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 하락의 불쏘시개가 된 충격적인 보고서가 하나 등장했다. 서브스택 금융 분야 유료 구독자 1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독립 리서치 기관 시트리니(Citrini)가 최근 ‘2028년 AI가 불러올 최악의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가상 리포트를 전격 공개했다. 이들은 AI의 무차별적 도입이 화이트칼라 대량 해고를 촉발하고, 이는 곧 소비 위축과 기업 매출 감소, 그리고 거대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전문가의 시각에서 쓰인 이 2028년 6월의 가상 메모는 꽤나 현실적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비관적 내러티브는 시장의 공포를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테크 관점에서 이 시나리오를 뜯어보면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다. AI가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체한 특수한 사례를 모든 화이트칼라 직군에 똑같이 적용하는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는 점이다.
물론 소프트웨어 산업은 AI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장악할 수 있는 분야가 맞다. 파이썬이나 자바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각종 프레임워크, 깃허브 등 전 세계 생태계가 완벽히 표준화되고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드는 명확한 규칙을 따르므로 AI가 학습하고 결과를 내놓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하지만 대다수 화이트칼라의 현실은 코드처럼 깔끔하지 않다. 회사마다, 부서마다, 국가마다 사용하는 문서 양식과 데이터 저장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포맷으로 요청해야 하는지 명확한 매뉴얼조차 없는 경우가 흔하다. 명확한 체계 없이 암묵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굴러가는 일처리 방식은 기업의 숨겨진 일상이다.
이런 파편화된 업무를 AI 에이전트에게 온전히 맡기려면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기업은 보안을 무릅쓰고 방대한 내부 데이터 접근 권한을 열어줘야 한다. 또한 AI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의 지저분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통합해야 한다. 각 기업의 고유한 워크플로우에 맞춘 커스터마이징도 필수다. 이 막대한 준비 작업은 결국 인간의 몫이며, 이 과정은 지루하고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결국 업무가 고도로 표준화된 곳에서는 AI가 사람의 자리를 빠르게 꿰찰 것이다. 그러나 낡고 비표준화된 체계 속에서 굴러가는 대다수 기업의 현실은 역설적이게도 AI의 침투를 늦추는 거대한 방패가 된다. 2028년의 잿빛 붕괴를 걱정하기엔 인간이 얽혀놓은 업무의 장벽이 아직 너무나 견고하다. 막연한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현실의 복잡성이 빚어낼 AI의 실제 도입 속도를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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