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심 핵융합 스타트업인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FS)가 고온 초전도 자석을 다른 핵융합 경쟁사들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인 장기 목표인 상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 이전에 ‘자석 비즈니스’로 확실한 수익을 챙기려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CFS, 리얼타 퓨전에 고온 초전도 자석 대규모 공급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출발한 핵융합 스타트업 CFS는 최근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분사한 핵융합 기업 리얼타 퓨전(Realta Fusion)에 고온 초전도(HTS) 자석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이번 계약이 지금까지 CFS가 맺은 자석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한다.

리얼타 퓨전은 일명 ‘마그네틱 미러(Magnetic mirror)’ 방식의 핵융합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병 모양의 특수 용기 양 끝에 강력한 자석을 배치해 초고온 상태의 물질인 플라즈마를 가운데로 계속 튕겨 보내고, 중간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한 자석으로 감싸는 독특한 구조다.

이 방식은 가운데 구간을 늘릴수록 발전 출력이 커진다. 특히 이 구간에 들어가는 자석은 자기장이 약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원자로의 규모가 커질수록 킬로와트시(kWh)당 발전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CFS는 이미 위스콘신대학교가 주도하는 왬(WHAM) 실험에 핵심 자석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왬 프로젝트는 리얼타 퓨전과 밀접하게 협력하는 주요 연구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계약은 CFS의 고온 초전도 자석 공급망이 순수 연구용을 넘어 본격적인 상용 스타트업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본업은 토카막 방식 발전소, 당장의 생존은 ‘자석 공장’이 책임진다

사실 CFS 자체는 ‘토카막(Tokamak)’ 방식의 상용 핵융합로를 직접 개발하는 기업이다. 토카막은 속이 빈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안에서 강력한 D자 형태의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기술이다. 이 회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실제 전기를 생산할 상용급 원자로 ‘아크(ARC)’를 건설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흥미롭게도 CFS의 출발점 역시 발전소가 아닌 자석이었다.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새로운 고온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기존 원자로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효율적인 토카막을 설계할 수 있다는 MIT 연구진의 아이디어가 회사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후 수년 동안 CFS는 자사의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을 극한으로 고도화하며 자체 생산 공장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문제는 상용 핵융합 발전소를 완공하고 실제로 전력망에 전기를 판매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회사의 생존을 책임질 현금 흐름(Cash flow)이 반드시 필요하다. CFS가 자신들이 정성껏 개발한 고온 초전도 자석을 다른 핵융합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에 기꺼이 공급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자석 라이선스와 공급망 확대로 뻗어가는 CFS 생태계

현재 CFS는 리얼타 퓨전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위스콘신대학교의 왬 실험에 자석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은 물론, 독일에 기반을 둔 유력 스타트업 타입 원 퓨전(Type One Fusion)에는 자사의 자석 기술 라이선스를 전격 제공했다. 타입 원 퓨전은 꽈배기 모양으로 코일을 꼬아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방식의 핵융합로를 개발 중인 곳이다.

아직 타입 원 퓨전과의 계약이 실제 자석 부품 생산과 납품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CFS 측은 이번 라이선스 제공이 향후 거대한 자석 공급망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상 CFS가 자랑하는 고온 초전도 자석 플랫폼을 토카막, 마그네틱 미러, 스텔러레이터 등 경쟁사들의 다양한 핵융합 설계의 밑바탕에 미리 깔아두는 치밀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이러한 연쇄적인 파트너십 계약은 CFS가 자석 제조 설비에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초기 투자를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꿈의 기술인 핵융합 원자로가 완벽하게 완성되기 전까지, CFS는 세계 최고의 고온 초전도 자석 전문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먼저 굳건히 다지고 있다.

‘핵융합 하드웨어 플랫폼’으로서의 자석

이번 공급 계약 소식은 우리가 핵융합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획기적으로 바꿔준다. 대중과 시장은 보통 “과연 언제쯤 전력망에 핵융합 전기를 올릴 수 있을까”라는 최종 결과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CFS는 그 이전의 긴 준비 단계에서 핵심 부품을 통제하는 ‘핵융합 하드웨어 플랫폼’의 지배자를 노리고 있다.

고온 초전도 자석은 방식과 상관없이 모든 핵융합 원자로 설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핵심 심장부다. 만약 CFS가 이 필수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거나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시장에 굳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향후 어떤 회사의 원자로 설계가 최종 승리자가 되더라도 CFS는 자동차 산업의 엔진을 독점하는 파워트레인 공급자와 같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험난한 중간 단계에서 핵심 부품과 기술을 팔아 스스로 버틸 힘을 기르는 CFS의 생존 모델은,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다른 클린테크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도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 CFS의 영리한 자석 비즈니스는 “까마득한 미래를 좇는 핵융합 스타트업이 당장 오늘 무엇을 내다 팔 수 있는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명쾌한 해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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