과 오픈AI 소속 개발자,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등이 앤스로픽 편에 선 법정조언서를 제출했다.
법원 문서가 드러낸 모순—”거의 합의 직전이었다”
3월 21일 금요일, 앤스로픽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두 건의 선서진술서를 제출하며 결정적 모순을 폭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앤스로픽과의 관계가 “끝장났다(kaput)”고 선언한 지 불과 1주일 후에도 국방부 실무진은 앤스로픽 측에 “양측이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nearly aligned)”고 전달했다. 앤스로픽은 국방부의 국가안보 우려가 “실제 협상 과정에서 한 번도 제기되지 않은 기술적 오해와 주장에 기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폭로는 공급망 위험 지정이 안보 목적이 아닌 정치적 보복의 산물임을 시사하는 핵심 증거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이에 대해 “계약 조건 수용 거부는 보호받는 표현이 아니다(refusal to accept contract terms is not protected speech)”라고 반박하며, 앤스로픽의 수정헌법 제1조 주장을 정면 부인했다.
3월 24일 청문회, AI 정책의 분수령
내일(3월 24일) 오후 1시 30분, 리타 린 판사가 주재하는 청문회에서 앤스로픽의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 신청이 심리된다. 핵심 쟁점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공급망 위험 지정을 일시 중지할 것인지 여부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앤스로픽은 본안 판결까지 수년간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기각되면 수십억 달러의 매출 피해가 현실화한다.
이 사건의 파급력은 앤스로픽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법정조언서에서 경고했듯, 국방부가 계약 분쟁을 공급망 위험 지정으로 해결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모든 정부 계약 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AI 기업이 안전 원칙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경우 정부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전례는 미국 AI 산업의 자율성과 혁신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한국 AI 기업들도 미국 국방 분야 진출 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정부 요구 사이의 균형 문제를 주시해야 할 사안이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 CEO는 공식 성명에서 “작전상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앤스로픽이나 어떤 민간 기업의 역할이라고 믿지 않으며, 그것은 군의 역할”이라고 밝히면서도, 전환 기간 동안 군 관계자들에게 “명목상 비용으로 모델과 엔지니어 지원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AI 안전과 국방 활용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지, 내일 청문회가 그 첫 번째 법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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