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요금납부자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을 발표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등 7대 빅테크 기업이 3월 4일 백악관에서 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약 수준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연설에서 깜짝 발표, AI 전력 논란 정면 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4일 국정연설에서 ‘요금납부자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을 발표했다. 이 서약의 핵심은 빅테크 기업이 신규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스스로 건설하거나 구매해 조달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업들은 새로운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력을 직접 건설하고, 가져오고, 구매할 것이며,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미국인의 전기 요금이 올라가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2024년 대선 당시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오히려 요금이 상승한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님비(NIMBY)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서명 기업 7곳과 3월 4일 백악관 행사
서약에 서명하는 기업은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xAI, 오라클(Oracle), 오픈AI(OpenAI) 등 7곳이다. 3월 4일 백악관에서 공식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2026년 AI 인프라에만 약 7,000억 달러(약 1,015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별로는 아마존이 2,000억 달러(약 290조 원), 구글이 1,850억 달러(약 268조 2,500억 원), 마이크로소프트가 1,450억 달러(약 210조 2,500억 원), 메타가 1,350억 달러(약 195조 7,500억 원)를 각각 투입한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서약의 배경이 된 것이다.
이미 개별 약속한 기업들, 종합판에 불과하다는 지적
사실 이번 서약의 상당 부분은 이미 개별 기업이 약속한 내용을 모아놓은 것에 가깝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월 11일, 오픈AI는 1월 26일, 앤스로픽(Anthropic)은 2월 11일에 각각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개별 서약을 발표한 바 있다.
앤스로픽의 외부업무 책임자는 “우리 회사는 데이터센터로 인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 인상분의 100%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백악관 서약은 이러한 개별 약속을 하나로 묶어 대통령의 이름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서약의 세부 텍스트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도 불분명한 상태이다.
| 항목 | 내용 |
|---|---|
| 서약 명칭 | 요금납부자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 |
| 서명 기업 |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xAI, 오라클, 오픈AI (7곳) |
| 서명 일자 | 2026년 3월 4일 백악관 |
| 핵심 내용 | 신규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자체 조달, 일반 가정 요금 인상 방지 |
| 2026년 빅테크 AI 투자 규모 | 약 7,000억 달러(약 1,015조 원) |
| 미국 소매 전기요금 | kWh당 17.24센트(2025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6% 상승) |
| 선행 개별 서약 | MS(1월 11일), 오픈AI(1월 26일), 앤스로픽(2월 11일) |
비판 여론: “악수 합의로는 부족하다”
야당인 민주당 측에서는 서약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민주당 상원의원 마크 켈리(Mark Kelly)는 “빅테크와의 악수 합의(handshake agreement)로는 데이터센터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켈리 의원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약에는 위반 시 제재 조항이 없으며, 기업이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재 미국 24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되고 있으며, 그 규모만 약 9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문제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 자체의 사회적 수용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 전기요금 현실: 공약과 달리 계속 오르는 중
미국의 소매 전기요금은 2025년 12월 기준 kWh당 17.24센트로,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했으나, 취임 이후에도 요금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폭증이 이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초기에는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전력 수급 압박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이 자체 전력을 조달하더라도 전체 전력망에 미치는 간접적 영향까지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시사점: 한전 요금 35% 인상, 데이터센터 전력 9.36GW 신청
한국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 전가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KEPCO)의 일반용 전기요금은 최근 4년간 35% 인상되어 kWh당 128.47원에서 172.99원으로 올랐다. 이 같은 인상의 배경에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대규모 전력 소비 시설의 급증이 자리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150곳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총 9.36GW 규모의 전력을 신청한 상태이며, 이는 기존 운영 중인 161곳의 총 전력 2.57GW의 3.6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시흥 국가AI컴퓨팅센터 등 주요 시설에서도 전력 부족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 미국의 ‘요금납부자 보호 서약’ 모델은 한국에도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논의 중인 AI 특별법에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전기요금 부담 분담 조항을 포함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빅테크의 자체 전력 조달 원칙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 정부도 유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제스처인가, 산업 전환의 시작인가
이번 요금납부자 보호 서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약속이라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7대 빅테크 기업이 대통령 앞에서 공식 서명한다는 상징적 무게감은 무시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도 데이터센터 님비 여론을 잠재우고 신규 프로젝트의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정도의 약속은 감수할 만한 비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서약의 세부 조항과 이행 모니터링 체계이다. 3월 4일 서명식에서 구체적인 텍스트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의회 차원의 입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AI 인프라 확장과 에너지 비용 부담이라는 구조적 긴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AI 산업이 직면한 공통 과제이다. 트럼프의 서약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첫걸음이 될지, 아니면 정치적 퍼포먼스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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