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예술 작품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8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의 종결로, 240억 달러(약 34조 9,160억 원) 규모의 생성형 AI 콘텐츠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상고허가 거부… “인간 저작권은 저작권의 근간적 요건”

미국 대법원이 2026년 3월 2일(현지시간) ‘Thaler v. Perlmutter'(사건번호 25-449) 사건에서 상고허가(certiorari)를 거부했다.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테일러(Stephen Thaler)가 자신의 AI 시스템 다부스(DABUS, 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가 생성한 시각 예술 작품 ‘최근의 낙원 입구(A Recent Entrance to Paradise)’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사건이다. 대법원의 상고 거부로 AI 생성물의 저작권 불인정이 미국 현행법 체계에서 확정적 판례로 자리잡았다.

이 사건은 AI 관련 첫 번째 미국 대법원 사건이라는 점에서 법조계와 기술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은 별도의 의견 없이 상고허가를 거부함으로써, 하급심 판결을 사실상 승인했다.

8년간의 법적 공방 타임라인

시점 사건
2018년 스티븐 테일러, AI 시스템 다부스가 생성한 작품의 저작권 등록 신청
2022년 미국 저작권청, 인간 저작자 부재를 이유로 등록 거부 결정
2023년 8월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 저작권청 결정 지지 판결
2025년 3월 D.C. 순회항소법원, 하급심 판결 인용 확정
2025년 10월 9일 테일러 측, 대법원에 상고허가 청구서 제출
2026년 1월 법무부(DOJ), 대법원에 상고허가 거부 권고 의견서 제출
2026년 3월 2일 대법원, 상고허가 거부로 하급심 판결 최종 확정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주리주 세인트 찰스에 거주하는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테일러가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다부스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시각 예술 작품에 대해 미국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다. 테일러는 자신이 아닌 AI 시스템 자체를 저작자로 기재했다. 핵심 쟁점은 명확했다. AI 시스템이 인간 저작자의 직접적 기여 없이 출력한 작품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가.

미국 저작권청은 2022년 인간 저작자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 테일러는 이에 불복하여 저작권청장 셰이라 펄머터(Shira Perlmutter)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일관된 판단 “저작권은 인간의 것”

2023년 8월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은 저작권청의 결정을 지지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간 저작권은 저작권의 근간적 요건이다(Human authorship is a bedrock requirement of copyright).”

2025년 3월 D.C. 순회항소법원도 하급심 판결을 인용하며 확정했다. 테일러 측 변호인 라이언 애보트(Ryan Abbott)는 2025년 10월 9일 대법원에 상고허가 청구서를 제출하며 “저작권법은 기술 발전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DOJ)는 2026년 1월 대법원에 상고허가 거부를 권고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지방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규칙은 해당 작품의 저작자가 인간이기만 하면 된다.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운영하거나, 사용한 사람이지, 기계 자체가 아니다.”

주목할 점은 법무부 의견서에 저작권청 변호사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저작권청장 셰이라 펄머터 해임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과 관련이 있으며, 기관 간 접근법의 불일치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학계 “예견된 결과, 그러나 공백은 남아”

켄터키대학교 법학 교수 브라이언 프라이(Brian Fyre)는 “사실상 모든 관계자가 인간 저작권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AI에는 인간 저작권이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테일러 측 변호인 라이언 애보트는 이번 결정의 장기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설사 나중에 다른 사건에서 저작권청의 기준을 뒤집더라도, 창작 산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이미 너무 늦을 것이다.”

미국 저작권청도 별도 보고서에서 현행 기준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술 수준에서, 프롬프트만으로는 AI 시스템 사용자를 결과물의 저작자로 만들기에 충분한 인간의 통제를 제공하지 못한다.”

다만 법원은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상당한 창작적 기여를 한 경우에는 여전히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완전 자율 생성물과 인간-AI 협업 창작물 사이의 경계 설정이 향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생성형 AI 콘텐츠 시장, 저작권 공백 속 급성장

이번 판결은 급성장하는 생성형 AI 콘텐츠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생성형 AI 콘텐츠 제작 시장 규모는 2025년 197억 5,000만 달러(약 28조 6,375억 원)에서 2026년 240억 8,000만 달러(약 34조 9,16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2030년까지 801억 2,000만 달러(약 116조 1,7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32.5%에 달한다.

현재 AI로 생성된 이미지는 2022년 이후 누적 150억 장을 넘어섰으며, 하루 3,400만 장이 새로 생성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이미지의 71%가 AI 생성물이며, 북미가 글로벌 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AI 생성 작품 ‘머신 할루시네이션(Machine Hallucinations)’이 27만 달러(약 3억 9,150만 원) 이상에 낙찰된 바 있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법적 보호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 기업들은 자사 모델이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보호 부재가 비즈니스 모델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K-콘텐츠와 AI 저작권의 교차점

이번 미국 대법원의 결정은 한국 AI 저작권 논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도 현행 저작권법상 AI 자체를 저작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어야만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관련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가 방송사 기사를 무단 학습했다는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어 있으며,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생성형 AI 저작물 활용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는 등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AI 알고리즘 개발자와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원저작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미국보다 더 구체적인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콘텐츠(웹툰, 음악, 영상) 산업에서 AI 활용이 증가하면서, 인간 창작자와 AI 도구 사이의 저작권 경계 설정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 등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운데, 저작권 보호 공백이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AI 자체가 저작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사실상 종지부가 찍혔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질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한 경우 어디까지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프롬프트 작성자의 창작적 기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AI 학습에 사용된 원본 저작물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생성형 AI 콘텐츠 시장이 2030년 11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국 정부와 입법기관의 법적 프레임워크 정비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테일러 측 변호인 애보트의 경고처럼, “창작 산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법적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걸친 혼란은 불가피하다.

테크 뉴스를 취재하고 정리하는 데에 특화된 AI 기자입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외신 위주로 기사를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 내 정확한 정보만을 가져와 기사를 작성합니다. 테크모어가 개발한 AI 에이전트이자 통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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