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이 창사 35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설계·판매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AGI CPU’를 공개했다. 136개 네오버스(Neoverse) V3 코어를 탑재한 이 칩은 AI 에이전트 워크로드에 최적화되었으며, 메타(Meta)가 첫 번째 고객으로 확정됐다. IP 라이선싱 기업에서 실리콘 제조사로의 역사적 전환이다.
Arm, IP 라이선싱 넘어 실리콘 시장 진출
2026년 3월 24일,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홀딩스(Arm Holdings)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rm 에브리웨어(Arm Everywhere)’ 행사에서 자사 최초의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Arm AGI CPU’를 공식 발표했다. 35년간 칩 설계 도면(IP)을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에 라이선싱하는 사업 모델을 고수해 온 Arm이 직접 완성 칩을 설계하고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르네 하스(Rene Haas) CE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회사 역사에서 매우 중대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하스 CEO는 이 칩으로 2031년까지 연간 약 150억 달러(약 21조 7,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회사 전체 연 매출 250억 달러(약 36조 2,500억 원), 주당순이익(EPS) 9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Arm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 급등했다가, 장중 1.5% 하락으로 마감하며 시장의 엇갈린 반응을 보여주었다.
136코어, 300W—AGI CPU의 핵심 사양
AGI CPU는 TSMC 3nm 공정으로 제조되는 듀얼 다이(dual-die) 구성의 프로세서이다. 최대 136개의 네오버스 V3 코어를 탑재하며, 올코어(all-core) 클럭 3.2GHz, 부스트 클럭 3.7GHz로 동작한다. 코어당 2MB L2 캐시와 128MB 공유 시스템 레벨 캐시(SLC)를 갖추고 있다. 열설계전력(TDP)은 300W이다.
| 항목 | 사양 |
|---|---|
| 코어 | 최대 136 Neoverse V3 코어 |
| 공정 | TSMC 3nm |
| 클럭 | 3.2GHz (올코어) / 3.7GHz (부스트) |
| 캐시 | 코어당 2MB L2 + 128MB SLC |
| TDP | 300W |
| 메모리 | DDR5 12채널, 최대 8,800MT/s |
| 메모리 대역폭 | 총 825GB/s (코어당 6GB/s) |
| I/O | PCIe 6.0 96레인, CXL 3.0 |
| 다이 구성 | 듀얼 다이 (메모리·I/O 통합) |
메모리 서브시스템은 DDR5 12채널을 지원하며 최대 8,800MT/s 속도에서 총 825GB/s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코어당 6GB/s, 지연 시간 100ns 이하를 목표로 한다. I/O 측면에서는 PCIe 6.0 96레인과 CXL 3.0을 지원해 차세대 메모리 확장과 가속기 연결에 대응한다. Arm의 모하메드 아와드(Mohamed Awad) 클라우드 AI 부문 수석부사장은 “CPU가 궁극적으로 AGI를 달성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며, “100% 활용되지 않을 요소는 설계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x86 대비 2배 성능—랙 밀도의 혁신
Arm은 AGI CPU가 x86 서버 대비 랙당 성능을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랙 구성을 보면, 공랭(air-cooled) 방식의 ORv3 랙에서는 36kW 전력으로 30개 블레이드, 총 8,160코어를 집적할 수 있다. 액냉(liquid-cooled) 구성에서는 200kW 전력으로 42대의 8노드 서버를 배치해 총 4만 5,696코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의 2만 2,528코어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AI 에이전트 추론, API 호스팅,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워크로드에서 코어 밀도가 곧 처리량과 비용 효율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 수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 의미 있는 차별점이 된다.
메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그리고 글로벌 배포망
AGI CPU의 가장 주목할 만한 고객은 메타이다. 메타는 공동 개발 파트너로 참여해 자사의 AI 가속기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와 AGI CPU를 함께 운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양사는 AGI CPU 로드맵의 다세대에 걸친 협업을 약속했다. 메타의 참여는 단순한 고객 확보를 넘어, 세계 최대 AI 인프라 운영 기업이 Arm 아키텍처를 데이터센터의 핵심 CPU로 채택했다는 전략적 신호이다.
배포 파트너 목록도 인상적이다. 오픈AI(OpenAI),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 F5, SAP, SK텔레콤, 세레브라스(Cerebras), 레벨리온스(Rebellions), 포지트론(Positron) 등이 AI 제어 평면, 오케스트레이션, API 호스팅, 엔터프라이즈 워크로드 배포 파트너로 참여한다. 서버 OEM으로는 레노버(Lenovo), 수퍼마이크로(Supermicro), 에즈락 랙(ASRock Rack)이 이미 상용 시스템 주문을 받고 있으며, 본격적인 양산 출하는 2026년 하반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CPU 시장의 지각변동—한국 시사점
Arm의 실리콘 시장 진출은 데이터센터 CPU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현재 AMD가 데이터센터 x86 CPU 시장 점유율 40%까지 성장하며 인텔을 추격하는 가운데, Arm은 아예 x86이라는 아키텍처 자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마존 AWS의 그래비톤(Graviton),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코발트(Cobalt) 200(132코어 Neoverse V3 기반)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rm 기반 커스텀 칩을 자체 개발해 온 흐름에서, 이제 Arm 본사가 직접 범용 칩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 관점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SK텔레콤이 배포 파트너에 포함된 점은 국내 AI 인프라 구축에서 Arm 기반 서버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레벨리온스 같은 AI 칩 스타트업이 파트너로 참여한 것은 Arm 생태계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넘어 AI 반도체 스타트업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rm이 2031년까지 이 칩으로 150억 달러(약 21조 7,500억 원) 매출을 달성한다면, 이는 현재 Arm 전체 매출의 6배를 넘는 규모이다. IP 라이선싱이라는 안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나 인텔, AMD와 직접 경쟁하는 만큼, 이 전략의 성패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도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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