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이 펜타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 이틀 만에, 클로드(Claude)가 애플 앱스토어 전체 무료 앱 1위를 차지했다. AI 산업 최초의 ‘가치 기반 사용자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클로드, 챗GPT 넘어 앱스토어 1위
앤스로픽(Anthropic)의 AI 챗봇 클로드가 2026년 2월 28일(토) 오후 6시 38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애플 미국 앱스토어 전체 무료 앱 부문에서 1위를 달성했다. 경쟁자인 오픈AI의 챗GPT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SensorTower)의 데이터에 따르면, 클로드의 순위 상승 궤적은 가파르다. 1월 30일 131위에 머물던 클로드는 2월 대부분 20위권을 유지하다가, 펜타곤 분쟁이 본격화된 2월 26일(수) 6위, 27일(목) 4위로 올라섰고, 결국 토요일에 정상에 올랐다. 3월 1일(일) 아침까지도 1위를 유지했다.
앤스로픽 대변인은 “무료 사용자가 1월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유료 구독자는 2026년 들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일일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 대비 3배로 증가했으며, 이번 주 매일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 항목 | 수치 |
|---|---|
| 앱스토어 순위 변화 | 131위(1/30) → 6위(2/26) → 1위(2/28) |
| 무료 사용자 증가율 | 1월 대비 60% 이상 |
| 유료 구독자 증가율 | 2026년 들어 2배 이상(100%+) |
| 일일 가입자 증가 | 11월 대비 3배, 매일 역대 최고 갱신 |
| 앤스로픽 기업가치 | 3,800억 달러(약 551조 원) |
| 레딧 ‘Cancel ChatGPT’ 게시물 | 3만 업보트 |
펜타곤 분쟁, 무슨 일이 있었나
이 극적인 반전의 배경에는 미국 국방부(펜타곤)와 앤스로픽 사이의 전례 없는 충돌이 있다.
2025년 여름, 펜타곤은 앤스로픽, 구글, 오픈AI, xAI 등 4개 AI 기업과 각각 최대 2억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앤스로픽은 아마존(AWS)과 팔란티어(Palantir)를 통해 국방부 기밀 네트워크에 클로드를 배치한 최초의 AI 기업이었다.
문제는 펜타곤이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클로드를 무제한 사용하도록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앤스로픽은 두 가지 안전장치를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미국인 대상 대규모 감시 금지, 그리고 인간 통제 없는 완전 자율무기 금지였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2월 24일,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 CEO에게 27일 금요일 오후 5시 1분까지 최후통첩을 보냈다. 불응 시 한국전쟁 시대의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해 클로드를 강제 징발하겠다고 위협했다.
아모데이는 굽히지 않았다. “양심상 그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이러한 용도는 오늘날의 기술이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미국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데드라인이 지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직접 글을 올렸다. “미국 정부의 모든 연방 기관에 앤스로픽 기술의 즉각적 사용 중단을 지시한다.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으며, 다시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헤그세스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지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화웨이 같은 외국 적대 기업에만 적용되던 조치로, 미국 내 기업에 적용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에밀 마이클(Emil Michael) 국방부 차관은 한술 더 떠 아모데이를 “미군을 개인적으로 통제하려는 신 콤플렉스를 가진 거짓말쟁이”라고 소셜미디어에서 공개 비난했다.
오픈AI, 그 빈자리를 채우다
앤스로픽 블랙리스트 발표 불과 수 시간 후, 오픈AI가 펜타곤과 기밀 네트워크 AI 모델 배치 계약을 발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안전 원칙 두 가지는 국내 대규모 감시 금지와 무력 사용에 대한 인간 책임이다. 국방부는 이 원칙에 동의하며, 합의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오픈AI가 내건 안전장치가 앤스로픽이 요구한 조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한데, 왜 앤스로픽만 퇴출당했는가. 이 질문은 곧바로 소비자 반란으로 이어졌다.
레딧(Reddit) r/ChatGPT 서브레딧에서 ‘Cancel and Delete ChatGPT!!!’라는 게시물이 3만 업보트를 기록했다. 수십 명의 사용자가 계정 삭제 인증 스크린샷을 게시했고, X(옛 트위터)에서는 유명인과 일반 사용자들이 클로드 전환 스크린샷을 공유하며 ‘Cancel ChatGPT’가 주요 해시태그로 부상했다.
이는 AI 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자들이 기능이 아닌 기업의 윤리적 입장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선택한 사례다. 앤스로픽은 펜타곤과의 최대 2억 달러 계약을 잃었지만, 전체 매출(약 14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소비자 시장에서 얻은 것은 그 이상이었다.
앤스로픽은 이번 지정이 “법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정부와 협상하는 모든 미국 기업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법원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 내 클로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1,131% 폭증했다. 2월 기준 전체 AI 서비스 결제 중 클로드의 점유율은 29%로, 챗GPT(51.2%)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이다. 특히 법인카드 결제 비중이 61%에 달해 챗GPT(45%)를 넘어섰다는 점은, 한국 기업 시장에서 클로드의 침투가 더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균 결제금액도 10만 6,000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앤스로픽은 2026년 초 서울 사무소 개설을 예정하고 있다. 펜타곤 분쟁으로 글로벌 인지도가 급상승한 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026년 1월 기준 한국 주요 7개 AI 서비스의 총 결제액은 1,6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9.1% 성장했다. 이 가운데 클로드와 챗GPT 간 경쟁 심화는 한국 사용자에게 서비스 품질 향상의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군 역시 TIGER+ 프레임워크를 통해 AI 무인체계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만큼, AI 기업의 군사 활용 경계선에 대한 글로벌 선례로서 이번 사건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 AI 사업에 참여할 때,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도 남긴다.
앱스토어 1위의 의미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한 것은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다. AI 기업의 윤리적 선택이 곧 시장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다. 3,800억 달러(약 551조 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앤스로픽이 정부와의 분쟁에서 원칙을 지킨 결과, 소비자 시장에서 전례 없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아모데이의 말처럼,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미국적인 일”이었고,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그에 동의한 것이다. AI 시대의 소비자는 성능만이 아닌 가치를 선택한다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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