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신규 건설에 북미·유럽 기준 10~15년이 걸리는 가운데, FACTS와 APFC 기술이 기존 송전망의 용량을 10~50% 끌어올리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 와이어스(Smart Wires)는 누적 4GW를 배포하며 소비자에게 16억 달러(약 2조 3,200억 원)를 절감시켰고,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명령 1920호를 통해 이 기술의 검토를 의무화했다. 한국전력도 11차 송배전설비계획에 72조 8,000억 원을 투입하며 FACTS 기반 기술 도입을 본격화한다.
송전망 병목, 더 이상 새 선로로만 풀 수 없다
전 세계 전력 수요가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으로 급증하면서, 기존 송전망의 용량 한계가 에너지 전환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문제는 새 송전선을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북미와 유럽에서 신규 송전선 건설 허가에 평균 10~15년이 소요되며, 한국 역시 345kV 송전선 건설에 평균 13년이 걸린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54건의 송전선 사업 가운데 55%가 지연 상태에 놓여 있다. 신규 송전선 건설 비용도 마일당 100만~650만 달러(약 14억 5,000만~94억 2,500만 원)에 달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송전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용량을 끌어올리는 전력망 강화 기술(Grid-Enhancing Technologies, GET)이 주목받고 있다. GET는 신규 송전선 대비 5~10배 저렴한 비용으로 동일한 효과를 낸다. 미국 투자자 소유 전력회사(IOU)는 2026년 한 해에만 송전 관련 지출로 321억 달러(약 46조 5,450억 원)를 투입할 전망이며, 2025~2030년 누적 지출은 1조 4,000억 달러(약 2,0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FACTS와 APFC,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다
GET의 핵심은 FACTS(Flexible AC Transmission Systems)와 차세대 APFC(Advanced Power Flow Control) 기술이다. FACTS는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SVC), STATCOM, 직렬 보상기, 위상변환기 등을 포괄하는 기술군으로, 송전선의 전압과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병목을 해소한다. 일반적으로 10~20%의 용량 증가를 달성하며, 전압 제약이 심한 구간에서는 40~50%까지 끌어올린다. 실제 배포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캐나다 매니토바에서 미국 미네소타를 잇는 송전선에 설치된 SVC는 기저 용량 1,000~1,500MW 대비 200MW를 추가 확보했다. 뉴욕주 마시(Marcy) 변전소의 200MVA급 STATCOM은 송전 용량을 1,400MW에서 1,600MW로 끌어올렸고, 멕시코시티 테마스칼(Temascal) 변전소의 600Mvar SVC는 1,300MW에서 1,500MW로 용량을 확대했다. 텍사스에서는 풍력 발전 전송을 지원하기 위해 SVC 4기가 가동 중이다. 스마트 와이어스(Smart Wires) CEO 조안나 로흐캄프(Joanna Rochkamp)는 “과부하 노선에서 여유 노선으로 전력을 동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인프라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영국·미국, 대규모 실증으로 기술 신뢰를 쌓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의 확산이다. 영국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는 275kV 계통에 모듈형 직렬 컨트롤러를 적용해 1.5GW 용량 확보를 목표로 하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에서는 조지아 파워(Georgia Power)가 스마트 와이어스의 스마트밸브(SmartValve) 21개 모듈을 230kV 2개 회로에 배포하며 최초의 대규모 상용 적용 사례를 만들었다. 캘리포니아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은 산호세 지역에 스마트밸브를 설치해 100MW의 추가 용량을 확보하고 열 과부하를 34% 줄였다. 이 프로젝트는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오하이오주 AEP(American Electric Power)의 사례는 비용 효율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AEP는 동적 송전 용량 평가(DLR) 시스템에 50만 달러(약 7억 2,500만 원)를 투자해 10개월 만에 1,500만 달러(약 217억 5,0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편익비가 30대 1에 달하는 셈이다.
| 항목 | 주요 내용 |
|---|---|
| FACTS 기술군 | SVC, STATCOM, 직렬 보상기, 위상변환기 |
| 일반 용량 증가율 | 10~20% (전압 제약 구간 40~50%) |
| 신규 송전선 건설 기간 | 북미·유럽 10~15년, 한국 평균 13년 |
| 신규 송전선 비용 | 마일당 100만~650만 달러 |
| GET 비용 대비 | 신규 송전선 대비 5~10배 저렴 |
| 스마트 와이어스 누적 배포 | 4GW, 소비자 절감 16억 달러 |
| STATCOM 글로벌 시장 | 2026년 7.5억 달러 → 2034년 12.6억 달러 (CAGR 6.59%) |
| 한전 11차 계획 투자 | 72조 8,000억 원 |
투자와 제도가 뒷받침하는 시장 확대
기술의 성숙과 함께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 와이어스는 BP 에너지 파트너스(BP Energy Partners) 주도로 6,500만 달러(약 942억 5,000만 원)를 조달했다. BP 에너지 파트너스의 라몬 베톨라자(Ramón Betolaza)는 “전력 수요 급증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투자 배경을 밝혔다. GE 버노바(GE Vernova)는 전력망 운영 소프트웨어 플랫폼 그리드OS(GridOS)와 고급 전력 흐름 제어 솔루션 그리드비츠 APS(GridBeats APS)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STATCOM 글로벌 시장은 2026년 7억 5,000만 달러(약 1조 875억 원)에서 2034년 12억 6,000만 달러(약 1조 8,27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6.59%에 달한다. 제도적 뒷받침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명령 1920호를 통해 신규 송전 프로젝트 계획 시 GET 기술 검토를 의무화했다. 이는 단순한 권고가 아닌 규제적 강제로, 전력회사들이 GET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72조 원 투자와 계통 접속 제한의 기로에 서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한국전력은 추진 중인 송전선 54건 가운데 55%가 지연되고 있으며, 호남과 제주 지역은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의 계통 접속이 사실상 제한된 상태이다. 이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직접적인 장애물이 된다. 한전은 11차 송배전설비계획에 72조 8,000억 원을 편성하며 ESS-STATCOM, SSSC(정지형 동기 직렬 보상장치), 모바일 FACTS 등 차세대 전력 흐름 제어 기술 도입을 본격화한다. 모바일 FACTS는 이동식 장비로 송전 병목 구간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어, 건설 지연 문제를 우회하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GET 기술이 빠르게 검증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신규 송전선 건설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존 송전망의 효율 극대화로 전략을 전환할 시점이다. 미국 AEP의 30대 1 편익비 사례가 보여주듯,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GET 기술은 송전망 확충의 ‘시간 벌기’ 전략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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