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메모리 컨트롤러 기업 파이슨(Phison)의 푸아 케인셍(Pua Khein-Seng) CEO가 글로벌 메모리 부족 사태에 대해 “올해 말부터 다수의 소비자 가전 기업이 파산하거나 제품 라인을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가 글로벌 DRAM 웨이퍼 용량의 20%를 흡수하면서 DRAM 가격은 전년 대비 172%, DDR5는 4배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메모리 거지가 됐다.” SSD와 플래시 메모리 장치용 컨트롤러 칩 분야 세계 최대 기업 파이슨(Phison Electronics)의 푸아 케인셍 CEO가 2월 중순 대만 미디어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그는 “올해 말부터 2026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다수의 시스템 통합업체가 파산하거나 제품 라인을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고객 주문 충족률이 30% 미만이며, 8GB eMMC 모듈 가격이 1.50달러(약 2,175원)에서 20달러(약 2만 9,000원)로 13배 폭등했다고 밝혔다. 그는 “NAND는 내년에도 심각한 부족에 직면할 것이며, 향후 10년간 공급이 타이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메모리 부족은 일반적인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재배분이다. AI 반도체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동일 용량 기준 표준 DRAM 대비 4배의 웨이퍼 면적을 소비하고, GDDR7도 1.7배가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AI가 글로벌 DRAM 웨이퍼 용량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웨이퍼 용량의 최대 40%를 AI 메모리로 재배치하면서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이 급감했다.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GPU 베라 루빈(Vera Rubin)은 개당 20TB 이상의 SSD가 필요한데, 1,000만 대 생산 시 글로벌 NAND 출하량의 20%를 소비하게 된다. 한 NAND 파운드리는 3년치 현금 선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례 없는 소식도 전해졌다.
| 지표 | 수치 |
|---|---|
| DRAM 가격 상승 (전년 대비) | 172% |
| DDR5 현물가 상승 (2025.9~) | 4배 (400%) |
| Q1 2026 DRAM 계약가 상승 (전분기 대비) | 90~95% |
| Q1 2026 NAND 계약가 상승 (전분기 대비) | 55~60% |
| AI의 DRAM 웨이퍼 용량 점유 (2026년) | 20% |
| 파이슨 고객 주문 충족률 | 30% 미만 |
| 8GB eMMC 가격 상승 | 13배 ($1.50→$20) |
삼성·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 HBM 90% 장악
메모리 대란의 최대 수혜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연간 영업이익 47조 2,00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HBM 시장 점유율 57%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20조 700억 원(전년 동기 대비 +209.2%)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DRAM 글로벌 시장 점유율 43%를 유지하며, 2월 12일부터 개당 약 700달러(약 101만 5,000원)의 HBM4 양산을 시작했다. 양사를 합치면 글로벌 HBM 생산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월 90만 장의 DRAM 웨이퍼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 목표를 2026년 말까지 월 25만 장(현재 17만 장 대비 47% 증가)으로 상향했고, SK하이닉스는 DRAM 생산을 8배 확대할 계획이다. 1c 노드 DRAM을 월 2만 장에서 14만 장으로 7배 늘린다. 양사 모두 2026년 HBM3E 가격을 약 20% 인상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의 1c DRAM 수율이 약 60%에 그치는 점과, 삼성 P4L·SK하이닉스 M15X 메가팹이 2027년에야 본격 가동되는 점은 단기 공급 확대의 제약 요인이다.
소비자 시장의 충격파도 거세다. 레노버(Lenovo), 델(Dell), HP, 에이서(Acer), 에이수스(ASUS) 등 주요 PC 업체들은 15~20% 가격 인상을 확정했다. IDC는 PC 시장이 5~9%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2.1~5.2% 위축이 예상되며, 파이슨 CEO는 스마트폰 생산이 2억~2억 5,000만 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가 스마트폰은 RAM이 4GB로 회귀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 SSD 가격은 분기 대비 40% 이상 상승했고, DDR5 64GB 키트 가격은 플레이스테이션5(PS5)보다 비싸졌다.
시장 구조도 재편되고 있다. 마이크론(Micron)이 29년 역사의 소비자 브랜드 크루셜(Crucial)을 2026년 2월까지 철수시키고 HBM과 기업용 메모리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요 소비자 메모리 공급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남았다. 가격 결정력이 한국 기업에 더욱 집중되는 구조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도 약 20%의 추가 인상을 전망했고, 1분기 중 유통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과 무관하게 할당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정상화 시점은 삼성 P4L과 SK하이닉스 M15X 메가팹이 가동되는 2027년 이후로, 파이슨 CEO와 메모리 업체들은 부족 사태가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AI가 반도체 산업의 무게 중심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그 혜택과 피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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