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타트업 코르티컬 랩스(Cortical Labs)가 인간 뉴런 20만 개를 탑재한 생물학적 컴퓨터 CL1으로 1인칭 슈팅 게임 ‘둠(Doom)’을 플레이하는 데 성공했다. 대당 3만 5,000달러(약 5,075만 원)에 판매되는 이 칩은 GPU 대비 수십만 배 높은 에너지 효율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 소재 스타트업 코르티컬 랩스가 2026년 2월 26일 공개한 영상이 전 세계 기술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살아 있는 인간 뉴런 20만 개가 칩 위에서 id 소프트웨어의 1993년작 1인칭 슈팅 게임 둠(Doom)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다. 뉴런은 약 1주일 만에 게임의 기초를 학습해, 적을 찾아 사격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코르티컬 랩스의 수석과학자 브렛 케이건(Brett Kagan)은 “둠은 혼돈 그 자체다. 3D이고, 적이 있고, 플레이어는 환경을 탐험해야 하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놀라운 점은 학습 속도다. (퐁 실험에서는) 실시간으로 5분 만에 배웠다”고 강조했다.
피부 세포에서 뉴런으로, CL1의 작동 원리
CL1은 세계 최초로 상용 판매되는 생물학적 컴퓨터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성인 기증자의 피부 또는 혈액 샘플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재프로그래밍한다. 이를 다시 뇌 세포(뉴런)로 분화시켜 실리콘 칩 위의 평면 전극 배열에서 배양한다.
각 CL1 유닛에는 80만~100만 개의 뇌 세포가 들어 있다. 둠 플레이에는 이 중 약 20만 개의 뉴런이 활용되었다. 전작인 디시브레인(DishBrain)이 8개 전극에 5밀리초 지연 시간을 가졌던 것과 달리, CL1은 유리 기판 위 59개 전극으로 1밀리초 미만의 지연 시간을 구현했다.
창립자 겸 CEO 혼 웡 총(Hon Weng Chong)은 “우리는 피부나 혈액을 채취해 줄기세포로 변환하고, 줄기세포에서 뇌 세포 또는 뉴런으로 분화시켜 연산과 지능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뉴런은 어떻게 게임을 배우는가
뉴런의 학습 메커니즘은 ‘자유 에너지 원리(Free Energy Principle)’에 기반한다. 게임 화면과 상태 정보가 전기 자극 패턴으로 변환되어 뉴런에 전달된다. 뉴런은 자체적인 전기 발화 패턴으로 응답하고, 이 패턴이 게임 행동(사격, 이동 등)에 매핑된다.
CTO 데이비드 호건(David Hogan)은 “뉴런이 특정 패턴으로 발화하면 둠 가이가 총을 쏜다”고 설명했다. 케이건 수석과학자는 “틀릴 때마다 예측 불가능한 정보를 받게 된다.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행동을 바꾸는 것”이라고 학습 원리를 밝혔다.
코르티컬 랩스는 이 기술을 합성 생물학적 지능(SBI, Synthetic Biological Intelligence)이라 명명하며, 기존 AI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실리콘에서 뇌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물학적 신경망을 컴퓨팅 기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 항목 | 내용 |
|---|---|
| 제품명 | CL1 생물학적 컴퓨터 |
| 개발사 | 코르티컬 랩스(Cortical Labs), 호주 멜버른 |
| 뉴런 수 | 유닛당 80만~100만 개 (둠 플레이에 20만 개 사용) |
| 전극 수 | 59개 (전작 디시브레인 8개 대비 7배 이상) |
| 가격 | 대당 3만 5,000달러(약 5,075만 원), 30대 랙 구매 시 대당 2만 달러(약 2,900만 원) |
| 클라우드 서비스 | 주당 300달러(약 43만 5,000원), 웻웨어 애즈 어 서비스(WaaS) |
| 전력 소비 | 풀랙 850~1,000와트 (GPU AI 시스템 대비 수십만~수억 배 효율적) |
| 뉴런 생존 기간 | 표준 6개월, 최대 12개월 (목표 2~5년) |
| 운영체제 | biOS(biological intelligence operating system) |
| 출하량 | 2025년 첫 115대 출하 |
2022년 퐁에서 2026년 둠으로
코르티컬 랩스의 여정은 2022년 10월 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된 디시브레인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80만 개의 인간 및 마우스 뉴런이 칩 위에서 고전 게임 퐁(Pong)을 5분 만에 학습했다. 이는 표준 심층 강화학습 알고리즘이 같은 과제에 90분이 걸리는 것과 대비되는 결과였다.
2023년 4월 코르티컬 랩스는 리카싱(Li Ka-shing) 홍콩 재벌의 호라이즌스 벤처스(Horizons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 A에서 1,000만 달러(약 145억 원)를 유치했다. CIA 벤처 자회사인 인큐텔(In-Q-Tel), 블랙버드 벤처스(Blackbird Ventures) 등이 참여해 누적 투자금은 1,160만 달러(약 168억 원)에 달했다.
2025년 3월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CL1을 공식 출시한 뒤, 같은 해 하반기 첫 115대를 출하했다. 대당 가격은 3만 5,000달러(약 5,075만 원)이며, 30대 서버 랙 단위 구매 시 대당 2만 달러(약 2,900만 원)로 할인된다. 클라우드 원격 접속 서비스인 ‘코르티컬 클라우드’는 유닛당 주 300달러(약 43만 5,000원)에 제공된다.
케이건 수석과학자는 “사람들이 실리콘 방식을 바라보는 동안, 진정한 범용 지능의 유일한 실증은 생물학적 뇌 세포였다”고 말했다. 이어 “네, 살아 있고, 생물학적이지만, 실제로는 실리콘에서 재현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물질로 사용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맨체스터대학교 스티브 퍼버(Steve Furber) 교수는 “과학자들조차 뉴런이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기대를 인식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CL1 장치 자체는 연산을 수행하지 않으며, 파이토치(PyTorch) 모델과 게임 로직은 외부에서 구동된다고 비판한다.
현재 뉴런의 둠 플레이 수준은 “컴퓨터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보자”에 비유된다. 적을 찾아 사격할 수 있지만 자주 죽으며, 무작위 행동보다는 뛰어나지만 일반 인간 플레이어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생명윤리 측면에서도 인간 유래 신경 조직을 컴퓨팅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2026 TechMor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제보
제보하실 내용이 있으시면 techmore.main@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