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박사 과정 학생 3명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폴드 3’을 거꾸로 분석해 만든 모델 ‘볼츠’로 약 411억 6000만 원(2800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알파폴드 3은 단백질 구조는 물론, 약물이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예측하고 DNA의 움직임까지 모델링하는 기술이다. 구글은 이 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가 제약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이런 제한을 두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아이소모픽 랩스는 이미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 같은 제약사와 약 4조 4100억 원(3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결정에 전 세계 연구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2021년에 공개된 ‘알파폴드 2’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버전인 알파폴드 3이 상업적 사용을 막자, 연구자들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무료 공개 소프트웨어인 ‘오픈소스’를 강력하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MIT 박사 과정 학생인 가브리엘 코르소, 제레미 월웬드, 사로 파사로는 알파폴드 3의 원리를 분석해 똑같이 작동하는 ‘볼츠-1(Boltz-1)’을 직접 개발했다. 이들은 2024년 12월, 누구나 자유롭게 볼츠-1을 사용하도록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알파폴드 3을 대신할 수 있는 강력한 오픈소스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결국 구글 역시 한 달 뒤인 2025년 1월, 알파폴드의 핵심 코드를 연구용으로 공개하며 한발 물러섰다.
볼츠는 약 411억 6000만 원(2800만 달러)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고,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Pfizer)와도 손을 잡았다. 볼츠는 인공지능 모델 자체를 파는 대신, 제약사가 가진 데이터에 맞춰 모델을 최적화해주거나 복잡한 계산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올린다. 2025년 6월에 선보였던 ‘볼츠-2’는 또 다른 제약사인 리커전 파마슈티컬스에서 기존 기술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내기도 했다.
볼츠가 최종적으로 성공할지는 실제 환자에게 약을 써보는 ‘임상시험’ 단계에 달려 있다. 특히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 2상’ 단계에서 기존의 평균 성공률인 약 28.9%를 넘길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약을 개발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줄어들지만, 실제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볼츠의 첫 번째 임상 데이터는 2027년에서 2028년 사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볼츠의 도전은 제약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만약 임상시험에 성공한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인공지능이 제약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인공지능은 단순히 비용을 조금 아껴주는 도구에 그칠 수도 있다.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할 것인지, 아니면 비공개로 숨겨둘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제약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술 공유’와 ‘상업적 이익’ 사이에서 어떤 갈등과 기회가 생기는지 잘 보여준다. 앞으로 볼츠가 가져올 결과가 제약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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