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36GW로 두 배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2040년까지 최소 1조 2,000억 유로의 에너지 투자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마이크로그리드와 오프그리드 솔루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가 15년 만에 유럽 전력 수요를 뒤집다
인공지능(AI) 경쟁이 유럽 전력 인프라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15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유럽의 전력 수요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급반등하고 있다. 유럽 전역의 배전계통운영자(DSO)에게 접수되는 송전망 연결 요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AI 데이터센터에서 비롯되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 따르면 AI가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165% 끌어올릴 전망이며, 유럽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수요는 현재 수준에서 36GW로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35년까지는 150% 이상 증가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력 수요 증가 속도와 송전망 확충 속도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주요 데이터센터 허브에서 송전망 연결 대기 기간이 7~10년에 달하면서, 전력 확보 여부가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고: 국가 전력의 22%를 데이터센터가 소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압박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아일랜드다. 이 작은 국가에서 데이터센터가 2024년 기준 국가 전체 전력의 22%를 소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신청에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시행한 두 국가 중 하나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유럽 최초의 마이크로그리드 연결 데이터센터가 더블린 외곽에 등장했다. 이 시설은 기존 송전망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형 ‘아일랜드(islanded)’ 마이크로그리드로 운영되며, 총 투자 규모는 약 10억 유로(약 1조 4,5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유럽에서 데이터센터가 기능하는 마이크로그리드로 전력을 공급받는 최초의 사례다.
| 핵심 지표 | 수치 |
|---|---|
| 유럽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 (2030년) | 36GW (현재 대비 약 2배) |
| 유럽연합 에너지 투자 필요액 (2040년까지) | 1조 2,000억 유로(약 1,740조 원) |
|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비중 | 국가 전력의 22% |
| 유럽 마이크로그리드 도입률 | 5~10% → 20% (18개월 만에) |
| 송전망 연결 대기 기간 (주요 허브) | 7~10년 |
| DSO 연간 투자 vs 필요액 | 400억 유로 vs 670억 유로 |
| 글로벌 전력 산업 투자 (2025년) | 1조 5,000억 달러(약 2,175조 원) |
마이크로그리드가 해법이 되고 있다
유럽 데이터센터 업계는 송전망 병목을 우회하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와 오프그리드 솔루션에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 또는 기타 자가발전(behind-the-meter) 솔루션을 채택하는 유럽 데이터센터 비중이 18개월 전 5~10%에서 현재 약 20%로 급증했다. 천연가스, 온사이트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배터리 저장장치,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양한 대안 전력원이 부상하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의 스티브 칼리니(Steve Carlini) 데이터센터·혁신 부문 부사장은 “전력 다양화에는 탄소 포집 천연가스 터빈, HVO 연료 백업 발전기, 풍력, 태양광, 지열, 배터리 저장장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엣지코어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EdgeCore Digital Infrastructure)의 톰 트라우곳(Tom Traugott) 신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은 “데이터센터가 송전망 투자와 부하 유연성을 통해 에너지 전환의 핵심 안정 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조 2,000억 유로의 투자 과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이 2040년까지 최소 1조 2,000억 유로(약 1조 3,900억 달러, 약 1,740조 원)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현재 유럽의 배전계통운영자(DSO)는 연간 400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으나, 실제 필요한 금액은 670억 유로로 270억 유로(약 39조 원)의 투자 격차가 존재한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응해 두 가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첫째, 에너지 분야 AI 및 디지털화 촉진 로드맵 ‘RAID-E’를 2026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 둘째, 데이터센터 에너지 성능 기준을 강화하는 ‘에너지 효율 패키지’도 같은 시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전력 산업 투자가 2025년 1조 5,000억 달러(약 2,175조 원)에 달했다고 분석했으며, 2027~2028년경 전력 공급 제약이 본격화할 것으로 경고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AI 인프라 경쟁의 에너지 변수
유럽의 사례는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든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NTT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2026년 3월 글로벌 용량을 4GW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AI 인프라 경쟁은 글로벌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의 27%만이 재생에너지로 공급되고 있어, AI 산업의 탄소 발자국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컴패스 데이터센터(Compass Datacenters)의 클리프 폼피(Clift Pompee) 전력·배출 담당 부사장은 “대규모 전력 고객인 데이터센터가 유틸리티와의 협력을 통해 전력망 현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장비 비용이 2019년 이후 30% 상승한 것처럼, 전력 인프라 투자 비용은 계속 치솟고 있다. 한국도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전력망 현대화를 병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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