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유럽의 딥테크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대학에서 독립한 ‘스핀아웃’ 기업들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유니콘과 센타우르 지위에 올랐다. 이들은 아이사이(Iceye), IQM, 이사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 신테시아(Synthesia), 테케버(Tekever) 등이 대표적이다. 총 76곳의 기업이 기업 가치 약 1조 4700억 원(약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이나 매출 약 1470억 원(약 1억 달러) 이상인 ‘센타우르’가 되었다. 이러한 성공은 유럽의 첨단 기술 생태계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딥테크는 인공지능이나 양자 컴퓨터처럼 복잡하고 혁신적인 심층 기술을 다루는 분야이다. 주로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독립된 회사로 나오는 ‘스핀아웃’ 형태로 발전한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뛰어난 기술이 상업화되지 못하고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구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딜룸(Dealroom)이 발표한 ‘2025년 유럽 스핀아웃 보고서’를 보면 성과가 더욱 뚜렷하다. 이들 기업의 전체 가치는 약 585조 600억 원(약 3980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2025년 한 해 동안에만 약 13조 3770억 원(약 91억 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되어 전체 벤처캐피털 자금이 2021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유럽 스핀아웃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다.

새로운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며 대학 스핀아웃 기업에 돈이 모이고 있다. 덴마크의 ‘PSV 하프늄’은 약 1044억 원(약 6000만 유로) 규모의 첫 펀드를 만들어 북유럽 딥테크 기업을 돕고 있다. ‘U2V’라는 투자사 역시 베를린과 런던 등에 사무소를 두고 비슷한 규모의 펀드를 만드는 중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 필요한 ‘후기 단계 자금’의 절반 정도가 여전히 미국 등 유럽 밖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럽이 공들여 키운 연구 성과와 인재의 결실을 온전히 누리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럽 내부에서 성장 자본을 더 많이 공급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의 딥테크 스핀아웃 기업들은 현재 강력한 성장 궤도에 올라와 있다. 새로운 펀드와 투자금이 모여들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성장에 필요한 돈을 해외에 의존하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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