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군용 무인차량 기술을 활용한 ‘무인소방로봇’ 4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다. 수도권과 영남 119특수구조단에 이미 2대가 실전 투입됐으며, 올해 1월 충북 공장 화재에서 첫 실전 진압에 성공했다. 향후 100대까지 보급을 확대해 소방관 안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군용 기술에서 소방 현장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 2월 24일 소방청에 무인소방로봇 4대를 공식 기증했다. 이 로봇은 현대로템이 군사 목적으로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HR-SHERPA)’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기아,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소방청이 공동 개발에 참여했으며, 군용 무인 전동화 기술에 원격 조종, 시야 강화, 열관리 패키지를 통합한 것이 핵심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증식에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며 “소방관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4대 중 2대는 이미 수도권 및 영남 119특수구조단에 배치됐고, 나머지 2대는 경기도와 충남 소방본부에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800도 화염 속에서도 작동하는 기술
무인소방로봇의 핵심은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 능력이다. 차체에 장착된 자체 냉각 분사 시스템과 특수 단열 구조 덕분에 800°C(약 1,472°F) 환경에서도 차체 온도를 50~60°C로 유지할 수 있다. 6×6 인휠모터 시스템은 각 바퀴에 독립 모터를 장착해 360도 제자리 회전이 가능하며, 최고 시속 50km로 이동한다. 종방향 경사 60%, 횡방향 경사 40%를 오를 수 있고, 높이 300mm 장애물도 넘을 수 있다. 에어리스 트윌(Airless Tweel) 타이어를 사용해 펑크 위험 없이 잔해물 위를 주행한다. 소방 장비로는 직사·분무 전환이 가능한 물대포와 고압 축광 릴호스를 갖추고 있다. 축광 호스는 어둡고 연기가 자욱한 환경에서 스스로 빛을 내어 진입 방향과 탈출 경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 항목 | 사양 |
|---|---|
| 기반 플랫폼 | HR-셰르파(군용 무인차량) |
| 최고 속도 | 시속 50km |
| 내열 온도 | 800°C(차체 50~60°C 유지) |
| 구동 방식 | 6×6 인휠모터, 360도 회전 |
| 경사 등판 | 종방향 60%, 횡방향 40% |
| 장애물 극복 | 높이 300mm |
| 주요 장비 | 직사/분무 물대포, 축광 릴호스 |
| 카메라 | AI 적외선 열화상(단파·장파) |
| 개발 참여사 | 현대차·기아·현대로템·현대모비스·소방청 |
AI 비전으로 연기 속을 꿰뚫다
시야 확보는 화재 현장에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다. 무인소방로봇에는 단파 및 장파 적외선 열화상 센서를 결합한 AI 시야 강화 카메라가 탑재됐다. 이 시스템은 분진, 연기, 극한 고열 환경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원격 운용자에게 전송한다. 첨단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ADAS)은 지형과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식해 로봇의 안전한 이동 경로를 확보한다. 화점을 원격에서 식별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접근해 진압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며, 소방관이 직접 화염에 노출되는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소방청 김승룡 청장 직무대리는 “이 로봇의 진정한 가치는 내열성이나 진압 능력이 아니라, 실제 재난 현장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서의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실전에서 증명됐다
무인소방로봇은 개념 단계를 넘어 이미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2026년 1월 30일 충청북도에서 발생한 공장 화재에 투입되어 최초의 실전 진압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캠페인 영상 ‘더 안전한 귀가(A Safer Way Home)’에는 이 실전 진압 장면이 포함됐다. 이는 무인 소방 로봇이 통제된 실험 환경이 아닌 실제 화재 현장에서 효과를 입증한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한국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관은 1,788명에 달한다. 무인소방로봇은 이러한 인명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기술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100대 보급, 완전 자율 진압이 목표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간 50대 이상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100대까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은 현재의 원격 조종 방식을 넘어 AI 기반 완전 자율 진압 시스템 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화점을 분석하고, 진압 우선순위를 판단하며, 최적의 소화 방법을 계산해 독립적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최종 비전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6월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도 차량과 재활 장비를 기증할 예정이다. 한국의 이번 사례는 군용 로봇 기술을 민간 재난 대응에 전용한 대표적 모델로, 글로벌 소방 로봇 시장에서도 기술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례가 될 전망이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가 커지는 시대에, 소방 로봇은 로봇이 ‘빼앗아야 할 일자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2026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