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펜타곤 군사 계약에 반발한 15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챗GPT를 떠나 클로드(Claude)로 이동하는 가운데, 앤트로픽은 타사 AI 메모리를 1분 만에 가져올 수 있는 기능까지 출시하며 전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펜타곤 계약이 촉발한 대이동
사건의 시작은 오픈AI와 미 국방부(펜타곤)의 계약이다. 오픈AI는 앤스로픽을 대체해 펜타곤과 최대 2억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AI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 계약자였던 앤스로픽은 펜타곤이 요구한 ‘미국인 대량 감시’와 ‘완전 자율무기’에 클로드를 활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Pete Hegseth)는 앤스로픽에 ‘모든 합법적 용도’에 AI 모델을 배포하라고 요구했으나, 앤스로픽은 두 가지 조건을 고수했다. 결국 펜타곤은 앤스로픽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하고 계약을 종료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스로픽 CEO는 “위협은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못한다. 양심적으로 그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 선을 넘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반한다고 믿으며, 우리는 미국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는 “국방부는 이러한 원칙에 동의하며 법과 정책에 이를 반영했고, 우리도 계약에 이를 포함했다”고 반박했다.
#QuitGPT, 150만 명이 움직이다
앤스로픽의 거부와 오픈AI의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사용자 반발이 폭발했다. #QuitGPT, #CancelChatGPT 해시태그가 레딧과 X(구 트위터)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quitgpt.org 사이트가 만들어져 보이콧을 조직화했고, ChatGPT 서브레딧에서는 수십 명의 사용자가 계정 삭제를 촉구했다. 가수 케이티 페리(Katy Perry)가 클로드 가격 페이지를 공유하며 전환을 독려하기도 했다. 보이콧 운동에는 15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된다. AI 기업 직원 700명 이상도 정부의 AI 군사 활용에 우려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다.
사용자 이동은 수치로 증명된다. 클로드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2개월 전 42위에서 무료 앱 1위로 급등했다. ChatGPT는 2위, 구글 제미나이(Gemini)는 3위로 밀려났다. 독일과 캐나다 앱스토어에서도 클로드가 1위를 차지했고, 스위스에서는 2위에 올랐다. 2026년 2월 28일 하루에만 클로드 앱 다운로드가 50만 3,424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일일 설치 수를 경신했다.
| 항목 | 수치 |
|---|---|
| 클로드 앱스토어 순위 변화 | 42위 → 1위 (미국, 독일, 캐나다) |
| 2월 28일 일일 다운로드 | 50만 3,424건 (역대 최다) |
| 무료 사용자 증가율 | 연초 대비 60% 이상 |
| 일일 가입 증가 | 4배 (11월 대비 3배) |
| 유료 구독자 증가 | 연초 대비 2배 이상 |
| 월간 활성 사용자(MAU) | 1,890만 명 |
| #QuitGPT 참여자 | 150만 명 이상 |
| ChatGPT 글로벌 점유율 | 87% → 68% 하락 |
클로드의 무료 활성 사용자 수는 연초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일일 가입 수는 4배로 늘었다. 유료 구독자 수도 올해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ChatGPT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7%에서 68%로 19%p 하락했다.
메모리 가져오기, 전환 장벽을 없애다
앤스로픽은 사용자 유입을 가속하기 위해 결정적 카드를 꺼냈다. ‘메모리 가져오기(Import Memory)’ 기능이다. 이 기능은 ChatGPT, 제미나이, 코파일럿(Copilot) 등 타사 AI에 저장된 사용자 메모리를 클로드로 1분 이내에 옮길 수 있게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claude.com/import-memory에서 제공하는 프롬프트를 복사해 기존 AI에 붙여넣으면, 개인 설정과 업무 맥락이 텍스트로 추출된다. 이를 클로드 메모리 설정에 붙여넣으면 끝이다. ChatGPT 사용자는 Settings → Personalization → Manage Memories에서 직접 메모리 항목을 복사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
앤스로픽 공식 안내 페이지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고 클로드로 전환하세요. 한 번의 복사-붙여넣기로 클로드가 메모리를 업데이트하고 기존 작업을 이어갑니다”라고 안내한다.
이전 가능한 항목은 이름·위치·시간대 등 개인 정보, 직무·회사·프로젝트 등 업무 맥락, 프로그래밍 언어·프레임워크 등 기술 선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반복 작업 패턴이다. 대화 기록, 파일 첨부, 커스텀 GPTs 설정 등은 이전되지 않는다. 가져온 메모리는 기존 클로드 메모리를 덮어쓰지 않고 병합(merge) 방식으로 처리되며, 완전 반영까지 최대 24시간이 소요된다.
무료 플랜 메모리 개방, 프라이버시 차별화
앤스로픽은 메모리 가져오기와 함께 무료 플랜에도 메모리 기능을 개방했다. 메모리 기능은 2025년 여름 유료 플랜 전용으로 출시됐으나, 이번에 무료 사용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앤스로픽은 공식 스레드(Threads) 계정을 통해 “메모리가 이제 무료 플랜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저장된 메모리를 클로드로 쉽게 가져올 수 있으며, 언제든 내보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프라이버시 정책에서도 차별화를 꾀한다. 앤스로픽은 메모리를 암호화 저장하고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으며 언제든 내보내기(export)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구글 제미나이의 가져오기 기능이 대화 로그를 학습용으로 전송하는 방식인 것과 대조적이다. 구글도 유사한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을 개발 중이었으나, 앤스로픽이 먼저 공개 출시해 선수를 쳤다.
앤스로픽의 기업 성장, 수치가 말한다
앤스로픽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2026년 2월 기준 연환산 매출(ARR)은 140억 달러(약 20조 3,000억 원)로, 전년 대비 10배 성장했다. 같은 달 시리즈 G 펀딩으로 300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3,800억 달러(약 551조 원)에 달해 세계 3위 비상장 기업에 올랐다. 기업용 AI 어시스턴트 시장 점유율은 2024년 18%에서 2026년 29%로 61% 성장했다. 기업 고객은 30만 개 이상이며,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지출 고객이 500개, 포춘(Fortune) 10대 기업 중 8개가 클로드를 사용한다.
클로드 유료 요금제는 프로(Pro) 월 20달러(약 2만 9,000원), 맥스(Max) 월 100달러(약 14만 5,000원)~200달러(약 29만 원), 팀(Team) 월 25달러(약 3만 6,250원)/인(연간 결제 기준)이다.
한국 시장, 클로드 결제액 1년 새 10배 폭증
한국 시장의 변화도 뚜렷하다. 2026년 2월 1~22일 기준 클로드의 국내 결제액은 약 197억 원으로, 1년 전 16억 원 대비 1,131% 급증했다. 생성형 AI 결제 점유율에서 클로드는 29.0%로 2위에 올라섰다. ChatGPT는 51.2%로 여전히 1위이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한국 클로드 결제 중 기업 법인 결제 비중이 61%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업무 자동화와 코딩 수요에 클로드를 적극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과 무료 플랜 메모리 개방은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메모리 암호화 저장, 학습 미사용, 내보내기 보장 등 앤스로픽의 프라이버시 정책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엄격한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AI 챗봇 간 ‘전환 비용(switching cost)’ 개념이 본격화되면서, 네이버 클로바X·카카오 등 국내 AI 서비스도 메모리 이전 도구를 제공해야 사용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CancelChatGPT 운동이 한국에서도 확산될 경우, 국내 오픈AI 유료 구독자의 클로드 전환이 가속될 수 있다.
AI 시장의 경쟁 축이 바뀌고 있다. 모델 성능과 가격만으로 사용자를 붙잡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앤스로픽이 펜타곤의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역대 최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AI 기업의 윤리적 입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은 사용자 전환의 기술적 장벽을 허물었고, 펜타곤 사태는 전환의 심리적 동기를 제공했다. 오픈AI의 기업가치 7,300억 달러 대 앤스로픽의 3,800억 달러, 규모의 차이는 아직 크다. 그러나 ChatGPT의 글로벌 점유율이 87%에서 68%로 급락하는 동안, 클로드의 기업용 시장 점유율은 29%까지 올라왔다. 사용자들은 이제 AI를 고를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겠는가”까지 따지기 시작했다.
| 구분 | 앤스로픽(클로드) | 오픈AI(ChatGPT) |
|---|---|---|
| 앱스토어 순위 | 1위 | 2위 |
| 펜타곤 입장 | 자율무기·대량감시 거부 | 2억 달러 계약 체결 |
| 기업가치 | 3,800억 달러(약 551조 원) | 7,300억 달러(약 1,058조 원) |
| 글로벌 시장 점유율 | 약 2% (기업용 29%) | 68% (87%에서 하락) |
| 연환산 매출 | 140억 달러(약 20조 3,000억 원) | 비공개 |
| 한국 결제 점유율 | 29.0% | 51.2% |
| 메모리 가져오기 | 지원 (프라이버시 보호) | 미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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