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직원 30여 명이 앤스로픽의 국방부 소송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 국방부가 앤스로픽을 ‘공급망 리스크’로 지정한 조치에 대해 AI 업계 전반이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AI 기업의 안전 원칙과 군사 기관의 무제한 활용 요구가 정면충돌한 첫 번째 대형 사건이다.
경쟁사가 손잡은 이례적 연대
오픈AI(OpenAI)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소속 직원 30명 이상이 2026년 3월 9일 앤스로픽(Anthropic)의 국방부 소송을 지지하는 ‘법정 조언자 의견서(amicus brief)’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서명자에는 구글 수석과학자 제프 딘(Jeff Dean)과 오픈AI 로보틱스 부문 리더였던 케이틀린 칼리노스키(Caitlin Kalinowski)가 포함되어 있다. 칼리노스키는 오픈AI가 국방부 계약을 체결한 직후 항의 표시로 사임한 인물이다. 통상 치열하게 경쟁하는 AI 기업들의 직원이 경쟁사의 법적 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의견서는 “정부의 앤스로픽 공급망 리스크 지정은 우리 산업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부적절하고 자의적인 권력 행사”라고 명시했다.
국방부의 ‘공급망 리스크’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사건의 발단은 2026년 2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리스크(supply chain risk)’로 지정하고 연방 기관과 군사 계약업체에 앤스로픽과의 거래를 즉시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공급망 리스크 지정은 본래 외국 기업의 적대적 행위로부터 미군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미국 내 AI 기업에 이 라벨을 부착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앤스로픽은 3월 9일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D.C. 두 곳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헌법은 정부가 기업의 보호된 표현을 이유로 처벌하기 위해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항목 | 내용 |
|---|---|
| 소송 제기일 | 2026년 3월 9일 |
| 공급망 리스크 지정일 | 2026년 2월 27일 |
| 지지 서명 직원 수 | 30명 이상 (오픈AI·구글 딥마인드) |
| 공개서한 서명 직원 수 | 900명 이상 |
| 예상 매출 피해 | 수억~수십억 달러 |
| 우려 표명 기업 고객 | 100개사 이상 |
두 개의 ‘레드라인’이 충돌을 만들었다
갈등의 핵심은 앤스로픽이 국방부와의 계약 갱신 협상에서 내세운 두 가지 ‘레드라인(redline)’이다. 첫째, 클로드(Claude) AI를 미국 시민에 대한 대량 감시(mass surveillance)에 사용하지 않을 것. 둘째, 자율 무기(autonomous weapons) 운용에 활용하지 않을 것. 국방부는 이를 거부하고 ‘모든 합법적 용도(all lawful use)’에 대한 포괄적 승인을 요구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국방부는 계약 해지 대신 공급망 리스크라는 극단적 수단을 택했다. 법정 의견서에 참여한 직원들은 “국방부가 계약 조건에 불만이 있었다면 단순히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AI 기업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오픈AI 계약과 ‘이중 잣대’ 논란
공급망 리스크 지정이 발표된 바로 그날, 오픈AI는 국방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이 시점의 일치는 업계 안팎에서 ‘이중 잣대’ 논란을 촉발시켰다. 오픈AI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일었고, 칼리노스키의 사임은 그 대표적 사례다. 나아가 구글과 오픈AI 직원 900명 이상이 별도의 공개서한에 서명해 자사가 대량 감시나 자율 치명적 표적 지정에 대한 정부 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앤스로픽의 레드라인과 사실상 동일한 입장이다. 앤스로픽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법원 진술에서 이번 조치로 인한 2026년 매출 피해가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최근 며칠간 1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이 앤스로픽과의 거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안전 vs. 국가 안보, 새로운 전선이 열리다
이번 사태는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기업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정부의 국가 안보 논리와 충돌할 때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는가 하는 문제다. 법정 의견서의 서명자들은 “앤스로픽을 처벌하는 것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산업적·과학적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AI 기업과 국방 분야에도 시사점이 크다. 한국군도 AI 기반 감시·무기 체계 도입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미국 사례는 기술 기업과 군 사이의 계약 구조, 윤리적 가이드라인의 법적 지위, 그리고 안전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보복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앤스로픽은 현재 워싱턴 D.C. 항소법원에 공급망 리스크 지정의 긴급 집행 정지를 신청한 상태이며, 이 판결은 AI 산업 전체의 정부 관계 설정에 선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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