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숲 생태계의 청사진: 먹이그물이란 무엇인가?
숲은 단순히 나무의 집합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생명이 서로 얽히고설켜 거대한 생명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의 핵심을 이해하는 열쇠가 바로 ‘먹이그물(Food Web)’이다.
먹고 먹히는 관계의 네트워크, 먹이그물의 정의
먹이그물이란 한 생태계 내에서 유기물과 에너지가 생물들 사이를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복잡한 연결망이다. 간단히 말해, ‘누가 무엇을 먹는가’를 종합적으로 도식화한 생태계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지도의 화살표는 에너지가 포식되는 생물에서 포식하는 생물로 이동하는 방향을 나타낸다. 먹이그물은 식물, 동물, 미생물 등 모든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생태계가 어떻게 구조화되고 기능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건강한 생태계는 균형 잡힌 먹이그물을 통해 유지된다.
단순한 선에서 복잡한 그물로: 먹이사슬과 먹이그물의 차이
종종 먹이그물과 혼용되는 ‘먹이사슬(Food Chain)’은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개념이다. 먹이사슬은 생산자(식물)에서 시작해 1차 소비자(초식동물), 2차 소비자(육식동물)를 거쳐 최상위 포식자로 이어지는 단일하고 선형적인 경로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풀 → 메뚜기 → 개구리 → 뱀’과 같은 관계가 바로 먹이사슬이다.
하지만 현실의 숲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부분의 동물은 한 가지 이상의 먹이를 먹으며, 동시에 여러 포식자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개구리는 메뚜기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도 먹을 수 있고, 뱀뿐만 아니라 새에게도 잡아먹힐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개의 먹이사슬이 서로 얽히고 겹쳐져 만들어진 복잡한 네트워크가 바로 먹이그물이다.
이 차이를 교통 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다. 먹이사슬이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하나의 직선 도로라면, 먹이그물은 수많은 도로와 골목, 교차로가 얽혀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복잡한 교통망 지도와 같다. 따라서 먹이그물은 실제 생태계의 역동성을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이 구조적 차이는 생태계의 안정성 및 회복력과 직결된다. 먹이그물의 복잡성은 특정 먹이 자원이 부족해졌을 때 포식자가 다른 먹이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만약 메뚜기 개체수가 급감하더라도, 개구리는 다른 곤충을 먹으며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대체 먹이 경로는 단일 먹이사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충 작용을 하며, 외부 교란에 대한 생태계 전체의 저항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2. 생명의 피라미드: 먹이그물의 구성원과 영양 단계
숲의 먹이그물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 순환 과정에 참여한다. 생태학자들은 이들을 크게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숲의 근간, 생산자 (Producers)
생산자는 먹이그물의 가장 기초를 형성하는 독립영양생물(autotroph)이다. 이들은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여 무기물(이산화탄소, 물)로부터 유기물(포도당)을 합성하고, 이 과정에서 화학 에너지를 저장한다. 숲 생태계의 거의 모든 에너지는 바로 이 생산자로부터 시작된다. 숲의 생산자에는 거대한 나무부터 작은 관목, 풀, 이끼에 이르기까지 모든 녹색 식물이 포함된다. 한국의 온대 낙엽수림에서는 참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소나무 등이 주요 생산자 역할을 담당한다.
에너지를 전달하는 소비자 (Consumers)
소비자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고 다른 생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는 종속영양생물(heterotroph)이다. 이들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여러 영양 단계(trophic level)로 구분된다.
- 1차 소비자 (Primary Consumers): 생산자인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이다. 이들은 먹이 피라미드의 두 번째 단계를 구성한다. 한국의 숲에서는 노루, 고라니, 멧돼지나 각종 곤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 2차 소비자 (Secondary Consumers): 1차 소비자인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 또는 잡식동물이다. 담비, 족제비, 오소리와 같은 작은 포유류나 새, 양서류 등이 2차 소비자의 예이다.
- 3차 소비자 (Tertiary Consumers): 2차 소비자를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이다. 과거 한반도 생태계에서는 호랑이와 표범이 이 위치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복원된 반달가슴곰과 같은 일부 대형 포유류가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분해자 (Decomposers)
생산자와 소비자가 죽으면 그 사체나 배설물에 담긴 유기물과 에너지는 분해자에게 전달된다. 분해자는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무기 영양소로 되돌려 토양과 대기로 환원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그룹에는 버섯과 같은 균류, 박테리아, 지렁이, 노래기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종종 먹이그물 도표에서 생략되지만,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존재다. 특히 균류는 다른 생물이 분해하기 어려운 목질(wood)을 분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유기체다.
분해자들이 형성하는 먹이망을 ‘부패 먹이그물(detrital food web)’이라 하며, 살아있는 식물에서 시작되는 ‘방목 먹이그물(grazing food web)’과 함께 생태계의 두 축을 이룬다. 모든 생물은 결국 죽어서 부패 먹이그물의 일부가 되므로, 이 두 그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부패 먹이그물은 생태계의 영양소를 재활용하는 ‘느린 순환’을 담당하며, 방목 먹이그물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근본적인 피드백 고리를 형성한다.
에너지 흐름의 법칙: 영양 단계와 10% 법칙
생태계 내에서 에너지는 생산자에서 상위 소비자로 단방향으로 흐른다. 이 에너지 흐름은 열역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한 영양 단계에서 다음 영양 단계로 에너지가 전달될 때, 상당량의 에너지가 각 생물의 호흡, 활동, 체온 유지 등 생명 활동을 위한 대사열로 손실된다.
일반적으로 한 영양 단계가 가진 에너지의 약 10%만이 다음 영양 단계의 생물량(biomass)으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이를 ‘10% 법칙(10% rul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식물이 1,000 단위의 에너지를 생산했다면, 그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은 약 100 단위의 에너지를 얻고, 그 초식동물을 먹는 육식동물은 다시 10 단위의 에너지만을 얻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전달의 비효율성 때문에 먹이사슬은 보통 4~5단계를 넘지 못한다. 최상위 단계로 갈수록 이용 가능한 에너지의 총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더 높은 포식자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왜 생태 피라미드가 아래는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띠는지, 그리고 왜 광활한 숲이 소수의 최상위 포식자만을 부양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원리다.
3. 보이지 않는 지배자: 포식-피식 관계의 복잡성과 핵심종
먹이그물 속의 상호작용은 단순히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 종의 존재나 부재는 예상치 못한 연쇄 반응을 일으켜 생태계 전체의 구조와 안정을 뒤흔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핵심종’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하나의 나비효과: 상호의존성과 생태계 안정성
숲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은 서로 직간접적으로 의존한다. 포식자는 피식자의 개체 수를 조절하여 특정 초식동물이 식물을 과도하게 먹어치우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포식-피식 관계가 깨지면 그 영향은 도미노처럼 번져나간다. 특정 종이 사라지면 그 종을 먹이로 삼던 포식자는 위기에 처하고, 그 종이 조절하던 피식자는 급증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러한 연쇄적인 효과를 ‘영양 폭포(Trophic Cascade)’라고 하며, 이는 먹이그물의 최상층에서 발생한 변화가 하위 영양 단계까지 폭포수처럼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아치스톤, 핵심종(Keystone Species)의 역할
모든 종이 생태계에 동일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종은 자신의 생물량이나 개체 수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종을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1969년 동물학자 로버트 페인(Robert T. Paine)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이름은 아치형 구조물의 꼭대기에서 다른 돌들을 고정시키는 쐐기돌(keystone)에서 유래했다. 쐐기돌은 아치에 가해지는 압력을 가장 적게 받지만, 이 돌을 빼면 아치 전체가 무너진다. 마찬가지로, 핵심종이 생태계에서 사라지면 그 생태계는 극적으로 변하거나 붕괴할 수 있다. 핵심종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 포식자 핵심종: 늑대나 해달처럼 피식자 개체 수를 조절하여 특정 종이 우점하는 것을 막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한다.
- 생태계 공학자: 비버처럼 댐을 만들어 서식지 자체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거나, 프레리도그처럼 굴을 파서 다른 종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
- 상호 이익 공생자: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여 생태계의 생산성 자체에 기여한다.
사례 연구: 옐로스톤 늑대의 귀환이 만든 영양 폭포(Trophic Cascade)
핵심종의 역할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회색늑대를 재도입한 프로젝트다. 70여 년간 늑대가 사라진 옐로스톤에서는 천적이 없어진 엘크(elk) 개체 수가 급증했다. 이들은 강가의 버드나무와 사시나무를 무분별하게 뜯어 먹었고, 그 결과 숲은 황폐해지고 생물 다양성은 급감했다.
늑대가 돌아오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 엘크의 행동 변화: 늑대는 엘크를 사냥하여 개체 수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엘크의 행동을 바꾸었다. 엘크들은 늑대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개방된 강가 계곡을 피하기 시작했다.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이 엘크의 서식지 이용 패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 식생의 회복: 엘크의 압력이 줄어든 강가에서는 버드나무와 사시나무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한 20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버드나무 군락의 부피는 1,500%나 증가했다.
- 생태계 공학자의 귀환: 무성해진 버드나무는 비버에게 먹이와 댐을 지을 재료를 제공했다. 늑대 재도입 당시 단 하나뿐이었던 비버 군락은 9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 서식지 다변화: 비버가 만든 댐은 강물의 흐름을 바꾸고 작은 연못과 습지를 만들어냈다. 이는 수달, 사향쥐, 오리, 물고기, 양서류 등 다양한 생물들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했다.
- 연쇄 효과: 숲이 되살아나자 각종 명금류(songbirds)가 돌아와 둥지를 틀었고 , 늑대가 코요테를 견제하자 토끼와 쥐의 개체 수가 늘어나 매, 족제비, 오소리의 먹이가 풍부해졌다. 또한 늑대가 남긴 사체는 회색곰, 까마귀, 독수리 등 청소 동물의 중요한 먹이원이 되었다.
이처럼 늑대라는 최상위 포식자의 귀환은 단순히 한 종의 복원을 넘어, 강물의 흐름과 지형까지 바꾸며 옐로스톤 생태계 전체를 재창조했다. 이는 포식자의 영향이 단순히 피식자를 죽이는 것(밀도 매개 효과)뿐만 아니라, 피식자의 행동을 바꾸는 것(특성 매개 효과)을 통해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의 사례: 지리산 반달가슴곰, 최상위 포식자의 귀환
한반도에서도 유사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과거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으나 거의 절멸했던 반달가슴곰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서식지를 필요로 하여 다른 종의 생존까지 보장하는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다. 2004년부터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시작되어, 현재는 70마리 이상이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은 주로 식물을 먹는 잡식성으로, 봄에는 새순, 가을에는 도토리와 같은 열매를 먹으며 계절에 따라 식단을 바꾼다. 이들은 숲속을 이동하며 과일을 먹고 씨앗을 배설함으로써 식물의 번식을 돕는 중요한 ‘씨앗 분산자’ 역할을 한다. 비록 옐로스톤 늑대만큼 극적인 영양 폭포 효과가 즉각적으로 관찰되지는 않았지만, 최상위 포식자의 복원은 장기적으로 지리산 생태계의 건강성과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4. 생태학자의 도구 상자: 먹이그물 연구의 전문적 분석
생태학자들은 더 이상 눈으로 관찰하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현대 생태학은 첨단 기술과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먹이그물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이러한 분석 도구들은 생태계를 기술하는 과학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과학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
누가 무엇을 먹었는가?: 안정 동위원소 분석법(Stable Isotope Analysis)
과거에는 동물의 위 내용물을 분석하거나 배설물을 통해 먹이를 추정했지만, 이는 특정 시점의 단편적인 정보만을 제공했다. 안정 동위원소 분석법(SIA)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연구 기법이다. 이 방법은 생물의 조직에 축적된 원소의 안정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하여 장기간에 걸친 평균적인 식단과 영양 단계를 정확하게 추적한다. 일종의 ‘화학적 지문’을 읽어내는 것과 같다.
주로 분석에 사용되는 동위원소는 질소($^{15}N)와탄소(^{13}$C)다.
- 탄소 안정 동위원소 비율 (δ13C): 탄소 동위원소 비율은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도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섭취한 에너지의 근원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숲의 식물과 강이나 호수의 조류는 서로 다른 δ13C 값을 가지므로, 동물의 조직을 분석하면 그 동물이 주로 육상 생태계에서 먹이를 찾았는지, 수생 생태계에서 찾았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 질소 안정 동위원소 비율 (δ15N): 질소 동위원소는 영양 단계를 한 단계 거칠 때마다 무거운 동위원소($^{15}$N)가 조직에 농축되는 경향이 있다. 이 비율(${\delta}^{15}N$)은 한 영양 단계마다 약 3-4‰씩 일정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생산자의 δ15N 값을 기준으로 특정 동물의 값을 비교하면, 그 동물이 먹이그물에서 차지하는 정확한 영양 위치(trophic position)를 계산할 수 있다.
먹이그물의 구조와 안정성: 길이, 연결도, 그리고 응집성
생태학자들은 먹이그물의 구조적 특성을 수치화하여 생태계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평가한다.
- 먹이사슬 길이 (Food Chain Length): 생산자로부터 최상위 포식자까지의 평균 영양 단계 수를 의미한다. 이 길이는 에너지 전달 효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생태계 내 오염물질의 농축 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 연결도 (Connectance): 먹이그물 내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한 모든 상호작용 중 실제로 존재하는 연결의 비율을 나타낸다. 연결도가 높을수록 먹이그물이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종종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영양 응집성 (Trophic Coherence): 최근 주목받는 개념으로, 먹이그물의 종들이 얼마나 명확하게 정수 단위의 영양 단계로 구분되는지를 측정한다. 포식자가 주로 자신보다 한 단계 낮은 피식자만을 포식할수록 응집성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연결이 많은 것보다 이렇게 ‘정돈된 복잡성’을 가진 먹이그물이 외부 충격에 훨씬 더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과거 ‘복잡할수록 안정적이다’라는 단순한 가설을 넘어, 안정성을 결정하는 것은 상호작용의 ‘구조’와 ‘질서’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정량적 분석 기법들은 생태학자들이 특정 종의 멸종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교란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효과적인 보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5. 침묵의 위협: 먹이사슬과 생물농축 문제
먹이사슬은 생명에 필수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통로이지만, 때로는 보이지 않는 위협을 증폭시키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정 화학물질이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하며 상위 영양 단계로 갈수록 그 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현상, 바로 ‘생물농축(Biomagnification)’이다.
독이 쌓이는 과정: 생물농축(Biomagnification)의 메커니즘
생물농축은 ‘생물축적(bioaccumulation)’과 구분해야 한다. 생물축적은 한 개체가 일생 동안 주변 환경이나 먹이로부터 특정 물질을 흡수하여 체내에 축적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반면, 생물농축은 이러한 축적이 먹이사슬의 영양 단계를 거치면서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생물농축이 일어나는 물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지속성 (Persistence): 환경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잔류한다.
- 이동성 (Mobility): 물이나 공기를 통해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 지용성 (Lipophilicity): 물에 잘 녹지 않고 지방 조직에 쉽게 녹아 축적된다. 이 때문에 한번 체내에 들어오면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물질이 환경에 유입되면, 생산자인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식물에 낮은 농도로 흡수된다. 1차 소비자가 이들을 대량으로 섭취하면, 에너지는 대부분 소모되지만 지용성 독성 물질은 지방 조직에 그대로 남는다. 상위 포식자는 다시 수많은 하위 소비자를 잡아먹으며, 그들의 몸에 축적된 독성 물질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상위 포식자의 체내에는 최초 환경 농도의 수백만 배에 달하는 독성 물질이 쌓일 수 있다. 결국, 먹이사슬의 에너지 전달 비효율성(10% 법칙)이 역설적으로 독성 물질의 농축 효율을 극대화하는 엔진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례 연구: DDT와 흰머리수리의 비극
생물농축의 가장 비극적이고 유명한 사례는 살충제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와 흰머리수리의 이야기다. 20세기 중반, DDT는 해충 박멸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며 ‘기적의 화학물질’로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DDT는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강과 호수로 흘러 들어갔다.
물속의 DDT는 플랑크톤에 흡수되었고, 이를 먹은 작은 물고기, 더 큰 물고기를 거쳐 최상위 포식자인 흰머리수리의 몸속에 고농도로 축적되었다. DDT의 대사산물인 DDE는 흰머리수리의 칼슘 대사를 방해하여 알껍데기를 비정상적으로 얇게 만들었다. 어미 새가 알을 품는 과정에서 얇아진 알껍데기는 쉽게 깨져버렸고, 이는 대규모 번식 실패로 이어졌다. 그 결과,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비극은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전 세계적인 환경 운동을 촉발했다. 결국 1972년 미국에서 DDT 사용이 금지된 후, 흰머리수리 개체군은 기적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한국의 현주소: 마산만 해양 생태계의 중금속 오염
생물농축 문제는 과거의 일이 아니며, 한국의 생태계에도 현재진행형인 위협이다. 경남 창원시의 마산만은 주변 공업단지와 도시의 영향으로 다양한 오염물질에 노출되어 왔다. 한 연구팀은 안정 동위원소 분석법을 이용해 마산만 저서(benthic, 해저) 생태계의 먹이그물을 따라 수은(Hg)이 어떻게 농축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총수은(THg)과 독성이 강한 메틸수은(MeHg) 모두 영양 단계가 높아질수록 농도가 증가하는 뚜렷한 생물농축 현상을 보였다. 특히 메틸수은의 농축 효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마산만의 저서 먹이그물에서의 수은 농축 계수(FWMF)가 다른 해역의 부유(pelagic, 물기둥) 생태계 먹이그물보다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먹이그물의 구조(저서 기반인지 부유 기반인지)에 따라 오염물질의 농축 경로와 효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록 당시 조사된 어류의 수은 농도는 국내 식용 기준치 이하였지만, 이 연구는 산업 활동으로 인한 중금속이 지역 해양 생태계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먹이그물을 안정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위협에 가장 취약한 존재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6. 살아있는 과학: 최신 연구 동향 및 심화 자료
숲의 먹이그물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위협에 맞서 생태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성공적인 복원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어떤 과제에 직면하는지를 연구하며 지식의 최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기후 변화, 숲의 식탁을 바꾸다
먹이그물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스템이다. 2024년에 발표된 한 획기적인 연구는 기후 온난화가 북극 및 아한대 생태계의 먹이그물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토양 속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식물을 기반으로 한 ‘녹색 먹이그물(green food web)’에 의존하던 작은 포유류나 거미와 같은 무척추동물들이, 이제는 분해 과정에 관여하는 균류를 기반으로 한 ‘갈색 먹이그물(brown food web)’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종의 분포나 개체 수를 바꾸는 것을 넘어,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 흐름 경로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결과다.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안정성과 물질 순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의 중요한 연구 과제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옐로스톤과 지리산의 최신 연구
과거의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진 프로젝트들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옐로스톤의 늑대 재도입은 분명 극적인 영양 폭포 효과를 가져왔지만, 장기 연구들은 그 과정이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가뭄, 혹독한 겨울, 그리고 회색곰이나 퓨마와 같은 다른 포식자들의 존재 역시 엘크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임이 밝혀졌다. 즉, 옐로스톤의 회복은 늑대라는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보다 정교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는 1단계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수용 능력(carrying capacity)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곰들이 공원 밖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도로에서의 사고 위험이나 양봉 농가와의 충돌 같은 인간-곰 갈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하는 ‘생태 통로(wildlife corridors)’를 확보하고, 지역 사회와의 공존 방안을 모색하여 곰들이 안전하게 분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계 연구와 보전은 한번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적응해나가야 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먹이사슬과 먹이그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 A: 먹이사슬은 ‘풀→사슴→늑대’처럼 에너지 흐름의 단일 경로를 보여주는 선형 모델입니다. 반면 먹이그물은 한 생태계 내의 여러 먹이사슬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네트워크로, 대부분의 동물이 여러 종류의 먹이를 먹고 여러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현실을 더 정확하게 반영합니다.
- Q2: 핵심종이 사라지면 생태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 A: 핵심종은 자신의 수나 양에 비해 생태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종입니다. 핵심종이 사라지면, 그들이 조절하던 다른 종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급감하여 먹이그물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이는 ‘영양 폭포’ 현상을 유발하여 생물 다양성 감소, 서식지 파괴 등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Q3: 생물농축은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치나요?
- A: 네, 인간은 많은 해양 및 육상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므로 생물농축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됩니다. 예를 들어, 수은에 오염된 바다에서 잡힌 참치나 상어와 같은 대형 어류를 섭취하면 체내에 고농도의 수은이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신경계 손상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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