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 탄소 배출이 199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EU가 수십억 유로를 투입해 수소·전기 항공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에어버스의 수소 항공기 ZEROe는 상용화가 2040년대로 밀렸고, 현재 주력 여객기는 수십 년 전 설계의 파생형에 불과하다. 유럽이 차세대 혁신 항공기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례 없는 항공기 혁신 정체

유럽 환경 싱크탱크 T&E(Transport & Environment)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산업은 “전례 없는 혁신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업용 항공기인 보잉(Boeing) 737 MAX는 1960년대 설계의 파생형이며, 에어버스(Airbus) A320neo 역시 1980년대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두 기종 모두 엔진과 항전장비를 현대화했을 뿐, 기체 구조 자체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T&E는 주요 제조사들이 2020년대에 새로운 항공기 설계 프로그램을 시작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항공 산업이 점진적 개량에 안주하면서 탈탄소 전환이 지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199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상태로, 감소 추세로 전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U 클린항공 프로그램의 궤적

EU는 2007년 ‘클린스카이(Clean Sky)’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항공 혁신에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왔다. 클린스카이 1차는 2020년까지 CO2 배출을 2000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해당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2014년 출범한 ‘클린스카이 2(Clean Sky 2)’는 2030년대 중반까지 20~30% 감축을 목표로 했지만, 프로그램 자금 중 2,600만 유로(약 377억 원) 이상이 개인용 제트기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등 환경적 효과가 불분명한 사업에도 자금이 배분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구분 클린스카이 1기 (2007) 클린스카이 2기 (2014) 클린항공 JU (2021) 4차 공모 (2026)
CO2 감축 목표 50% (2020년까지) 20~30% (2030년대 중반) 차세대 기술 실증 수소·하이브리드 가속
EU 투입 자금 미공개 2,600만+ 유로 9억 4,500만 유로 3억 2,950만 유로
핵심 기술 엔진 효율화 오픈 팬, 층류 제어 하이브리드 전기, 수소 추진 수소 연료전지, 블렌디드 윙
비행 시험 목표 2028~2029년 2029년

2021년 출범한 ‘클린항공 합동사업(Clean Aviation Joint Undertaking)’은 3차 공모까지 총 9억 4,500만 유로(약 1조 3,703억 원)를 투입하며 12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에어버스가 주관하는 LEIA(대규모 하이브리드 전기 아키텍처 통합 실증) 프로젝트와 ACI&I(중단거리 항공기 구성 통합)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수소 항공기, 꿈은 멀어지고

에어버스가 2020년 야심 차게 발표한 수소 항공기 프로젝트 ‘ZEROe’는 당초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에어버스는 최근 이 일정을 2040~2045년으로 5~10년 연기하고, 관련 예산도 25% 삭감했다. 수소 인프라 구축이 예상보다 5~10년 뒤처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A380 시험기를 활용한 연료전지 비행 테스트 계획도 취소되었다. 에어버스의 수소 항공기 지연은 부품 공급망에도 연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GKN 에어로스페이스는 에어버스 ZEROe 지연에 대응해 자체 수소 프로젝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역 항공기 제조사 ATR 역시 차세대 기체 ‘EVO’의 출시 일정을 연기했는데, 엔진 제조사들이 “최소 10년 이내에는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힌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4차 공모, 수소와 하이브리드에 재집중

EU 클린항공은 2026년 2월 17일 4차 공모를 개시하며 3억 2,950만 유로(약 4,778억 원)의 EU 자금을 배정했다. 민간 부문 매칭 투자를 포함하면 총 8억 2,400만 유로(약 1조 1,948억 원) 규모다. 이번 공모의 핵심은 수소 기술의 재등장이다. 3차 공모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수소 관련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포함되었다. 클린항공 사무총장 악셀 크라인(Axel Krein)은 2025년 11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지속가능항공연구소(Sustainable Aero Lab)의 미래항공축제에서 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50~100인승 하이브리드 전기 지역 항공기의 설계 확정을 2026년 말까지, 비행 시험은 2029년 말까지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브리드 전기 협폭동체(narrowbody) 엔진 실증에도 6,000만 유로(약 870억 원)가 별도 배정되었다.

유럽의 선택, 혁신이냐 정체냐

T&E는 유럽이 항공 혁신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첫째, 블렌디드 윙 보디(blended wing body) 설계와 전기·수소·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추진 등 파괴적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다. 둘째, 유럽 스타트업과 중소기업(SME)에 대한 전담 지원이다. 혁신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탈하고 중국의 경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유럽 내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진단이다. 셋째, EU 배출권거래제(ETS) 강화, 공항 이용료의 환경 연동, 대체 에너지원의 ReFuelEU 프레임워크 편입 등 시장 인센티브 정책의 병행이다. 한국 역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의 친환경 항공기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인 만큼, EU의 대규모 투자 방향과 수소 항공기 일정 지연 사례는 국내 항공 산업 전략 수립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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