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차전지란 무엇인가: 재충전 가능한 에너지의 심장
1.1 2차전지의 정의와 핵심 사용 사례
2차전지(Secondary Battery)는 한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1차전지(Primary Battery)와 달리, 외부 전원을 통해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의미한다. 이는 전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 반응이 가역적(reversible)이기 때문에 가능하며, 이 때문에 ‘축전지(accumulator)’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재충전의 특성 덕분에 2차전지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손안의 스마트폰과 노트북부터 거리를 달리는 전기자동차(EV), 그리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리튬이온(Lithium-ion)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 덕분에 2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2 배터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리튬 이온의 여정
리튬이온 배터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4대 핵심 구성요소를 알아야 한다. 바로 양극(Cathode), 음극(Anode), 전해액(Electrolyte), 그리고 분리막(Separator)이다. 배터리의 작동은 이 구성요소들 사이에서 리튬 이온(
Li+)이 이동하는 물리적 현상에 기반한다.
- 방전 (Discharging / 에너지 사용 시): 배터리를 사용하여 기기를 작동시킬 때, 음극에 저장되어 있던 리튬 이온이 전해액을 건너 양극으로 이동한다. 이와 동시에, 리튬 원자에서 분리된 전자(e−)는 외부 회로(스마트폰의 회로나 전기차의 모터 등)를 따라 양극으로 이동하며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 전류가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다.
- 충전 (Charging / 에너지 저장 시): 충전기를 연결해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하면 방전 과정이 역으로 일어난다. 양극에 있던 리튬 이온이 에너지를 받아 다시 전해액을 통해 음극으로 이동해 저장된다. 전자 역시 외부 전원의 힘으로 회로를 거슬러 음극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배터리는 재사용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그네처럼 오가는 모습에 비유하여 ‘흔들의자 배터리(Rocking Chair Battery)’라고도 부른다. 이 단순해 보이는 ‘흔들의자’의 움직임이 바로 모든 배터리 기술 혁신의 중심에 있다. 앞으로 논의될 실리콘 음극재, 하이니켈 양극재, 전고체 전해질 등 모든 기술 발전은 이 ‘흔들림’, 즉 리튬 이온의 이동을 더 효율적이고(고용량), 더 빠르고(급속 충전), 더 오래 지속되고(긴 수명),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배터리 과학의 핵심 과제는 작동 원리 자체가 아니라, 이 원리를 구현하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다.
2. 음극재: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2.1 음극재의 역할과 중요성
음극재는 양극에서 출발한 리튬 이온을 받아들여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방출하는, 일종의 ‘리튬 이온 저장고’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의 효율성이 배터리의 **수명(cycle life)**과 **충전 속도(charging speed)**를 결정한다. 양극재가 아무리 많은 리튬 이온을 만들어낼 수 있어도, 음극재가 이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배터리의 전체 성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서 음극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2.2 전통의 강자 흑연 vs 차세대 주자 실리콘
현재 음극재 시장은 전통적인 소재인 흑연과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는 실리콘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 흑연(Graphite):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표준 음극재로, 안정적인 층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 덕분에 리튬 이온이 층 사이로 부드럽게 삽입(intercalation)되고 탈리(de-intercalation)되어 구조적 손상 없이 수많은 충·방전 사이클을 견딜 수 있다. 또한, 원료가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여 경제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흑연의 이론적 에너지 용량은 약 372 mAh/g으로,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 실리콘(Silicon): 실리콘은 흑연보다 이론적으로 10배 이상 높은 약 4,200 mAh/g의 에너지 저장 용량을 자랑한다. 이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크게 늘리고, 동일 용량의 배터리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두 소재의 특성은 아래 표와 같이 명확한 장단점을 가진다.
3. 양극재: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설계자
3.1 양극재의 역할과 핵심 기능
양극재는 배터리 내에서 리튬 이온의 원천(source) 역할을 하는 활물질이다. 양극재의 종류와 화학적 구성에 따라 배터리의 **용량(capacity)**과 **평균 전압(voltage)**이 결정되며, 이 두 요소의 곱이 바로 배터리의 총 에너지 저장 능력, 즉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가 된다. 또한, 리튬 이온을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게 방출할 수 있는지가 배터리의 **출력(power)**을 좌우한다. 따라서 어떤 양극재를 선택하느냐가 배터리의 성능, 가격, 안전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3.2 NCM, LFP, NCA: 특성과 미래를 비교 분석하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크게 삼원계(NCM, NCA)와 인산철계(LFP) 양극재로 양분되어 있다. 각 소재는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며, 이는 단순한 기술 우위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요구와 제조사의 전략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 NCM (니켈·코발트·망간): 니켈(Ni)의 높은 에너지 용량, 코발트(Co)의 구조적 안정성, 망간(Mn)의 안전성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조합한 양극재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긴 주행거리가 필수적인 고성능 전기차에 주로 채택된다. 하지만 원자재 중 코발트의 가격이 매우 비싸고 수급이 불안정하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안정성이 저하되는 기술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 LFP (리튬·인산철): 값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고 저렴한 철(Fe)을 기반으로 하여 가격 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결정 구조가 매우 안정적인 올리빈(Olivine)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열에 강하고 화재 위험이 낮다. 충·방전 수명 또한 NCM 계열보다 월등히 길어(NCM: 1,000~2,000회, LFP: 3,000회 이상), 내구성과 안전성을 중시하는 보급형 전기차나 ESS에 주로 사용된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로 구현할 수 있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 NCA (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과 유사하게 니켈 기반의 고용량 양극재이지만, 망간 대신 알루미늄(Al)을 첨가하여 출력을 더욱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과거 테슬라의 주력 배터리로 사용되었으며,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NCM과 마찬가지로 비용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LFP 대비 약점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의 차이는 전기차 시장의 세분화를 이끌고 있다. 600 km 이상의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프리미엄 세단을 만드는 제조사는 높은 비용과 복잡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감수하고 NCM/NCA를 선택한다. 반면,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가격의 보급형 전기차를 만드는 제조사는 주행거리를 일부 양보하더라도 LFP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우선시한다. 테슬라가 표준 모델에는 LFP를, 롱레인지 모델에는 NCM을 사용하는 것이 이러한 시장 전략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 배터리 시장은 하나의 화학 조성이 시장을 독점하기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공존하며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4. 음극재의 혁신: 실리콘, 한계를 넘어 미래로
4.1 차세대 음극재의 총아, 실리콘의 장점과 기술적 난제
실리콘 음극재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는 단 하나, 압도적인 에너지 저장 용량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는 더디게 진행되었는데, 그 이유는 치명적인 기술적 난제 때문이다. 바로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부피 팽창(Volume Expansion) 문제다.
리튬 이온이 실리콘 원자와 결합(alloying)하면, 실리콘 입자의 부피는 원래 크기보다 3~4배(300~400%)까지 거대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다음과 같은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 입자 파쇄(Pulverization): 팽창과 수축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실리콘 입자들이 가루처럼 부서진다.
- 전극 구조 붕괴: 부서진 입자들은 집전체(current collector)와의 전기적 연결이 끊어져 더 이상 배터리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층의 지속적 파괴 및 재생성: 팽창으로 인해 실리콘 표면에 형성된 보호막(SEI)이 찢어지고, 새로운 표면이 전해액에 노출된다. 배터리는 이 새로운 표면에 다시 SEI를 형성하기 위해 리튬 이온과 전해액을 계속 소모하게 되며, 이는 배터리 용량 감소와 수명 단축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4.2 부피 팽창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돌파구: SiOx와 Si-C 복합체
이러한 기계적 파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순수한 실리콘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다른 안정적인 소재와 결합하는 ‘복합재(composite)’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마치 폭발력이 강한 물질을 안정적인 용기 안에 담아 다루는 것과 유사한 접근법이다.
- 나노 구조화 및 복합재: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실리콘 입자의 크기를 수십 나노미터(nm) 단위로 매우 작게 만들고, 이를 부피 팽창을 완충해 줄 수 있는 탄소(Carbon) 소재 내부에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탄소 매트릭스가 실리콘의 팽창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틀’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실리콘 산화물(SiOx): 실리콘(Si)과 산소(O)를 결합한 SiOx는 초기 충전 과정에서 리튬과 반응하여 비활성 물질인 리튬실리케이트(Li4SiO4)와 산화리튬(Li2O)을 형성한다. 이 비활성 매트릭스가 실리콘 나노 입자 주변을 감싸며 부피 팽창을 내부적으로 흡수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음극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 실리콘-탄소 복합체(Si-C): 흑연이나 탄소 나노튜브(CNT)와 같은 전도성 높은 탄소 소재로 실리콘 입자를 감싸거나(코팅) 균일하게 혼합하는 기술이다. 탄소 소재가 실리콘의 팽창을 물리적으로 억제함과 동시에, 입자가 부서지더라도 높은 전기 전도도를 유지시켜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는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에 포함된 실리콘 함량은 5~10% 미만으로, 흑연에 소량 첨가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는 순수 실리콘의 혁명적인 성능보다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트로이 목마’ 전략에 가깝다. 한국의 소재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세계 최초로 SiOx 기반 실리콘 음극재를 양산하여 포르쉐 타이칸과 같은 고성능 전기차에 공급하고 있으며 , 최근에는 인도의 Epsilon사와 협력하여 차세대 Si-C 복합재 개발에도 착수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Si-C 음극재 데모 플랜트를 가동하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매트릭스 기술을 고도화하며 실리콘 함량을 점진적으로 높여, 성능과 안정성, 그리고 제조 비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5. 양극재의 발전: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5.1 하이니켈(High-Nickel) 양극재 트렌드와 기술적 과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NCM 양극재에서 니켈(Ni)의 함량을 80% 이상으로 극대화한 ‘하이니켈’ 양극재가 고성능 배터리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리튬 이온을 저장할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이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양극재의 화학적 구조는 불안정해진다. 특히 배터리가 고전압으로 충전된 상태에서, 활성화된 니켈 이온은 전해액과 격렬하게 반응하여 산소(가스)를 발생시키고, 이는 배터리 내부 압력을 높여 부풀어 오르게(swelling) 하거나 최악의 경우 **열 폭주(Thermal Runaway)**를 유발하여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반복적인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재 입자에 미세 균열이 발생하고, 전해액과의 원치 않는 부반응이 지속되어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단축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5.2 성능 저하를 막는 안정화 기술 동향
이러한 하이니켈 양극재의 태생적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소재 과학자들은 다양한 안정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없이는 600km 이상 주행하는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고성능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소재 기업 간의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 표면 코팅(Surface Coating): 양극재 입자 표면을 얇고 안정적인 금속 산화물(예: Al2O3)이나 이온 전도성 물질로 코팅하는 기술이다. 이 코팅층은 양극재가 전해액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아 부반응을 억제하는 물리적 방어막 역할을 한다.
- 도핑(Doping): 알루미늄(Al), 마그네슘(Mg), 티타늄(Ti) 등 소량의 다른 원소를 양극재 결정 구조 내부에 첨가(도핑)하는 기술이다. 이 ‘불순물’ 원소들이 기둥처럼 작용하여 결정 구조 자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충·방전 시 구조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다.
- 단결정(Single Crystal) 기술: 기존의 하이니켈 양극재는 수많은 나노 크기의 작은 입자(일차 입자)들이 뭉쳐진 다결정(polycrystal) 형태다. 이 구조는 충·방전 시 각기 다른 방향으로 팽창·수축하는 일차 입자들 사이에 응력이 발생하여 경계면에 미세 균열(micro-crack)을 유발하기 쉽다. 단결정 기술은 이러한 일차 입자들을 하나의 거대한 단일 입자로 성장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구조적 응력의 원인이 되는 입자 경계면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여 기계적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해액 침투 경로를 차단하여 수명과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하이니켈 양극재 표면에 남아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는 ‘잔류 리튬 화합물’의 위치를 규명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설계 방안을 제시하는 등, 국내에서도 하이니켈 양극재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6. 미래 배터리 기술과 지속가능성
6.1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게임 체인저의 등장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소재적,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게임 체인저’로 두 가지 차세대 기술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이름 그대로 배터리의 4대 요소 중 액체 상태인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화재 및 폭발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또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 분리막이 필요 없어지고, 배터리 내부 구조를 단순화하여 더 많은 활물질을 채워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며,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5년경 전고체 배터리가 전체 2차전지 시장의 10~1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리튬-황 배터리(Lithium-Sulfur Battery): 양극 활물질로 니켈이나 코발트 대신 저렴하고 지구상에 풍부한 자원인 황(Sulfur)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황은 이론적 에너지 밀도가 기존 NCM 양극재보다 6배 이상 높아,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드론이나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이 경량화가 필수적인 분야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생성물인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액체 전해액에 쉽게 녹아 음극으로 이동하며 용량과 수명을 급격히 저하시키는 ‘셔틀 효과(shuttle effect)’가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리튬 폴리설파이드의 이동을 막을 수 있는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리튬-황 배터리(ASSLSBs)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6.2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 재활용의 환경적·경제적 가치
전기차와 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배터리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지며, 이는 자원 고갈, 가격 급등, 그리고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 리스크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의 급증은 새로운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사용 후 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하여 새로운 배터리 제조에 재투입하는 **재활용(Recycling)**과 이를 기반으로 한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구축이 필수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지정학적, 경제적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 환경적 가치: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배터리 재활용은 광산에서 새로운 원자재를 채굴하고 제련하는 과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58~81%, 물 사용량을 72~88%, 에너지 사용량을 77~89%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 경제적 및 전략적 가치: 재활용은 ‘도시 광산(Urban Mining)’의 개념으로, 폐배터리라는 폐기물을 귀중한 자원의 공급원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변동성이 큰 핵심 광물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은 정책들은 역내에서 재활용된 원료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며, 재활용을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닌 핵심 산업 정책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Battery 2030’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회복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순환적인 배터리 가치 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7. 결론 및 시장 전망: 2차전지,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
7.1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2차전지 시장 전망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전기차로의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전례 없는 성장을 앞두고 있다.
- 시장 규모 예측: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22년 약 700 GWh 수준이었던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여 2030년에는 4.7 TWh에 도달하고, 배터리 가치 사슬 전체의 시장 가치는 4,000억 달러(약 55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만으로도 2035년에는 수요량이 5.3 TWh, 시장 규모는 6,160억 달러(약 8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더욱 낙관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 지역별 패권 경쟁: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약 75%를 차지하는 중국의 독주 체제에 변화가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미국의 IRA, 유럽의 CRMA와 같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의 영향으로 2035년에는 북미의 생산 점유율이 31%, 유럽이 27%로 급증하는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38%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배터리 산업의 패권이 기술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과 정책에 의해 재편될 것임을 시사한다.
7.2 기술 발전이 열어갈 새로운 기회
2차전지 기술은 여전히 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다. 음극재 분야에서는 실리콘 함량을 점진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며, 양극재 분야에서는 하이니켈 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LFP의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어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더 긴 주행거리, 더 빠른 충전 속도, 더 저렴하고 안전한 전기차의 등장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넘어, 에너지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과학자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2차전지가 열어갈 새로운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8. 자주 묻는 질문 (FAQ)
Q1: LFP 배터리는 왜 100%까지 충전해도 괜찮다고 하나요? A1: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결정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고 화학적으로 덜 민감하여, 완전 충전 상태에서도 구조적 스트레스나 열화가 적게 발생한다. 또한, LFP 배터리는 충전 상태(SOC)에 따른 전압 변화가 완만하여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정확한 잔량을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100% 충전을 권장하기도 한다. 반면 NCM 배터리는 고전압 상태에서 소재 불안정성이 커지므로 수명 연장을 위해 보통 80~90% 충전을 권장한다.
Q2: 실리콘 음극재는 언제쯤 흑연을 대체하고 대중화될까요? A2: 완전한 대체보다는 점진적인 함량 증가 형태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다. 현재는 5~10% 미만의 실리콘을 흑연에 첨가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부피 팽창을 제어하는 나노 기술과 복합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2030년경에는 실리콘 함량이 10%를 초과하는 배터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QYResearch는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2024년 5억 달러에서 연평균 40% 성장하여 2031년 4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Q3: 전고체 배터리는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A3: 많은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을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 초반으로 예측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상업 생산이 2030년경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높은 계면 저항 문제, 대량 생산 공정 미확립, 높은 제조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초기에는 소형 IT 기기나 고가의 프리미엄 전기차에 먼저 적용된 후 점차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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