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AMD가 차세대 HBM4 메모리 주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AI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했다. 리사 수(Lisa Su) AMD CEO가 첫 방한해 전영현 부회장과 MOU에 서명했으며, 3~5년 장기 계약 전환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삼성 3개 노조가 93.1%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면서, HBM4 양산 피크 시기와 겹치는 5월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약 9~10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AMD, 삼성을 HBM4 주 공급사로 지정하다
2026년 3월 18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AMD와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공급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리사 수(Lisa Su) AMD CEO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직접 서명했다. 리사 수 CEO는 방한 기간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갖고 네이버 최수연 CEO와도 면담하는 등 한국 테크 생태계 전반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MOU의 핵심은 AMD가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Instinct) MI455X GPU에 탑재할 HBM4의 주 공급사(primary supplier)로 삼성전자를 지정한 것이다. 리사 수 CEO는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 기술 리더십과 인스팅트 등 AMD 플랫폼을 결합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HBM4, 무엇이 다른가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HBM4는 6세대 10나노급(1c) DRAM 공정과 4나노 로직 베이스 다이를 결합한 차세대 제품이다. 전송 속도는 최대 13Gbps로 업계 표준인 8Gbps 대비 약 46% 빠르며, 최대 대역폭은 3.3TB/s에 달해 이전 세대 HBM3E 대비 2.7배 증가한 수치를 기록한다. 12단 적층 기준 24GB에서 36GB, 16단 적층 시 최대 48GB의 용량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2026년 2월 업계 최초로 HBM4 상용 양산을 시작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AMD뿐 아니라 엔비디아 물량의 약 30%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항목 | HBM4 (삼성) | HBM3E (기존) |
|---|---|---|
| DRAM 공정 | 6세대 10나노급(1c) | 5세대 |
| 전송 속도 | 최대 13Gbps | 8Gbps |
| 최대 대역폭 | 3.3TB/s | 약 1.2TB/s |
| 적층 / 용량 | 12단 24~36GB, 16단 48GB | 8~12단 |
| 로직 베이스 다이 | 4나노 | 7나노급 |
| 양산 시점 | 2026년 2월 (업계 최초) | 2024년 |
협력 범위: HBM4를 넘어 파운드리까지
이번 MOU의 범위는 HBM4에 국한되지 않는다. DDR5 메모리 분야에서는 6세대 AMD EPYC CPU(코드명 “베니스”)와 AMD 헬리오스(Helios) 랙스케일 아키텍처에 삼성 DDR5를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기존 세대인 HBM3E 12단 메모리도 MI350X 및 MI355X용으로 지속 공급한다. 나아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AMD 차세대 제품의 위탁생산을 논의하고 있어,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열렸다. 전영현 부회장은 기존 분기별 또는 연간 계약에서 “최대 3~5년 장기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MI455X는 2026년 하반기 출하가 예정되어 있어, 삼성의 HBM4 공급 안정성이 AMD의 AI 가속기 로드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조 파업 93.1% 찬성, HBM4 양산과 정면충돌
동맹 체결의 환호가 채 가시기 전에 내부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3개 노조가 구성한 공동투쟁본부는 재적 조합원 89,874명 중 66,019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73.5%)해, 이 중 61,456명(93.1%)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임금 7% 인상, OPI(조직성과인센티브) 상한 폐지,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임금 6.2% 인상과 자사주 20주 지급 안은 거부되었다. 노조는 4월 23일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결정적으로 노조원의 60% 이상이 메모리 사업부 소속이며, 5월 파업 시기가 HBM4 제조 피크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예상 손실은 약 9~10조 원에 이른다.
HBM 경쟁 지형과 삼성의 전략적 포지션
글로벌 HBM 시장의 경쟁 구도는 삼성의 양면 전략을 부각시킨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HBM4 물량의 약 60~70%를 확보하며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은 엔비디아 물량 약 30%에 더해 AMD 주 공급사라는 확실한 거점을 마련했다. 마이크론 역시 HBM4 양산에 진입해 엔비디아 베라 루빈(Vera Rubin)용 공급을 시작하면서 3강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 HBM 매출이 2025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생산 능력도 70%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 파업이라는 변수가 이 모든 청사진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AMD 동맹을 통해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고객사의 수요와, 안정적 공급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삼성의 과제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노사 협상의 결과가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기술력만이 아니라 노사 관계의 안정성에도 달려 있음을 이번 사태는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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