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리니리서치(Citrini Research)가 발표한 가상 시나리오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월가를 뒤흔들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하면서 실업률이 4%에서 10.2%로 치솟고, S&P 500이 최고점 대비 38% 폭락하는 내용이다.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내가 약세론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코멘트와 함께 이 보고서를 공유하며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AI가 GDP를 올리지만 경기는 침체하는 역설
시트리니리서치의 제임스 반 길런(James Van Geelen) 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의 핵심 개념은 ‘유령 GDP(Ghost GDP)’이다.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려 GDP가 연 4~5% 성장하지만, 그 이득이 실물 경제로 순환하지 않는 현상을 지칭한다. 반 길런은 “기계는 재량 소비에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GDP 수치는 호황을 가리키지만 실업률은 10%를 넘기는, 통계와 체감 경기가 완전히 괴리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보고서가 그리는 시나리오의 중심에는 ‘음의 피드백 루프’가 있다. AI 성능이 향상되면 기업이 인력을 감축하고, 대량 해고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소비 감소로 매출이 줄면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 투자를 더 늘린다. 그리고 AI가 다시 개선되면서 같은 순환이 반복된다. 반 길런은 이 구조에 대해 “자연적 제동 장치가 없다”고 경고한다. 이는 예측이 아닌 시나리오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논리적 정합성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핵심 수치로 본 ‘2028 위기’ 시나리오
보고서에 담긴 구체적 수치는 월가의 경각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미국 실업률은 현재 4%에서 2028년 가상 시나리오 기준 10.2%로 두 배 이상 급등한다. S&P 500은 2026년 10월 고점(약 8,000포인트)에서 38% 하락하며, GDP 대비 노동소득 비율은 56%에서 46%로 역대 가장 급격한 하락을 기록한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미국 전체 노동력의 50%를 차지하면서 재량 소비의 75%를 담당하고 있어, 이들의 대규모 실직은 소비 경제 전반의 붕괴로 직결된다.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에서는 2조 5,000억 달러(약 3,625조 원)가 위험에 노출된다.
| 항목 | 현재(2026년 기준) | 시나리오(2028년) |
|---|---|---|
| 미국 실업률 | 4% | 10.2% |
| S&P 500 | 약 8,000(2026.10 고점) | 고점 대비 -38% |
| GDP 대비 노동소득 비율 | 56% | 46% (역대 최대 하락폭) |
| 화이트칼라 노동력 비중 | 미국 전체의 50% | 대규모 감축 |
| 화이트칼라 재량소비 비중 | 전체의 75% | 급감 |
| 사모신용 위험 노출액 | – | 2조 5,000억 달러(약 3,625조 원) |
| GDP 성장률 | – | 4~5% (유령 GDP) |
월가 실제 시장에서도 불안 조짐
이 시나리오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제 시장에서도 불안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IBM은 하루 만에 13.15% 급락하며 25년 만에 최악의 일간 낙폭을 기록했고,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는 10%,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는 8% 이상 하락했다. 물론 이날의 하락이 전적으로 이 보고서 때문은 아니지만, AI 관련 주가 조정이 보고서의 서사와 맞물리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포의 근거를 제공하는 목소리는 보고서 밖에서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마이클 바(Michael Barr)는 “AI가 상당수의 노동자를 사실상 고용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칸아카데미(Khan Academy) 설립자 살만 칸은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10%만 줄어도 공황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이 보고서를 공유하며 “그리고 당신들은 내가 약세론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겼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물론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AI로 인해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1억 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어, 순증 7,800만 개의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댈러스연방준비은행(Dallas Fed)의 데이터에 따르면 AI에 노출된 직종의 실업률은 오히려 다른 직종보다 느리게 상승하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반론의 한계도 분명하다. 도이체방크의 전망은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현재 수준에 머문다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다. 시트리니리서치 보고서가 경고하는 것은 바로 그 전제가 깨지는 순간이다. AI 에이전트가 단순 보조를 넘어 사무직 업무의 핵심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될 때, 기존의 ‘창출 > 소멸’ 공식이 여전히 유효할지는 미지수이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은 더욱 날카롭다. 한국의 화이트칼라 비중은 OECD 평균을 웃돌며, IT 서비스 기업들은 AI 에이전트에 의한 중간 단계 소거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AI가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유령 GDP’ 개념은 한국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에도 경종을 울린다. 반도체와 AI 인프라 수출로 GDP 성장률은 양호하게 유지되지만, 국내 소비 경제가 위축되는 이중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다. AI 전환기에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가 한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시트리니리서치의 보고서가 ‘예측이 아닌 시나리오’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정책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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