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소식이 들려온 지난 해 12월부터 우주 산업 관련 주식들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유망한 기업이라는 건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재사용 로켓을 개발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이렇게 낮춘 발사 비용으로 위성 군집을 대규모로 발사해 우주 인터넷 사업을 하고 있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기업이니까요.
우주 산업은 크게 지구에서 우주로 보내는 ‘업스트림’과 우주에서 지구로 내려보내는 ‘다운스트림’으로 나뉩니다. 스페이스X는 이 두 영역을 모두 장악하며 월가와 투자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히 ‘로켓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스페이스X가 기술 혁신을 통해 열어젖힌 새로운 시장, 바로 저궤도라는 신대륙입니다.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15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떠오릅니다. 당시 항해 기술의 발전과 대서양 횡단의 성공이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듯, 지금의 재사용 로켓 기술은 인류를 지구 저궤도라는 새로운 개척지로 이끌고 있습니다. 광활한 환경과 무한한 에너지(태양),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한 이곳은 현대판 ‘우주 부동산’이라 불릴 만큼 그 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스페이스X가 가장 앞서나가면서, 이에 질세라 전 세계 국가와 다른 민간 기업들도 저궤도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궤도 위성 시장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현실적인 문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보며, 지금 이 경쟁이 새로운 대항해 시대가 될지 대재앙의 시대가 될지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신대륙 항로를 연 ‘재사용 로켓’
대항해 시대에 신대륙 발견이 가능했던 건 항해 기술의 발전 덕분이었습니다. 캐러벨선과 나침반, 해도가 발전하면서 먼 바다로 나가는 게 현실이 됐죠. 저궤도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이 바로 대표적인 그 ‘항해 기술’에 해당합니다.
스페이스X가 나타나기 전, 위성 산업은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위성을 운영할 회사 입장에서는 언제 위성을 올릴 수 있을지가 곧 사업 계획이자 사업의 시작입니다. 위성이 올라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발사 날짜는 늘 불투명했고, 비용은 천문학적이었죠.
하지만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을 현실화하며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마치 버스나 지하철처럼 정해진 날짜에 여러 기업의 위성을 한꺼번에 싣고 나가는 정기 노선을 만들었습니다. 라이드셰어(Rideshare) 프로그램입니다. 이제 위성 기업들은 발사 일정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갖게 된 것입니다.
스페이스X 외에도 저궤도가 붐비게 된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기업이 또 있습니다. 바로 로켓랩입니다. 로켓랩은 소형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원하는 타이밍에 올려주는 전용 단독 발사를 해줍니다. 이들은 18미터 길이의 2단형 소형 발사체인 일렉트론을 사용합니다. 지난 해에만 일렉트론을 스물 한 번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올해에는 더 많이 발사할 계획이라 예고했습니다.
덕분에 소형 위성을 쓰는 스타트업과 발사 건수가 늘어났습니다. 다수의 우주 리포트(링크)들에서 2015년 이후 소형 위성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대 들어 팔콘9의 라이드쉐어 상용화 이후 그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물론 스페이스X도 자신의 위성, 스타링크를 만들어서 계속해서 발사했고요. 덕분에 스타링크는 이미 궤도에 약 1만기 수준의 위성을 올려놨습니다.
왜 하필 저궤도일까?
신대륙이 매력적이었던 건 광활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 때문이었습니다. 저궤도도 마찬가지로 독특한 이점들을 갖고 있습니다. 지구 저궤도는 영어로 low Earth orbit, LEO라고 줄여서 부릅니다. 지표면에서 160km부터 2000km 높이까지의 궤도 영역을 말하는데, 이 범위 안에서는 인공위성이 약 90분에서 120분을 주기로 지구를 한 바퀴 돕니다.
반면 위성이 지구를 돌지 않고, 한 지점에 멈춰 있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지점을 지구 정지 궤도라고 부릅니다. 이곳에 위치한 위성들은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봤을 때 우리 머리 위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구 정지 궤도는 3만 5786킬로미터 높이이며, 저궤도부터 지구 정지 궤도 사이까지의 공간을 중궤도, 정지궤도 너머를 고궤도(HEO)라고 부릅니다.
과거에는 이 ‘정지 궤도’가 대세였습니다. 위성이 특정 위치에 고정되어 있으니까 안테나만 한 방향으로 고정해두면 끊김 없이 통신할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워낙 높은 곳에 있다 보니 한 대의 위성으로도 아주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어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궤도’가 대세입니다. 통신과 안보,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죠. 먼저 저궤도는 지표면과 물리적 거리가 압도적으로 가깝습니다. 덕분에 신호가 오가는 지연 시간(Latency)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이미 저궤도에 설치한 스타링크 위성들은 이미 해저에 깔린 광케이블 수준과 비슷한 레이턴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궤도 위성들은 빠르게 돌기 때문에 많은 지역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커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위성들을 군집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안보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지표면과 가깝다는 건 그만큼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뜻이죠. 요즘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고해상도 관측 능력은 곧 국가의 안보와 직결됩니다. 일반적인 저궤도 위성의 해상도는 30cm급입니다. 자동차나 건물은 물론 도로 위 구조물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10cm급 초고해상도 위성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특정 차량의 모델이나 사람까지 구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수많은 위성을 그물망처럼 배치하는 군집 기술이나 편대 비행 기술이 더해지면, 단일 위성으로는 불가능했던 압도적인 감시와 통신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우주판 케슬러 신드롬, 저궤도는 안전할까?
문제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 지구 저궤도가 그야말로 강남 퇴근길만큼이나 복잡해졌다는 겁니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저궤도에 떠 있는 물체만 약 3만 2,805개에 달합니다. 그중 실제로 작동 중인 위성(활성 페이로드)은 1만 4,693개 정도인데, 놀라운 건 이 중 9,500여 기가 전부 스타링크 위성으로 추정된다는 점이죠.
유럽우주국(ESA)의 2025년 보고서를 보면 수치가 조금 더 높습니다. “추적 가능한 물체는 약 4만 개, 그중 활성 위성은 1만 1,000개”라고 발표했는데요. 기관마다 분류 체계는 조금씩 다르지만,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합니다. 이미 저궤도는 포화 상태라는 것, 그리고 그 증가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위성보다 ‘우주 쓰레기’라 불리는 파편들입니다. NASA, 직경 1~10cm 사이의 파편만 무려 50만 개가 넘습니다. “겨우 손가락만 한 파편이 뭐가 위험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궤도에서 물체들은 초속 7~15km, 즉 시속 수만 km라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입니다.
이 속도라면 1cm짜리 파편 하나가 총알보다 훨씬 큰 운동 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말 그대로 우주 공간에 총알 수십만 발이 빗발치고 있는 셈이죠. 유럽우주국은 수 mm급은 표면 관통·크레이터(구멍) 정도, 1센티미터 이상은 “임무에 치명적인 손상 가능”, 10센티미터 이상의 파편은 위성 자체의 “전면 파괴(파편화) 가능” 수준으로 분류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입니다. 파편에 맞은 위성이 부서지면서 또 다른 수천 개의 파편을 만들고, 그 파편들이 연쇄적으로 다른 위성들을 타격하는 도미노 현상이죠.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결국 저궤도는 인류가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신대륙 쟁탈전, 미국 vs 중국
대항해 시대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경쟁했듯이, 저궤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저궤도 위성을 빠르게 발사하고 있는데, 과연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그럴 리 없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약 4만 2천 대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라면, 중국은 궈왕 프로젝트와 첸판이라고 하는 두 개의 프로젝트로 스타링크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궈왕은 국가 주도로 깔고 있는 위성 인터넷망으로 1만 3천 기 위성을 목표로 하며, 첸판은 상하이시와 중국과학원의 지원하는 민간 주도의 프로젝트로 1만 5천 기 이상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스타링크는 이미 약 만 기의 위성을 운영하며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이를 빠르게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진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위성 인터넷이 아닙니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에서 지구 통신, 관측, 항법을 통합하는 저궤도 중심의 거대한 메가콘스텔레이션 구축을 내놓았는데요. 이후 지난 해 말에는 중국 기관들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무려 20만 기 규모의 위성군에 대한 허가 신청서를 낸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관련 기사)
결국 지금의 저궤도 위성 붐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닙니다. 신대륙에서 항구와 도로, 요새를 먼저 건설한 국가가 주도권을 쥐었듯이, 저궤도에서도 먼저 위성망을 구축한 국가와 기업이 미래 통신과 안보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입니다.
우주판 케슬러 신드롬, 저궤도는 안전할까?
하지만 대항해 시대에 긍정적인 면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텅 비어 있던 저궤도에 이제는 수많은 위성들이 날아다니며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잘 피해다녀야 하는 복잡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셀레스트랙의 최근 집계(링크)에 따르면 저궤도에 떠 있는 물체만 약 3만 2천개에 달합니다. 그중 실제로 작동 중인 위성(활성 페이로드)은 1만 4천기정도이고요. 즉 실제로 쓰는 위성은 약 45%에 불과하며 나머지 55%는 고장난 위성인 셈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의 2025년 보고서(링크)를 보면 수치가 조금 더 높습니다. “추적 가능한 물체는 약 4만 개, 그중 활성 위성은 1만 1,000개”라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는 쓰레기인 셈이죠.
이처럼 복잡한 교통과 사방에 널려 있는 고장난 위성들 때문에 위성 간의 충돌 회피 기동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지난해 12월 31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자사 운영 위성들이 근접 물체를 피하기 위해 충돌 회피 기동을 한 횟수는 무려 14만8천696번입니다. 상위 20개 우주 물체 중 7개가 중국 위성이였습니다. 2021년 7월과 10월에도 스타링크 위성이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에 근접해 톈궁이 긴급 회피 기동을 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고장난 위성이 아닌 작게 부숴진 위성의 파편들입니다. NASA의 추정치(링크)에 따르면 직경 1~10cm 사이의 파편만 무려 50만 개가 넘습니다. 겨우 손가락만 한 파편이라도 저궤도에서는 시속 수만 킬로미터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총알보다 훨씬 큰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주 공간에 총알 수십만 발이 빗발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유럽우주국(링크)은 수 mm급은 표면 관통·크레이터(구멍) 정도, 1센티미터 이상은 “임무에 치명적인 손상 가능”, 10센티미터 이상의 파편은 위성 자체의 “전면 파괴(파편화) 가능” 수준으로 분류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입니다. 파편에 맞은 위성이 부서지면서 또 다른 수천 개의 파편을 만들고, 그 파편들이 연쇄적으로 다른 위성들을 타격하는 도미노 현상이죠. 한 번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결국 저궤도는 인류가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죽음의 공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케슬러 신드롬과 같은 상황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이 시장은 멈추지 않을 것같습니다. 이미 돈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거든요. 이미 발사 인프라가 자리를 잡았고, 물리적인 이점과 시장의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이죠.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관측 데이터가 창출할 잠재적 부가가치는 2030년까지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제 LEO(저궤도)를 무한한 개척지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과거 신대륙 개척 시대에는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저궤도 시대는 ‘누가 더 안전하게,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느냐’의 경쟁이 되어야 합니다. 누가 더 많이 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으로 궤도를 운용하고 사고 비용을 통제하느냐가 위성 비즈니스의 진짜 승패를 가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위성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또 방위산업 강국으로서 이 저궤도 패권 다툼을 결코 남의 일처럼 지켜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주 인프라의 시대, 우리는 어떤 전략을 준비해야 할까요? 대항해 시대의 교훈을 기억하며, 더 현명한 개척자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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