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Box) CEO 아론 레비(Aaron Levie)가 “CEO들은 AI 사이코시스에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AI가 생산성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경영진의 믿음과 실제 측정 가능한 성과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2026년 테크 업계는 약 250건의 구조조정으로 10만 명 이상을 감원했다.
아론 레비의 경고: “CEO들은 AI 사이코시스에 취약하다”
박스(Box)의 CEO 아론 레비(Aaron Levie)가 테크 업계에 통렬한 경고를 던졌다. 레비는 “CEO들은 AI 사이코시스에 유독 취약하다. 왜냐하면 AI로 대부분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여전히 필요한 ‘라스트 마일(last mile)’ 작업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AI 사이코시스’란 AI의 변혁적 잠재력에 대한 거의 종교적 수준의 믿음을 의미한다. CEO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AI 도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한계를 갖는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AI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레비의 경고가 단순한 경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클릭업(ClickUp)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9년 차 프로젝트 관리 스타트업 클릭업의 CEO 젭 에반스(Zeb Evans)는 전체 인력의 22%에 해당하는 약 290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3,000개의 AI 에이전트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에반스는 이를 비용 절감이 아닌 ‘AI 퍼스트 100배 조직(100x Org)’ 모델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290명의 전문 인력을 3,000개의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6년 테크 업계 감원 현황: 10만 명 이상, 250건
| 지표 | 2025년 전체 | 2026년 5월까지 |
|---|---|---|
| 감원 인원 | 12만 4,636명 | 11만 5,430명 이상 |
| 감원 기업 수 | 275개 | 152개 이상 |
| 감원 이벤트 수 | – | 약 250건 |
2026년의 테크 업계 감원 규모는 이미 전년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152개 이상의 테크 기업에서 11만 5,430명이 해고되었으며, 이는 2025년 전체(275개 기업, 12만 4,636명)와 비교해도 거의 맞먹는 수치이다. 감원 이벤트 기준으로는 약 250건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많은 기업들이 감원의 명분으로 ‘AI 전환’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이라는 전통적 이유 대신,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한다는 서사가 구조조정의 새로운 정당화 논리로 자리 잡고 있다.
AI 사이코시스의 핵심은 약속과 현실 사이의 괴리이다. 기업들은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발표하지만, 실제로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다. 코딩 어시스턴트, 고객 서비스 챗봇, 문서 요약 등 특정 영역에서는 효율성 개선이 확인되지만, 이것이 인력 감축을 정당화할 만큼의 전사적 생산성 도약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레비가 지적한 ‘라스트 마일’ 문제, 즉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한국 테크 기업들도 AI 전환 열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AI를 명분으로 한 인력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다. 아론 레비의 경고는 한국 경영진에게도 유효하다. AI 도입의 성과를 과대 포장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AI 역량을 근거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의 실행력과 혁신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 ‘AI 사이코시스’에 빠지지 않고 AI의 실질적 기여도를 냉정하게 측정하는 것이 경영진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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