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빨아들이면서 범용 DRAM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IDC는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2.9% 줄어든 11억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넘게 없었던 최대 폭의 하락이다.
HBM이 만든 메모리 대란의 구조
AI 인프라 투자 붐이 반도체 공급망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Micron)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웨이퍼 생산 역량을 AI 서버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대거 전환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RAM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HBM 1개당 600달러(약 87만 원) 이상의 고마진을 보장하는 AI 칩 시장이 메모리 업체에게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그 대가는 소비자 전자기기 시장의 위축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IDC에 따르면 2026년 DRAM 공급 성장률은 전년 대비 16%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 라인 확장에 수조 원을 투입하는 동안 범용 DRAM 생산 설비 증설은 사실상 동결된 상태이다.
IDC 전망: 10년래 최대 출하량 감소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1억 대로, 2025년 12억 6,000만 대 대비 12.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10년 이상 기간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 부품 원가(BoM)를 끌어올리면서 제조사들이 생산 물량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이 핵심 원인이다.
| 항목 | 수치 |
|---|---|
| 2026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 | 11억 대 (전년 대비 -12.9%) |
| 스마트폰 평균 소매가(ASP) | 523달러(약 75만 8,350원), 사상 최고 |
| 저가 스마트폰 BoM 상승률 | 25% |
| 중가 스마트폰 BoM 상승률 | 15% |
| 고가 스마트폰 BoM 상승률 | 10% |
| DRAM 공급 성장률 | 16% (역사적 평균 이하) |
| PC 시장 축소 전망 | 최대 9% |
| PC 업체 가격 인상 경고폭 | 15~20% |
| 메모리 부족 지속 전망 | 2027~2028년까지 |
스마트폰 평균 소매가(ASP)는 14% 인상된 523달러(약 75만 8,35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는 저가, 중가, 고가 스마트폰의 부품 원가가 각각 25%, 15%, 10%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격대가 낮을수록 메모리 비용 인상의 타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이다.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의 종말
이번 메모리 대란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은 신흥국 시장을 지탱해온 초저가 스마트폰이다. IDC는 100달러(약 14만 5,000원) 미만 스마트폰이 “영구적으로 비경제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가 스마트폰의 BoM 비용이 25%나 급등하면서 제조사들이 원가 이하 판매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출하량 감소폭이 20% 이상으로 가장 크다. 중국은 10.5%,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3.1% 감소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100~200달러대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 메모리 가격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디지털 격차가 메모리 대란을 계기로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마트폰이 인터넷 접속의 주요 수단인 개발도상국에서 기기 가격 상승은 곧 디지털 소외로 직결된다. AI가 만들어낸 기술 혁신의 혜택이 정작 저소득 국가의 소비자에게는 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PC 시장도 역풍: 15~20% 가격 인상 경고
메모리 대란의 여파는 스마트폰에 그치지 않는다. IDC는 PC 시장도 2026년 최대 9%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에 따르면 레노버(Lenovo), 델(Dell), HP, 에이서(Acer), 에이수스(ASUS) 등 주요 PC 제조사들이 15~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경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원가 전가를 넘어 PC 시장 전체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모리 모듈 전문 기업 팀그룹(TeamGroup)의 GM은 이번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DC도 메모리 가격이 2025년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HBM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범용 DRAM 설비 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PC 업계는 윈도우 10 지원 종료에 따른 교체 수요 확대를 기대했지만, 메모리 가격 급등이 이 기대를 상쇄하고 있다.
애플만 웃는다: 프리미엄 전략의 방어력
메모리 대란 속에서 애플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저가 시장의 BoM 상승(25%)보다 고가 시장의 BoM 상승(10%)에만 노출된다. 또한 대규모 선제 구매 계약을 통해 메모리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협상력을 갖추고 있다.
아이폰의 ASP는 이미 800달러(약 116만 원)를 넘어선 상태로, 메모리 비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더라도 소비자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삼성전자, 샤오미(Xiaomi), 오포(OPPO) 등 저가부터 고가까지 전 가격대를 아우르는 제조사들은 중저가 라인업에서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게 된다. 메모리 대란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시사점: 삼성전자의 양면의 칼, SK하이닉스의 제로섬
이번 메모리 대란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양면적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사 완제품 사업의 위축이라는 부메랑이 도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 확대로 반도체 부문 이익이 급증하는 반면, 스마트폰 사업부인 MX(모바일 경험) 부문은 갤럭시 라인업 전반의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가장 많은 중저가 갤럭시 A시리즈의 BoM 비용이 25% 급등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가격 인상은 곧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삼성전자 내부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간 이해충돌이 첨예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1위로서 AI 붐의 최대 수혜자이지만, 범용 DRAM 공급 감소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띤다. HBM에 웨이퍼를 집중 배분하면 범용 DRAM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다시 전자기기 전반의 수요를 위축시킨다. 장기적으로 AI 서버 시장의 성장이 소비자 전자기기 시장의 축소를 상쇄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이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스마트폰과 PC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국내 스마트폰 평균 구매가가 80만 원을 넘어설 전망이며, PC 역시 15~20% 가격 인상이 예고되어 있다. LG전자 등 가전 업체도 TV와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비용 상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AI가 창출하는 거대한 가치가 소비자 가격 인상이라는 형태로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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