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2030년까지 모든 C와 C++ 코드를 ‘러스트(Rust)’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다. 이 계획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엔지니어 게일런 헌트가 링크드인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오래된 코드를 뜯어고치는 대규모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려 10억 줄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코드를 손볼 예정인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와 윈도우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에 러스트를 조금씩 도입해 왔다.
사실 오랫동안 쓰인 C나 C++ 언어는 성능은 아주 뛰어나지만, 보안에는 약점이 있었다. 그릇에 물이 넘치는 것처럼 데이터가 저장 공간을 벗어나는 ‘버퍼 오버런’이나, 이미 버린 메모리를 다시 쓰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들이 대표적이다. 해커들은 바로 이런 빈틈을 노린다. 반면, 러스트는 이런 보안 문제를 막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다. 특히 ‘가비지 컬렉션(쓰레기 수집)’이라는, 컴퓨터가 알아서 메모리를 정리해 주는 기능 없이도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 덕분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해도 오류가 잘 나지 않는 튼튼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지니어 한 명이 한 달 동안 100만 줄의 코드를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AI가 코드를 이해하고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방대한 코드를 분석하고 수정하는 데 쓰이고 있으며, 이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도 새로 뽑아 러스트 코드 작성 능력을 키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년부터 러스트를 가장 중요한 언어로 대우하며 약 147억 원(약 1,000만 달러)을 투자해 왔다. 2025년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는 윈도우의 핵심 부품 일부를 러스트로 바꾼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러스트로 새로 만든 시스템 파일은 보안 오류가 생기면 해커에게 권한을 뺏기는 대신, 차라리 파란 화면(블루스크린)을 띄우며 작동을 멈추도록 설계됐다. 언뜻 보면 오류 같지만,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안전하게 시스템을 세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게일런 헌트의 발표 이후, 일부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전체를 당장 러스트로 다시 만들 거라며 오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헌트는 AI가 윈도우 코드를 직접 다 뜯어고치는 건 아니며, 이번 프로젝트는 연구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같은 주요 보안 기관들이 “이제는 메모리가 안전한 언어를 쓰라”고 권장하는 흐름과 맞아떨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계획은 보안을 강화하고 오래된 기술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의 보안 권고에 따라 안전한 언어를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만약 AI가 코드를 자동으로 고치는 기술까지 성공한다면 낡은 코드를 최신식으로 바꾸는 새로운 표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수백만 줄이나 되는 복잡한 코드를 기계가 바꾸다 보면 오류가 생길 수도 있고, 기존 언어인 C나 C++ 전문가들의 역할 문제나 러스트를 다룰 줄 아는 인력 부족, 두 언어가 섞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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