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지얼스(Zeals)가 중국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병원 안내 업무에 투입하는 실험에 나섰다. 일본의 로봇과 AI 하드웨어 개발이 주춤한 사이, 보안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산 로봇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얼스와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등장
일본의 AI 스타트업 지얼스는 본래 대화형 챗봇(채팅 로봇)과 고객 응대용 AI를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최근 이 회사가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했다. 일본 내 병원과 의원에서 환자 및 대기 안내, 간단한 질의응답을 로봇에게 맡기는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단순 반복 업무는 로봇이 처리한다. 대신 의료진과 직원은 더 복잡하고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한다. 로봇은 병원 내 길 찾기, 진료과 안내, 기본 절차 설명 등 기초적인 역할부터 시작해 점차 임무를 넓혀갈 계획이다.
왜 굳이 중국산인가: 일본 로봇 산업의 공백
일본은 공장에서 쓰는 산업용 로봇 분야의 절대 강자다. 하지만 사람과 직접 마주하고 소통하는 서비스용 휴머노이드 플랫폼은 상황이 다르다. 과거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감정 인식 로봇 ‘페퍼(Pepper)’ 이후, 일상 공간에서 인간을 상대하는 휴머노이드 개발은 사실상 멈춰 있다.
반면 중국의 행보는 거침없다. 병원, 호텔, 쇼핑몰, 관공서 등에서 활용하는 상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당장 현장에 투입할 하드웨어가 필요했던 지얼스 입장에서는 중국 제품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셈이다.
핵심 문제는 보안이다.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그대로 도입하면 센서, 카메라, 마이크, 네트워크 모듈 등 중국 업체의 기술 스택(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의 집합)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병원은 환자의 이동 동선, 얼굴, 대화 내용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집중되는 공간이다. 따라서 로봇이 수집한 데이터를 어디까지, 어떻게 전송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지얼스는 소프트웨어 응용 단계인 애플리케이션 영역과 네트워크 구조를 직접 통제하여 위험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수집한 데이터는 일본 국내 서버로만 전송한다. 기기를 구동하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펌웨어 업데이트 역시 외부 접속이 차단된 폐쇄망이나 검증된 채널을 통해서만 진행한다. 하드웨어는 중국산을 쓰지만, 데이터와 제어권은 철저히 일본 내부에 두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산 하드웨어 + 자국 소프트웨어’ 모델의 확산 가능성
이번 사례는 ‘중국산 로봇 하드웨어’와 ‘일본산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하드웨어 연구개발(R&D)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이미 상용화된 로봇 플랫폼을 수입해 그 위에 자국의 AI, 대화, 업무 처리 로직(소프트웨어 작동 원리)을 얹는 효율적인 구조를 택했다.
도입 기업은 치솟는 인건비와 심각한 인력난을 빠르게 덜어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핵심 하드웨어를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국가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이러한 기술적 의존은 언제든 거대한 전략적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
AI 인프라 시장에서는 이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의 의존 구도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제 로봇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똑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보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현장 문제를 즉시 해결할 도구를 선택할 것인가?” 기업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본 병원에서 시작된 이 실험은 머지않아 한국에도 닥칠 미래를 예고한다. 값싼 중국산 휴머노이드와 국내 스타트업의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모델이 국내에 상륙할 날이 머지않았다. 우리는 이 기술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서 선을 그을 것인지, 지금부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 2026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