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UC버클리 8개월 현장 연구 “AI가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강화한다”
- 직원 77%가 “AI가 오히려 업무량 늘렸다”…번아웃율 83%까지 치솟아
- “점심시간에도 프롬프트”…업무-생활 경계 무너지는 ‘조용한 과부하’
AI가 업무 효율을 높여 일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원들이 가장 먼저 번아웃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UC버클리 연구진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 도구는 업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강화(intensify)’한다. 테크크런치는 2월 9일(현지시간) “AI를 가장 열렬히 수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번아웃의 첫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의 아루나 랑가나단(Aruna Ranganathan) 부교수와 박사과정 싱치 매기 예(Xingqi Maggie Ye)는 미국 기술기업(직원 약 200명)에서 8개월간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주 2일 현장 관찰, 내부 커뮤니케이션 추적, 엔지니어링·제품·디자인·연구·운영 등 전 직군 40명 이상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핵심 발견은 이것이다. “아무도 압박받지 않았다. 아무도 새로운 목표를 부여받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AI 도구가 더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해주니까 더 많이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할 수 있으니까’라는 이유로 업무는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까지 침범했고, AI가 벌어준 시간을 채우고도 모자라 계속 늘어났다.
업무 강화의 세 가지 패턴
연구진은 AI로 인한 업무 강화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첫째, 업무 확장(Task Expansion)이다. 디자이너가 코딩을 하고, 리서처가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았다. AI가 지식 격차를 줄여 낯선 일도 접근 가능하게 만들면서, 명확했던 역할 경계가 흐려졌다. 제품 관리자가 코드를 작성하고, 분석가가 마케팅 브리프를 3배 더 만드는 식이다.
둘째, 업무-생활 경계의 붕괴(Blurred Work-Life Boundaries)다. 한 직원은 “퇴근 전에 빠른 프롬프트 하나만”이라고 말했지만, 점심시간, 회의 중, 파일 업로드 중에도 AI에 프롬프트를 보내고 있었다. 대화형 프롬프팅의 특성이 누적된 업무량을 가렸다.
셋째, 멀티태스킹 증가(Increased Multitasking)다. 직원들은 수동 코딩과 AI 생성을 병행하고, 여러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영하며, 미뤄뒀던 프로젝트까지 되살렸다. 생산적으로 느껴졌지만 인지 부하는 쌓여갔다.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절약되면 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덜 일하지 않아요. 똑같이 일하거나, 오히려 더 많이 일해요.” 연구진도 “여러 참가자가 더 생산적이라고 느꼈지만 덜 바쁘다고 느끼지는 않았고, 일부는 이전보다 더 바빠졌다고 느꼈다”고 기록했다.
웹프로뉴스는 이를 ‘가속의 함정(Acceleration Trap)’이라고 불렀다. “마케팅 분석가가 8시간 걸리던 경쟁 브리프를 2시간 만에 만들 수 있게 됐다면, 회사의 반응은 그 분석가를 일찍 퇴근시키는 게 아니라 브리프 3개를 더 시키는 것이다.”
업워크(Upwork) 연구소가 미국·영국·호주·캐나다 직원 2,500명(C레벨 1,250명 포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AI를 사용하는 직원의 77%가 “AI 도구가 어떤 식으로든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업무량을 늘렸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39%는 AI 생성 콘텐츠 검토·검수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23%는 AI 도구 학습에 시간을 투자하며, 21%는 AI 덕분에 더 많은 일을 할당받았다고 답했다.
DHR글로벌이 기업 전문가 1,500명을 조사한 결과, 83%가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 과도한 업무량과 초과 근무가 주요 원인이었다. 업워크 조사에서도 71%가 번아웃을 경험했으며, 3명 중 1명은 6개월 내 퇴사를 고려하고 있었다. 번아웃율은 Z세대(83%)와 밀레니얼(73%)에서 특히 높았고, 여성(74%)이 남성(68%)보다 높았다.
번아웃은 직급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일선 직원(associates) 62%, 신입(entry-level) 61%가 번아웃을 보고한 반면, C레벨은 38%에 그쳤다. 경영진의 96%가 “AI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동안,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직원의 47%는 “기대되는 생산성 향상을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맨파워그룹의 ‘2026 글로벌 인재 바로미터’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직원 비율은 13%포인트 상승해 45%에 달했지만, 기술 활용에 대한 자신감은 18%포인트 급락했다. AI 도입이 가속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직원들의 불안과 피로는 깊어지고 있다.
UC버클리 연구진은 기업이 ‘AI 관행’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첫째, 의도적 멈춤(Intentional Pauses)이다. 주요 결정 전 구조화된 휴식과 반론 검토 요건을 도입하라. 둘째, 순서 정하기(Sequencing)다. 알림을 일괄 처리하고, 집중 시간을 보호하며, 업무 속도를 조절하라. 셋째, 인간적 연결(Human Grounding)이다. 대화, 체크인, 협업적 성찰을 제도화해 시야를 회복하라.
연구진은 경고했다. “이런 관행 없이는, AI 지원 업무의 자연스러운 경향은 축소가 아니라 강화다. 이는 번아웃, 의사결정 품질, 장기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함의를 갖는다.” AI 시대의 생산성 혁명이 약속과 달리 ‘번아웃 기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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