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비버(Justin Bieber)가 2026년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무대에서 맥북(MacBook) 한 대를 놓고 유튜브에서 자신의 옛 뮤직비디오를 검색·재생하며 ‘따라 부르는’ 방식의 공연을 펼쳤다. 이 ‘게으른 공연’ 논란은 사실 음원 권리 구조가 만든 ‘경제적 합리성’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트리밍 시대 아티스트가 자기 히트곡을 부르는 것조차 타인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이 됐다는 방증이다.
맥북 한 대와 유튜브가 만든 30분짜리 ‘가라오케’
저스틴 비버는 4월 11일 밤 11시 25분(PDT)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 올랐다. 공연 구성은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무대 중앙에 맥북이 놓인 책상에 앉은 비버는 유튜브에서 ‘베이비(Baby)’,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 ‘뷰티 앤드 어 비트(Beauty and a Beat)’ 등 자신의 과거 뮤직비디오를 검색해 재생하고, 영상에 맞춰 따라 불렀다. 이 ‘유튜브 가라오케’ 세그먼트는 약 30분간 이어졌으며, 공연 중 영상 버퍼링까지 발생했다.
카티 페리(Katy Perry)는 이 장면을 보며 “다행히 그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고 있네. 광고 보긴 싫거든”이라고 농담했다. 관중과 소셜미디어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역대 최악의 코첼라 공연”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한편, “포스트모던적 수행”으로 해석하는 호의적 평가도 있었다.
진짜 이유: 음원 권리는 타인 소유, 신곡은 자기 것
| 항목 | 구 카탈로그 (Baby 등) | 신작 (Swag / Swag II) |
|---|---|---|
| 출판 권리(Publishing) | 힙노시스(Hipgnosis) 소유 | 비버 본인 소유 |
| 마스터 녹음 권리 | UMG(유니버설 뮤직 그룹) 소유 | 비버 본인 소유 |
| 공연 시 수익 구조 | 타인에게 로열티 지급 | 전액 본인 귀속 |
| 비버의 선택 | 유튜브 영상 재생으로 대체 | 라이브 공연 집중 |
공연의 ‘게으름’ 논란 뒤에는 음악 산업의 권리 구조가 있다. 전직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임원 닉 크롬튼(Nick Crompton)은 SNS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힙노시스(Hipgnosis)가 출판 권리와 아티스트 로열티를 소유하고, UMG가 마스터 녹음을 소유한다. 비버가 옛 카탈로그를 1분 공연할 때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로열티 수표를 채우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비버는 2023년 자신의 음원 카탈로그를 힙노시스 송 매니지먼트(Hipgnosis Song Management)에 약 2억 달러(약 2,900억 원)에 매각했다. 원본 마스터 녹음은 이미 UMG가 소유 중이었다. 결과적으로 비버가 ‘베이비’를 직접 공연하면 두 기업에 로열티가 발생하는 구조다. 반면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재생하는 것은 비버에게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한편 비버의 최신 작품인 ‘스왜그(Swag)’와 ‘스왜그 II(Swag II)’는 그가 모든 권리를 보유한 독립 제작 음반이다. 실제 공연 후반부에서는 이 곡들만 라이브로 연주했다. 크롬튼은 “이 전략은 향수(nostalgia)를 활용해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실제 노동과 수익은 자신의 소유 카탈로그에만 집중하는 정교한 계산”이라고 평가했다.
‘음원 매각 시대’의 부작용
2020년대 초 아티스트들이 대규모로 자신의 음원 카탈로그를 매각하는 트렌드가 일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은 5억 5,000만 달러(약 7,970억 원), 밥 딜런(Bob Dylan)은 약 4억 달러(약 5,800억 원), 저스틴 비버는 약 2억 달러(약 2,900억 원)에 자신의 음원을 매각했다. 당시에는 ‘세금 효율이 높고 즉각적인 현금화가 가능한’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코첼라 공연은 매각 이후의 부작용을 드러낸다. 아티스트는 더 이상 자신의 히트곡을 공연해도 수익을 얻지 못하며, 음반사와 퍼블리싱 기업이 공연 로열티를 가져간다. 비버의 ‘유튜브 가라오케’는 이 모순을 풍자한 예술적 저항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단순히 게으른 게 아니라, 음원 매각 시대에 대한 아이러니한 논평”이라는 것이다.
한국 음악 산업에 주는 경종
한국 K팝 산업에도 시사점이 크다. 국내에서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BLACKPINK) 등 주요 아티스트의 음원 권리가 대부분 소속사(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등)에 귀속된다. 아티스트 개인이 자신의 음원을 소유하는 구조가 드물며, 이는 장기적으로 아티스트가 자기 커리어의 콘텐츠를 재활용할 때 수익 구조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특히 K팝 아티스트들의 재계약 시점에 음원 권리 협상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븐틴(SEVENTEEN), 뉴진스(NewJeans) 등 계약 분쟁이 발생한 그룹들의 사례에서도 음원 권리 이슈가 중요한 배경이다. 비버의 이번 ‘유튜브 공연’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음악 산업에서 아티스트의 자기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글로벌 음악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한국에도 유사하게 존재하며, 향후 아티스트 권리 강화 논의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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