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언, TI, NXP 등 글로벌 파워반도체 기업들이 4월 1일부로 일제히 가격을 인상한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200GW로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며 구조적 공급 부족이 현실화된 것이다. 한국 파운드리 3사에는 기회와 비용 상승이라는 양면의 과제가 동시에 던져졌다.
AI발 전력 반도체 대란, 4월 1일 시작
글로벌 파워반도체 시장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된다. 독일 인피니언(Infineon)은 2026년 4월 1일부로 파워 스위치 및 전력관리 IC 가격을 주류 제품 기준 5~15%,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차량용 고압 모듈 등 고급 제품은 최대 25%까지 올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는 같은 날짜에 디지털 아이솔레이터와 전력관리 IC 핵심 제품군의 가격을 15~85%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TI는 이미 2025년 8월 중국 고객 대상으로 6만 개 이상 제품에 10~30% 인상을 단행한 전력이 있어, 1년도 채 안 돼 두 차례 연속 가격을 올리는 셈이다. 네덜란드 NXP 세미컨덕터스(NXP Semiconductors)도 같은 시점에 일부 제품 가격 조정을 통보하며 ‘원자재, 에너지, 인건비, 물류 등 핵심 영역의 비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동시다발적 가격 인상이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AI가 촉발한 구조적 전환의 신호라고 분석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폭증이 만든 구조적 부족
가격 인상의 핵심 동인은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3년 대비 2030년까지 165%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용량은 현재 103GW에서 2030년까지 200GW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하며, 2030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3%인 945TWh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 팩토리 데이터센터가 800V 고압 직류(HVDC) 전력 분배 아키텍처를 채택하면서, 기존 킬로와트급이던 서버 랙 전력이 메가와트급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 구조적 변화가 SiC와 질화갈륨(GaN) 기반 고효율 전력변환 소자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인피니언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건설이 일부 제품의 공급 부족을 초래했으며, 팹 용량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SiC와 GaN 소자의 데이터센터 전력 시스템 채택률은 2026년 17%에서 2030년 30%를 초과할 것으로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전망한다.
중국 업체까지 가세한 글로벌 인상 행렬
가격 인상은 서방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파워반도체 업체들의 집단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다. 인조이닉(Injoinic)은 MOSFET 제품 최소 10% 인상을 3월 1일 출하분부터 적용했고, 실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ilan Microelectronics)는 소신호 다이오드, 트렌치 TMBS 칩, MOS칩 등 핵심 전력 소자를 일괄 10% 올렸다. 장쑤 홍웨이 테크놀로지(Jiangsu Hongwei)는 IGBT 디스크릿과 모듈, MOSFET 소자를 약 10% 인상했으며, CR 마이크로(China Resources Microelectronics)도 3월부로 최소 10% 가격을 올렸다. 대만에서는 누보톤(Nuvoton Technology)이 6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라인을 약 20% 인상(4월 1일부)했고, 대만 파워반도체 업체들도 2분기부터 인피니언의 인상 기조를 따를 계획이다. 상하이 지마오 자산관리의 딩빙중 파트너는 “이번 집단 가격 인상은 비용 압박 심화와 AI가 촉발한 구조적 수요 급증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 기업 | 인상폭 | 적용 시점 | 주요 대상 제품 |
|---|---|---|---|
| 인피니언(Infineon) | 5~25% | 2026년 4월 1일 | 파워 스위치, SiC 모듈, 차량용 고압 IC |
| TI(Texas Instruments) | 15~85% | 2026년 4월 1일 | 디지털 아이솔레이터, 전력관리 IC |
| NXP 세미컨덕터스 | 미공개 | 2026년 4월 1일 | 일부 전력 제품군 |
| 인조이닉(Injoinic) | 최소 10% | 2026년 3월 1일 | MOSFET |
| 실란 마이크로(Silan) | 10% | 2026년 3월 1일 | 다이오드, TMBS, MOS칩 |
| 누보톤(Nuvoton) | 약 20% | 2026년 4월 1일 | 6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
시장은 커지고, 경쟁은 재편된다
파워반도체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모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글로벌 파워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6년 574억 1,000만 달러(약 83조 2,400억 원)에서 2031년 782억 5,000만 달러(약 113조 4,600억 원)로 연평균 5.46% 성장할 전망이다. 차세대 소재별로 보면 SiC 반도체 시장은 2023년 22억 7,500만 달러(약 3조 2,900억 원)에서 2026년 53억 2,800만 달러(약 7조 7,200억 원)로 두 배 이상 커지고, GaN 파워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0억 달러(약 4조 3,5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44% 성장이 예상된다. 인피니언의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회계연도 2026년 기준 약 15억 유로(전체 매출의 약 10%)에서 2027년 25억 유로로 급증할 전망이며, 온세미(onsemi)의 AI 데이터센터 매출도 연간 2억 5,000만 달러(약 3,625억 원)를 초과하며 분기 대비 ‘하이틴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실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6%에서 3.4%로 끌어올리며 세계 10위에서 6위로 도약했고, BYD 반도체는 글로벌 점유율 2.9%로 처음 톱10에 진입했다.
한국 파운드리 3사, 빈자리를 노린다
글로벌 가격 인상 국면은 한국 파워반도체 업계에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긴다. DB하이텍은 650V E-모드(E-Mode) GaN HEMT 공정 개발을 완료했으며, 2026년 말까지 200V와 650V GaN 공정을 순차 개발하고 SiC 공정은 2027년 완료를 목표로 한다. 8인치 GaN 파운드리에 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키파운드리(SK keyfoundry)는 2026년 하반기부터 청주 팹에서 GaN 반도체 생산을 개시하며, SiC까지 라인업을 확대해 전력반도체 전문 파운드리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5년부터 8인치 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해 컨슈머, 데이터센터, 오토모티브 3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TSMC가 GaN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 파운드리 3사에 빈자리 선점의 기회가 열렸다. 온세미가 한국 부천 공장에서 200mm SiC 양산에 성공한 점도 한국의 SiC 생산 허브 위상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200mm로 전환하면 웨이퍼당 칩 수가 약 80% 증가해 생산 효율이 크게 개선된다. 다만 한국의 전력반도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가격 인상은 국내 제조업과 전기차,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피니언이 “자동차 및 산업용 칩 수요의 장기 침체 속에서 AI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파워반도체 산업의 무게 중심이 AI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는 지금이 한국 업체들에게는 시장 재편의 결정적 시점이다.
© 2026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