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가 25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 결과 도출 기술 분야에 큰 변화를 일으킬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AI 칩 스타트업인 ‘그록(Groq)’과 맺었다. 이 계약 규모는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인 약 29조 4,000억 원(약 200억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그록의 핵심 기술과 인재를 받아들이면서도, 그록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록은 2016년 구글에서 AI 전문 칩(TPU)을 만들던 개발자들이 세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AI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답을 내놓는 ‘추론’ 단계에 특화된 언어 처리 장치(LPU)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은 정보를 처리할 때 지연 시간이 짧고 효율이 높아서, 기존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보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도 적게 쓴다. 최근 그록은 약 10조 1,430억 원(약 69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삼성과 시스코, 블랙록 등 유명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현재 AI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AI를 가르치는 ‘훈련용’ 칩 분야를 꽉 잡고 있다. 하지만 그록 같은 스타트업들은 AI가 실제 답을 내놓는 ‘추론’에 딱 맞는 효율적인 칩을 앞세워 엔비디아에 도전해 왔다. AI 추론은 AI 모델이 공부한 내용을 써먹어 실제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AI를 훈련할 때와는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이번 계약은 회사를 통째로 사는 일반적인 인수 합병과는 다르다. 기술을 빌려 쓰는 ‘비독점 라이선스’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인재 영입형 인수(acqui-hire)’ 방식을 섞었다. 그록의 조나단 로스 최고경영자와 써니 마드라 사장 등 핵심 인물들이 엔비디아로 자리를 옮긴다. 대신 그록은 사이먼 에드워즈 최고재무책임자를 새 최고경영자로 뽑았다. 그록은 앞으로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그록클라우드’ 사업도 계속한다. 이런 복잡한 구조는 독점을 막는 법률인 하트-스콧-로디노 법 등의 규제를 피하려고 설계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록의 LPU 기술을 자신들의 AI 시스템 구조에 합칠 계획이다. AI를 가르치는 분야뿐만 아니라, 답을 내놓는 추론 분야에서도 1등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는 그록의 기술을 이용해 추론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경쟁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거나 흡수하려 한다.
그록은 회사를 따로 운영하면서 그록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사업을 이어간다. 새 최고경영자가 된 사이먼 에드워즈는 데이터 센터를 키우고 기술을 더 발전시켜 살아남을 길을 찾을 계획이다. 핵심 인력들이 빠져나갔지만, 그록은 다른 고객들에게도 기술을 빌려주며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거래로 AI 추론 시장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그록의 기술과 사람들을 수혈받아 자기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AI 세상에서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기술을 빌려 쓰는 구조라 해도, 독점을 감시하는 기관들이 조사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을 빌려주는 조건이 무엇인지, 경쟁을 방해하지는 않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빠르고 저렴한 추론 기술은 실시간 번역이나 스스로 일하는 AI, 로봇 같은 여러 분야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협력이 시장 전체를 더 빠르게 키울 수도 있다. 앞으로 AI 추론 시장은 기술 구조가 다양해지고 경쟁 모습도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통합 전략을 더 강화하고, 다른 스타트업이나 클라우드 회사들은 이에 맞설 새로운 대책을 찾아야 한다. 투자 전문 회사 번스타인의 분석가는 “엔비디아가 AI 추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합리적인 전략을 짰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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