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최소 12곳이 앤트로픽(Anthropic)의 300억 달러(약 43조 5,000억 원) 규모 시리즈 G 라운드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샘 올트먼(Sam Altman)이 투자자들에게 경쟁사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경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AI 산업에서 오랜 관행이던 ‘독점 투자 충성도’가 사실상 붕괴하며, 벤처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시코이아부터 블랙록까지, 12개 VC의 양다리 투자
AI 벤처 투자 시장에서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코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알티미터(Altimeter),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 아이코닉(ICONIQ), 인사이트파트너스(Insight Partners),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D1캐피탈(D1 Capital), 피델리티(Fidelity), TPG, MGX 등 최소 12개 투자사가 오픈AI와 앤트로픽 양쪽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 기관으로, AI 산업의 양대 축을 동시에 지원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특히 블랙록은 오픈AI 이사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앤트로픽에 투자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이사회 참여 기업이 직접 경쟁사에 투자하는 것은 전통적인 벤처 투자 관행에서 심각한 이해 충돌로 간주되는 행위이다. 알티미터는 앤트로픽 시리즈 G에서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블랙스톤 역시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협의 중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는 오픈AI, 앤트로픽에 더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까지 세 곳 모두에 투자한 유일한 기관이다.
1,300억 달러의 AI 자본 쟁탈전
이중 투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AI 산업의 자금 규모가 전례 없이 커진 현실이 있다. 앤트로픽은 시리즈 G에서 300억 달러(약 43조 5,000억 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3,800억 달러(약 551조 원)를 인정받았다. 오픈AI는 현재 진행 중인 라운드에서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8,500억 달러(약 1,23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오픈AI는 2025년 3월에도 400억 달러(약 58조 원)를 조달한 바 있어, 두 기업이 최근 끌어모은 자금만 합산해도 약 1,300억 달러(약 188조 5,000억 원)에 이른다.
한 익명의 투자자는 “이사회 석만 없으면, 더 이상 아무도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AI 투자 시장에서 이해 충돌에 대한 기존 관행이 완전히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샘 올트먼이 투자자들에게 경쟁사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직접 경고했음에도 최소 12곳이 이를 무시한 것은, AI 시장의 기대 수익이 전통적 충성도 규범을 압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항목 | 세부 내용 |
|---|---|
| 앤트로픽 시리즈 G 조달 규모 | 300억 달러(약 43조 5,000억 원) |
| 앤트로픽 기업가치 | 3,800억 달러(약 551조 원) |
| 오픈AI 현재 라운드 목표 |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
| 오픈AI 기업가치 | 8,500억 달러(약 1,232조 5,000억 원) |
| 오픈AI 전회 라운드(2025.3) | 400억 달러(약 58조 원) / 기업가치 3,000억 달러 |
| 양사 최근 합산 조달액 | 약 1,300억 달러(약 188조 5,000억 원) |
| 이중 투자 VC 수 | 최소 12곳 |
| 주요 이중 투자사 | 시코이아, 알티미터, 파운더스펀드, 블랙록, 블랙스톤, JP모건 등 |
| 알티미터 앤트로픽 투자 규모 |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이상 |
| MGX 투자 포트폴리오 | 오픈AI + 앤트로픽 + xAI 3사 동시 투자 |
투자 충성도 붕괴의 구조적 원인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구조적 원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AI 산업의 승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오픈AI가 선점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이 코딩과 안전성 영역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쪽만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전략이 된 셈이다.
둘째, 자금 규모 자체가 전통적 VC의 영역을 넘어섰다. 300억~1,000억 달러 규모의 라운드는 소수의 대형 기관만 참여할 수 있으며, 이들 기관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당연한 전략으로 여긴다. 셋째, AI 기업들이 자금 확보 경쟁에서 배타적 조건을 고집할 여력이 없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투자자 풀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사례는 이 변화의 극단을 보여준다. 오픈AI 이사회에 옵서버로 참여하면서 경쟁사인 앤트로픽에도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과거라면 명백한 이해 충돌로 제재를 받았을 행위이다. 그러나 AI 투자 시장에서는 이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이사회 석만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업계의 인식은, 이해 충돌의 기준 자체가 AI 자본의 규모에 의해 재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VC와 AI 투자 생태계에 미치는 시사점
이번 현상은 한국 벤처 투자 시장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의 연간 벤처 투자 규모는 약 5조 원 수준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기업이 최근 조달한 188조 5,000억 원은 한국 전체 벤처 투자 시장의 약 37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는 한국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자본 유치 경쟁에서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연금(NPS)은 글로벌 AI 간접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이중 투자 관행의 확산은 이해 충돌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기한다. 같은 펀드매니저가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동시 투자하는 구조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 AI 스타트업에게는 역설적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VC들이 경쟁사 동시 투자를 당연시하는 환경은 한국 기업이 해외 투자를 유치할 때 “경쟁사 투자자라서 안 된다”는 장벽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는 투자자가 경쟁사의 전략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위험도 동시에 수반하므로, 한국 AI 기업들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정보 차단벽(information wall) 설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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