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연변이란 무엇인가: 기본 개념 정립
유전 정보의 영구적 변화, 돌연변이의 정의
돌연변이란 생명체의 유전 물질인 DNA 또는 RNA의 염기서열에 발생하는 영구적인 변화를 의미한다.1 이러한 변화는 유전 정보를 변형시켜 단백질의 합성 과정이나 유전자 발현 조절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궁극적으로 개체의 형질을 바꿀 수 있다.1 돌연변이는 단순히 ‘오류’나 ‘결함’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생명 현상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는 모든 생물 종 내에 유전적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근원이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떤 개체가 살아남을지를 결정하는 자연선택의 재료가 되어 진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4
유전형과 표현형: 설계도와 건축물의 관계
돌연변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형과 표현형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 **유전형(Genotype)**은 한 개체가 가진 고유한 유전 정보의 총체, 즉 DNA 염기서열 그 자체를 의미한다.6 이는 생명의 설계도에 해당한다.
- **표현형(Phenotype)**은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제 건축물, 즉 개체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형태학적, 생화학적, 행동적 특성을 말한다.8 키, 피부색, 눈 색깔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의 유무 역시 표현형에 속한다.
돌연변이는 설계도인 유전형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다. 이 변화가 표현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3 흥미로운 점은 유전형이 표현형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일한 유전형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도 영양 상태, 생활 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키나 체중 같은 표현형이 달라질 수 있다.10 유전학계의 격언 “표현형이 왕이고, 유전형은 여왕이다(Phenotype is king, genotype is queen)”는 결국 최종적으로 발현되는 형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11
돌연변이, 다형성, 그리고 적응도
유전적 변이는 그 빈도와 개체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다르게 분류된다.
- 돌연변이 vs. 다형성: 이 둘을 구분하는 핵심 기준은 집단 내에서의 ‘빈도’이다. 어떤 유전적 변이가 인구 집단에서 1% 미만의 매우 드문 빈도로 나타날 때 이를 **돌연변이(mutation)**라고 칭한다. 반면, 1% 이상의 비교적 흔한 빈도로 존재할 경우 **다형성(polymorphism)**이라고 부른다.12 이 1%라는 기준은 단순한 학술적 구분을 넘어, 유전 질환 연구에서 강력한 필터 역할을 한다. 희귀 유전 질환의 원인을 찾을 때, 연구자들은 인구 집단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형성을 배제하고 1% 미만의 희귀한 ‘돌연변이’에 집중함으로써 원인 유전자 후보를 효과적으로 좁힐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특정 질병군과 정상 대조군 사이에서 유전자 다형성의 빈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사례들이 다수 보고된 바 있다.13
- 적응도에 따른 분류: 돌연변이는 개체의 생존과 번식 능력, 즉 ‘적응도(fitness)’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4
- 유해 변이(Harmful/Deleterious Mutation): 개체의 적응도를 낮추는 변이로, 대부분의 질병 유발 돌연변이가 여기에 속한다.
- 중립 변이(Neutral Mutation): 적응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변이.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중립적이다.4
- 유익 변이(Beneficial/Advantageous Mutation): 드물게 발생하지만, 특정 환경에서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변이이다. 예를 들어, 낫 모양의 적혈구를 만드는 겸형 적혈구 빈혈증 유전자는 평상시에는 빈혈을 유발하는 유해 변이지만,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말라리아 원충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하여 생존에 유리한 유익 변이로 작용한다.4 이처럼 돌연변이의 유불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변이가 일어나는 위치의 중요성
동일한 유전적 변화라도 어느 세포, 어느 위치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 생식세포 변이 vs. 체세포 변이:
- 생식세포(Germline) 돌연변이는 정자나 난자와 같은 생식세포에서 발생한다. 이 변이는 수정되어 개체가 되는 순간부터 몸의 모든 세포에 존재하게 되며, 자손에게 유전될 수 있다.16 대부분의 선천성 유전 질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 체세포(Somatic) 돌연변이는 생식세포를 제외한 일반 체세포에서 개체가 살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변이다. 이 변이는 특정 조직이나 기관의 일부 세포에만 국한되며,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는다.18 암은 대부분 노화 과정에서 특정 체세포에 여러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대표적인 체세포 돌연변이 질환이다.5
- 단백질 암호화 영역 vs. 비암호화 조절 영역:
- **암호화 영역(Coding Region)**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직접적으로 지정하는 DNA 부위이다. 이 영역의 돌연변이는 생성되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다.
- **비암호화 조절 영역(Non-coding Regulatory Region)**은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현될지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프로모터(promoter), 인핸서(enhancer) 등이 여기에 속하며, 이 영역의 돌연변이는 단백질 서열 자체는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 발현 양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거나 줄여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21
2. 돌연변이는 왜 일어나는가: 내인성 vs. 외인성 원인
돌연변이는 예측 불가능한 무작위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원인은 크게 우리 몸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인성 요인과 외부 환경으로부터 오는 외인성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 몸 내부의 원인: 내인성 요인
내인성 요인은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손상들이다. 즉,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유전자에 끊임없는 변화의 압력을 가하는 셈이다.
- DNA 복제 오류(Replication Errors): 우리 몸의 세포는 평생에 걸쳐 수없이 분열하며 DNA를 복제한다. 이때 DNA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인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는 매우 정교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아서, 약 100만 번의 복제 중 한 번꼴로 실수로 잘못된 염기를 삽입한다.4 대부분의 오류는 효소 자체의 교정(proofreading) 기능이나 다른 수선 시스템에 의해 즉시 수정되지만, 일부는 수리되지 않고 남아 영구적인 돌연변이가 된다.23 최근 2024년,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DNA 복제 오류를 수선하는 단백질(ATAD5)의 새로운 작동 원리를 규명하여, 이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25
- 자발적 화학 반응(Spontaneous Chemical Reactions): DNA 분자는 세포 내 수분 환경 속에서 외부 요인 없이도 자발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손상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염기에서 아미노기(−NH2)가 떨어져 나가는 **탈아미노화(deamination)**가 있다. 예를 들어, 사이토신(C)이 탈아미노화되면 RNA에만 존재하는 염기인 우라실(U)로 변하는데, 복제 시 우라실은 아데닌(A)과 쌍을 이루므로 원래의 G-C 염기쌍이 A-T 염기쌍으로 바뀌는 돌연변이를 유발한다.26 또한 퓨린 계열 염기(아데닌 A, 구아닌 G)와 디옥시리보스 당 사이의 결합이 끊어져 염기 자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탈퓨린화(depurination)**도 빈번하게 일어난다.28
- 산화적 손상(Oxidative Damage):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과정의 부산물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가 필연적으로 생성된다. 이들은 반응성이 매우 높아 주변의 DNA를 공격하여 염기를 변형시키거나 DNA 가닥을 절단하는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29 이러한 손상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축적되면 암이나 노화 관련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32
외부 환경의 공격: 외인성 요인
우리의 유전자는 세포 외부의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공격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
- 물리적 돌연변이원(Physical Mutagens):
- 자외선(UV):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 특히 UVB는 피부 세포의 DNA에 흡수되어 이웃한 두 개의 피리미딘 염기(주로 티민)를 비정상적으로 공유 결합시킨다. 이를 ‘피리미딘 이량체(pyrimidine dimer)’라고 하며, DNA의 정상적인 이중나선 구조를 뒤틀어 복제와 전사를 방해한다.34
- 이온화 방사선(Ionizing Radiation): X선, 감마선, 원자력 발전소 사고 시 방출되는 방사선 등은 에너지가 매우 높아 DNA 가닥을 직접 끊어버리거나(single/double-strand break), 세포 내 물 분자를 이온화시켜 강력한 활성산소를 생성함으로써 간접적으로 DNA를 손상시킨다.35
- 화학적 돌연변이원(Chemical Mutagens): 우리 주변 환경에는 DNA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수많은 화학 물질이 존재한다. 담배 연기 속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 물질은 DNA 염기에 직접 결합하여 거대한 부가물(adduct)을 형성한다.37 일부 물질은 정상 염기와 구조가 유사한 **염기 유사체(base analog)**로 작용하여 DNA 복제 시 끼어들어 가 잘못된 염기쌍을 유도하며, 아크리딘 오렌지 같은 **삽입제(intercalating agent)**는 DNA 이중나선 사이에 평평하게 끼어들어 읽기 틀을 밀리게 하는 틀이동 돌연변이를 유발한다.39
- 생물학적 돌연변이원(Biological Mutagens):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와 같은 일부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숙주 세포의 게놈 DNA에 무작위적으로 삽입하는 능력이 있다.41 만약 바이러스 DNA가 중요한 유전자 중간에 삽입되면 해당 유전자의 기능이 파괴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복제 과정에서 오류를 교정하는 기능이 취약하여 돌연변이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42 이로 인해 알파, 델타, 오미크론 등 전파력과 면역 회피 능력이 다른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출현했으며, 한국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전 세계 보건 당국은 이러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44
손상과 복구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돌연변이는 단순히 손상 사건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손상’과 ‘복구’라는 두 힘 사이의 동적 평형이 깨진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세포에는 내인성 및 외인성 요인으로 인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DNA 손상을 인지하고 수선하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DNA 수선 시스템(DNA repair system)**이 존재한다.4 복제 오류를 바로잡는 불일치 수선(Mismatch Repair), 화학적으로 변형된 단일 염기를 제거하는 염기 절제 수선(Base Excision Repair), 자외선으로 인한 구조 변형을 고치는 뉴클레오티드 절제 수선(Nucleotide Excision Repair),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이중가닥 절단을 복구하는 상동 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 및 비상동 말단 연결(Non-homologous End Joining) 등 다양한 기작이 24시간 내내 작동하며 유전 정보의 안정성을 지킨다.24
따라서 돌연변이는 DNA 손상 그 자체가 아니라, 손상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선 시스템이 이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수선에 실패하여 다음 세포 분열 때까지 영구적으로 남게 된 ‘복구되지 않은 손상’을 의미한다. 노화가 진행되거나 특정 유전 질환으로 인해 DNA 수선 능력 자체가 저하되면, 동일한 수준의 손상에도 불구하고 돌연변이가 축적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암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도 바로 이 수선 시스템의 기능 저하에 있다.
3. 돌연변이의 종류: 변화의 규모와 형태
돌연변이는 유전 정보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에 따라 미시적인 단일 염기 변화부터 거시적인 염색체 전체의 변화까지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미시적 변화: 점 돌연변이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는 DNA의 단일 염기쌍이 다른 염기쌍으로 바뀌는 가장 작고 흔한 형태의 돌연변이다.4 염기 구조에 따라 퓨린(A, G) 계열 내에서 또는 피리미딘(C, T) 계열 내에서 치환이 일어나는 것을
전이(transition), 퓨린과 피리미딘 계열 간에 치환이 일어나는 것을 **전환(transversion)**이라고 구분한다.48 통계적으로 전이가 전환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49 점 돌연변이는 단백질 합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다시 세분화된다.
읽기 틀을 뒤흔드는 변화: 삽입과 결실 (Indel)
DNA 서열에 하나 이상의 염기쌍이 추가되는 **삽입(insertion)**이나 제거되는 **결실(deletion)**을 통칭하여 **인델(indel)**이라고 부른다.50 인델의 가장 극적인 결과는 **틀이동 돌연변이(frameshift mutation)**이다. 유전 암호는 3개의 염기를 하나의 코돈으로 묶어 읽는데, 만약 삽입되거나 결실된 염기의 수가 3의 배수가 아닐 경우, 그 지점부터 코돈을 읽는 ‘읽기 틀(reading frame)’이 완전히 밀려버린다.51 그 결과, 돌연변이 발생 지점 이후의 모든 아미노산 서열이 엉뚱하게 번역되며, 대개는 중간에 의도치 않은 종결 코돈이 나타나 단백질 합성이 조기에 중단된다. 이는 단백질의 기능을 완전히 파괴하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53
반복 서열의 변주: 구조 변이
우리 게놈에는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간이 많으며, 이 반복 횟수의 변화 자체가 중요한 유전적 변이가 된다.
- 짧은 탠덤 반복(Short Tandem Repeat, STR): 2개에서 6개 정도의 짧은 염기서열(예: GATA)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구간이다. 개인마다 이 반복 횟수가 매우 다양하여 ‘유전적 지문’으로 활용된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용의자의 DNA를 비교하거나 친자 확인을 할 때 바로 이 STR의 반복 횟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다.55 STR의 길이 변화는 인접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7
- 복제수 변이(Copy Number Variation, CNV): 수백 개에서 수백만 개에 이르는 비교적 긴 DNA 구간이 개인에 따라 복제수가 0개, 1개, 2개, 3개 등으로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58 CNV는 특정 유전자의 양(gene dosage)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자폐증, 조현병과 같은 신경발달장애나 특정 암의 감수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59
거시적 변화: 염색체 수준의 돌연변이
유전적 변화가 염색체 전체 또는 상당 부분에 걸쳐 일어나는 대규모 변이를 의미하며, 구조 이상과 수 이상으로 나뉜다.
- 구조 이상(Structural Abnormalities):
- 결실(Deletion): 염색체의 특정 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현상. 5번 염색체 단완의 결실로 인해 아기가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묘성 증후군(Cri-du-chat syndrome)’이 대표적이다.60
- 중복(Duplication): 특정 구간이 복제되어 염색체에 삽입되는 현상. 유전 물질의 양이 늘어난다.61
- 역위(Inversion): 염색체의 일부가 끊어졌다가 180도 뒤집힌 채로 다시 붙는 현상. 유전 정보의 손실은 없지만 유전자의 배열 순서가 바뀐다.61
- 전좌(Translocation): 염색체의 일부가 끊어져 다른 비상동 염색체에 가서 붙는 현상. 9번과 22번 염색체 사이의 상호 전좌로 인해 생성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주요 원인이다.61
- 수 이상(Numerical Abnormalities):
정상 체세포는 22쌍의 상염색체와 1쌍의 성염색체,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진다. 그러나 감수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비분리(nondisjunction) 현상이 발생하면, 염색체 수가 비정상적인 생식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62 이러한 비정상 생식세포가 수정되면 태아는 염색체 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적은 **이수성(aneuploidy)**을 갖게 된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의 노화로 인해 비분리 현상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5- 삼염색체성(Trisomy): 특정 염색체가 3개인 경우. 21번 염색체가 3개인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이 가장 흔하며, 13번 염색체가 3개인 파타우 증후군, 18번 염색체가 3개인 에드워드 증후군 등도 있다.66
- 단일염색체성(Monosomy): 특정 염색체가 1개만 있는 경우. 상염색체의 단일염색체성은 대부분 생존 불가능하며, 성염색체 중 X염색체가 하나만 존재하는 **터너 증후군(Turner syndrome)**이 대표적인 예이다.66
| 분류 | 변화 단위 | 주요 결과 | 대표 예시 |
| 점 돌연변이 | 단일 염기쌍 | 아미노산 치환 / 변화 없음 / 합성 중단 | 겸형 적혈구 빈혈증 |
| 삽입/결실 (Indel) | 1개 이상 염기쌍 | 읽기틀 이동 (Frameshift) | 테이-삭스병 |
| 구조 변이 | 반복 서열 / 긴 DNA 구간 | 유전자 발현 조절 / 유전자 양 변화 | 헌팅턴병 (STR), 샤르코-마리-투스병 (CNV) |
| 염색체 구조 이상 | 염색체 일부 | 대규모 유전자 손실 / 재배열 | 묘성 증후군, 만성 골수성 백혈병 |
| 염색체 수 이상 | 염색체 전체 | 이수성 (Aneuploidy) | 다운 증후군, 터너 증후군 |
4. 형태의 변화: 돌연변이가 단백질 구조에 미치는 영향
단백질의 기능은 아미노산 사슬이 어떻게 접혀서 3차원의 독특한 입체 구조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돌연변이는 이 구조 형성 과정의 가장 근본적인 단계인 아미노산 서열을 변화시켜 단백질의 형태와 안정성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아미노산 서열 변화와 단백질 접힘(Folding) 오류
단백질의 1차 구조는 아미노산의 선형 서열이다. 이 서열 정보에 따라 아미노산 사슬은 자발적으로 알파-나선(α-helix)이나 베타-병풍(β-sheet)과 같은 국소적인 2차 구조를 형성하고, 이들이 다시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전체적인 3차원 구조로 접힌다(folding).1
미스센스 돌연변이로 인해 특정 아미노산이 다른 아미노산으로 치환되면 이 정교한 접힘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69 특히, 치환된 아미노산의 화학적 성질(크기, 전하, 소수성/친수성)이 원래 아미노산과 크게 다를 경우, 이를 **비보수적 치환(non-conservative substitution)**이라 하며 단백질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71 예를 들어, 단백질 내부에 위치해야 할 소수성 아미노산이 친수성 아미노산으로 바뀌면, 주변 구조가 불안정해져 전체적인 3차 구조 형성이 실패할 수 있다.
이렇게 잘못 접힌(misfolded) 단백질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종종 세포에 독성을 띤다.72 잘못 접히면서 내부에 숨겨져 있어야 할 소수성 부위가 단백질 표면으로 노출되고, 이 부위들이 다른 잘못 접힌 단백질들과 서로 엉겨 붙어 거대한 **응집체(aggregate)**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백질 응집체는 알츠하이머병(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파킨슨병(알파-시누클레인), 광우병과 같은 프리온 질환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핵심적인 병리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72
핵심 부위의 변이: 기능의 중추를 흔들다
단백질의 모든 부위가 기능적으로 동일한 중요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효소가 기질과 결합하여 화학 반응을 촉매하는 활성 부위(active site), 신호 전달 분자가 결합하는 수용체의 결합 부위(binding site), 다른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도메인 등 기능의 핵심을 담당하는 특정 영역이 존재한다.
만약 돌연변이가 이러한 핵심 부위에 위치한 아미노산을 변화시키면, 단백질의 전체적인 3차원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그 기능은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75 이는 잘 설계된 기계의 핵심 톱니바퀴 하나가 부서지면 기계 전체가 멈추는 것과 같다. 단 하나의 아미노산 치환만으로도 효소의 촉매 효율이 수천 배 감소하거나, 수용체가 리간드에 전혀 결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단백질 안정성의 변화와 그 결과
돌연변이는 단백질의 열역학적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정성이 감소한 돌연변이 단백질은 정상적인 체온에서도 쉽게 구조가 풀리거나(denaturation)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어 기능 상실을 초래한다.77 최근 국내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희귀 신경발달장애 환자에게서 발견된 HDAC3 유전자 돌연변이가 단백질의 안정성을 해치고 다른 단백질과의 복합체 형성을 저해함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78
반대로 단백질의 안정성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백질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기능 조절을 위해 다른 분자와 결합하거나 분해되는 등 유연하게 변화할 필요도 있다. 돌연변이로 인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안정해지면, 오히려 정상적인 세포 내 조절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거나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어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즉, 단백질 안정성의 ‘감소’뿐만 아니라 ‘과도한 증가’ 역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5. 기능의 변화: 돌연변이가 단백질 기능에 미치는 영향
돌연변이는 최종적으로 단백질의 기능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기능적 변화는 단백질 합성 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생성된 단백질의 활성을 바꾸거나, 혹은 유전자 발현의 조절 과정을 교란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단백질 합성 과정에 미치는 영향
점 돌연변이는 코돈의 의미를 바꾸어 단백질 합성의 결과물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킨다.
- 침묵 돌연변이(Silent Mutation): 염기 서열은 바뀌었지만, 유전 암호의 중복성(redundancy) 때문에 코돈이 지정하는 아미노산에는 변화가 없는 경우이다. 단백질 기능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52
- 미스센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 코돈이 다른 아미노산을 지정하도록 바뀌는 경우이다. 치환된 아미노산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단백질 기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4 헤모글로빈 유전자의 미스센스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겸형 적혈구 빈혈증이 대표적인 예다.70
- 넌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 아미노산을 지정하던 코돈이 단백질 합성을 멈추라는 종결 코돈(stop codon)으로 바뀌는 경우이다. 이로 인해 단백질이 원래 길이보다 짧게 만들어져 대부분 심각한 기능 상실을 초래한다.4
- 스플라이싱 변이(Splicing Mutation): 유전자에서 단백질 정보가 없는 부위(인트론)를 제거하고 정보가 있는 부위(엑손)만 연결하는 스플라이싱 과정의 경계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이다. 이로 인해 엑손이 누락되거나 인트론의 일부가 포함된 비정상적인 mRNA가 만들어져 결국 비정상 단백질이 생성된다.
기능의 획득, 상실, 그리고 간섭
돌연변이는 단백질의 활성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 기능상실(Loss-of-function, LOF): 돌연변이로 인해 단백질의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거나 현저히 감소하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유전 질환은 특정 효소나 단백질의 기능상실로 인해 발생하며, 대개 열성으로 유전된다. 즉, 두 개의 대립유전자 중 하나만 정상이어도 어느 정도 기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낭성 섬유증, 페닐케톤뇨증 등이 대표적이다.66
- 기능획득(Gain-of-function, GOF): 돌연변이로 인해 단백질이 새로운 기능을 갖게 되거나, 기존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경우이다. 이는 하나의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만으로도 표현형이 나타나므로 주로 우성으로 유전된다. 특정 성장 신호 수용체 유전자에 기능획득 돌연변이가 생기면 신호가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세포 분열 신호를 보내 암을 유발할 수 있다.83
- 우성음성(Dominant Negative): 돌연변이 단백질이 생성되어 그 자체로 기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정상 단백질의 기능까지도 억제하고 방해하는 특수한 경우이다. 이는 주로 두 개 이상의 단백질 소단위체(subunit)가 모여 복합체를 형성해야 기능하는 단백질에서 나타난다. 돌연변이 소단위체가 정상 소단위체와 결합하여 전체 복합체를 ‘오염’시키고 비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만으로도 전체 기능을 마비시키므로 우성으로 유전된다.85
| 유형 | 메커니즘 | 일반적 유전 양상 | 단백질 수준 효과 | 질병 예시 |
| 기능상실 (LOF) | 단백질 기능 저하 또는 소실 | 주로 열성 | 효소 활성 없음, 불완전한 단백질 생성 | 낭성 섬유증, 페닐케톤뇨증 |
| 기능획득 (GOF) | 새로운 기능 획득 또는 기능 과활성 | 주로 우성 | 항상 활성화된 수용체, 새로운 기질과 반응하는 효소 | 헌팅턴병, 일부 암(Ras 유전자 변이) |
| 우성음성 (Dominant Negative) | 정상 단백질의 기능을 능동적으로 저해 | 우성 | 정상 단백질과 결합하여 비활성 복합체 형성 | 골형성부전증(일부), 마르판 증후군 |
유전자 발현 조절의 교란
단백질을 직접 암호화하지 않는 DNA 영역의 돌연변이는 유전자 발현의 정교한 조절 네트워크를 교란시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 프로모터/인핸서 변이: 유전자 발현의 시작을 조절하는 프로모터나 발현을 증폭시키는 인핸서 영역의 염기서열에 변이가 생기면,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의 결합에 영향을 주어 유전자의 전사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22
- UTR 변이: mRNA에서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양 끝 영역인 5′ UTR과 3′ UTR은 mRNA의 안정성, 세포 내에서의 위치, 번역 효율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영역의 돌연변이는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단백질의 양을 미세하게 또는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90
- miRNA 표적 부위 변이: 마이크로RNA(miRNA)는 약 22개 염기로 이루어진 작은 RNA로, 특정 mRNA의 3′ UTR에 결합하여 그 mRNA가 단백질로 번역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이 miRNA 결합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miRNA가 더 이상 결합하지 못하게 되어, 원래 억제되어야 할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될 수 있다.93
결론: 돌연변이, 파괴와 창조의 두 얼굴
돌연변이는 생명의 설계도에 새겨진 예기치 않은 변주곡이다. 그것은 때로 불협화음을 만들어 암, 희귀 유전 질환과 같은 고통스러운 질병의 근원이 되며, 생명의 정교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파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돌연변이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로 인해 망가진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며 질병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돌연변이는 생명이 단조로운 악보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창조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새로운 유전적 변이를 끊임없이 공급함으로써, 돌연변이는 생물 집단이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잠재력을 부여한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수십억 년에 걸쳐 축적된 유익한 돌연변이들의 결과물인 셈이다.
최근 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은 인류가 돌연변이를 단순히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교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96 유전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생명 현상의 비밀을 더욱 깊이 탐구하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는 돌연변이라는 생명의 두 얼굴을 마주하며 파괴를 넘어 새로운 창조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 모든 돌연변이는 나쁜 것인가요?
A: 아닙니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단백질 기능이나 개체의 생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돌연변이’입니다. 극히 일부가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 돌연변이’이며, 더욱 드물게는 특정 환경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유익한 돌연변이’도 존재합니다. - Q: 부모에게 없는 질병이 자녀에게 유전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부모의 정자나 난자가 형성되는 감수분열 과정에서 새롭게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신생 돌연변이(de novo mutation)’라고 합니다. 이 경우 부모는 해당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녀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세포에 돌연변이를 가지게 되어 유전 질환을 앓을 수 있습니다. - Q: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돌연변이가 있나요?
A: 네, 특정 인구 집단은 오랜 시간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공통된 유전적 배경을 공유해왔기 때문에, 다른 집단에 비해 특정 돌연변이가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국인 골형성부전증 환자에게서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새로운 돌연변이들이 보고된 바 있으며 98, 노화성 난청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연구 등 한국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99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칩’이라는 한국인 맞춤형 유전체 분석 도구를 개발하여,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관련된 만성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100 - Q: 유전자 검사로 모든 돌연변이를 찾을 수 있나요?
A: 현재의 기술로는 모든 돌연변이를 완벽하게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변이나,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 않는 비암호화 영역에 위치한 돌연변이의 기능적 중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전장유전체 염기서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과 같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병인성 유전변이를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이 점차 가능해지고 있습니다.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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